전 세계적 기후변화와 이상 기온으로 지구는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산업도 기술발전을 필두로 절대적 온도를 높이고 있다. 인더스트리 4.0 체제가 도래함에 따라, 디지털 전환(DX)·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차세대 기술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증대된 데 따른 결과다.
각 기업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용·관리·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데이터센터(Data Centre)를 구상했다. 데이터센터는 등장 초창기 ‘데이터 농장’ 혹은 ‘데이터 호텔’로 불리며 데이터의 보고로 인식됐다. 이후 파편화된 데이터를 한데 집중시킨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역할과 무게감은 날로 증폭됐다. 데이터센터는 산업을 가동하는 데 주요한 핵심 인프라로 활약 중이며,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가 구축·운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핫’한 산업에 추가적인 열풍을 불어넣는 영역이 있다. 스마트시티는 말 그대로 지능화 인프라를 갖춘 도시 개념으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 내 모든 요소가 연결돼 기존에 발생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구축·관리하는 과정에도 데이터가 필수로 활용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열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발생한 열은 인프라 내 각종 설비 및 기기의 고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가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이에 산업은 디지털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열 잡기’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전 세계 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3억 달러(약 24조 원)로 추산되며, 오는 2028년에는 261억 달러(약 3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각 기술은 크게 공랭(Air Cooling)과 수랭(Water Cooling) 방식으로 구분된다. 개인용 컴퓨터부터 데이터센터, 나아가 도시 규모로 다각적인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차세대 냉각 시스템인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이 활용성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각종 냉각 기술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발열 효율을 높인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 중 냉각의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공랭 기술은 외부 공기를 통해 내부 환경을 냉각하는 형태다. 수랭과 액침냉각 대비 구축 및 유지관리 비용이 저렴하고, 어떤 인프라에도 도입이 가능해 여전히 냉각 시장 점유율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로 분석된다.
‘공랭 스페셜리스트’ 이비엠팝스트, 시장 확장 정조준
독일 산업용 팬 솔루션 업체 이비엠팝스트는 산업용 모터 및 팬 기술을 앞세워 지난 1963년 전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자동차·엘리베이터 등에 탑재되는 전기 모터를 대표 사업 모델로 배치하면서도 산업용 팬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지속했다.
이비엠팝스트는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뒀다. 1997년 출범한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본사 지침에 따라, 여러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자동차 모터 분야에서 매출의 50%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해당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할당했다.
산업용 팬 부문은 이동통신 기지국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레퍼런스를 지속 축적했다. 이후 국내 시장에도 데이터센터 붐이 조성되면서 기존 AC 모터 기반 팬을 대신하는 EC 모터(EC Moter) 팬을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최근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매출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사업 부문을 철수하고, 공랭 설비를 담당하는 팬 부문을 강화한다는 공격적인 비전을 구축했다. 이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 등으로 규모가 확장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 600억 원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유연하게 사업 방향성을 재설정할 것이라는 게 이비엠팝스트 측 설명이다.
이근섭 이비엠팝스트코리아 대표는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데이터는 냉각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2030년 600억 로드맵’을 필두로 시장 확장을 노림과 동시에 고객사의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하는 고효율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고성능과 에너지 효율 사이 딜레마...“최적화 설계 입힌 EC 팬 통해 극복한다”
이비엠팝스트는 현재 20~1500mm의 사이즈로 구성된 산업용 팬과 1와트(W)부터 24킬로와트(kW)의 팬 모터 제품군을 보유했다. 해당 제품군은 많은 산업에서 도입하는 AC 팬 대비 효율이 극대화된 EC 팬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자동차·반도체·제약 등 산업에서의 활약상을 기대받고 있다.
이비엠팝스트는 차별화된 팬 설계를 위해 PCB·컨트롤러·모터·임펠러(날개) 등 요소를 자체 설계·제작한다. 이를 통해 모든 산업군에 구축 가능한 유연성을 보유했고, 고객은 전체 효율이 최적화된 상태로 제품을 도입할 수 있다.
이비엠팝스트의 EC 모터 기반 팬은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돼 팬과 설비 간 통신이 가능하다. 통신을 통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에서 신호를 받아 자유로운 팬 제어를 수행한다.
이 대표는 EC 팬 제품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액티브 PFC’ 탑재를 꼽았다. 이 설계를 통해 전력 효율 향상을 꾀할 수 있는데,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한 대표 사례를 내세운 것이다. 이는 각 고객사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력 효율 극대화를 목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근섭 대표는 24kW 전력 성능을 갖춘 대형 팬 시리즈 ‘BG280’를 다양한 쿨링 타워에 공급해 시장 요구사항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트렌드 홍수 속 이비엠팝스트의 비전과 전략은?
그는 시장 요구사항 측면에서 “이비엠팝스트는 탄소중립, 에너지 절감 등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갖가지 로드맵을 구축했다”고 언급했다. 독일 본사에만 있던 본부를 미국·유럽·아시아 등 각 주요 지역에 고루 배치한 방침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에 특화된 요구사항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다른 한편 친환경 트렌드 측면에서는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제품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친환경성을 부각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제품 폐기 시 일부 요소를 재활용하거나, 제품을 개선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생산하겠다는 제품 생애주기 연속성 확보가 핵심이다.
냉각 시장에도 AI는 빠질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이비엠팝스트는 팬 제품의 AI 구현을 위해 데이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소를 인도에 배치해 AI 기반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팬 구동 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최적화된 팬 구동, 나아가 냉각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AI 알고르즘 및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C 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그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가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방식의 팬은 제품의 생애주기를 분석·예측하는 예지보전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할 전망이다.
3세대 EC 모터 및 날개를 품은 고효율 팬 시리즈 ‘래디팩 3(RadiPac 3)’는 자동 공진 감지 등 지능형 기능이 내재돼 이비엠팝스트의 최신 R&D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비엠팝스트는 해당 모델을 지속 개선하면서도 AI와의 융합을 도모해 지능화된 제품을 지속 출시할 방침이다.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팬 영역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기조 아래, 향후 공백이 될 모터 부문의 공백을 신기술을 융합한 팬 솔루션을 통해 대체할 계획이다. 이 청사진은 ‘2030년 600억 로드맵’의 최대 관건이다.
이근섭 대표는 “수랭·액침냉각 등 후발 냉각 기술은 이비엠팝스트에게 ‘양날의 검’”이라고 분석했다. 수랭 및 액침냉각이 공랭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양 기술이 구현하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냉각 제품 및 솔루션을 지속 도출한다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차세대 기술 도입과 시장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것이 이비엠팝스트의 차별화된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