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이하 SDV)이 19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고히 자리잡아온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DV는 그동안 물리적 전장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작동했던 자동차와 달리 마치 스마트폰처럼 차량의 핵심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는 차량이다. 스마트폰 업데이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성능 개선이 가능하고, 다양하고 참신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SDV의 연결성은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의 개념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은 운전을 위한 자동차 내부 공간을 다양한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등 자동차 하드웨어 자체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운전자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다.
SDV로의 이러한 전환은 기존의 자동차 산업 구조의 완전한 재편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던 자동차 산업에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SDV엔 어떤 소프트웨어가?
SDV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자율주행 등 기능은 이미 신규 차량 모델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는 향후 SDV 위에 어떠한 소프트웨어가 올려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SDV에 올라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는 우선 복잡한 도로 등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재의 레벨2의 자율주행 혹은 ADAS를 넘어 레벨3 이상의 고도화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로는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가 꼽힌다. 웨이모는 다양한 환경과 도로 조건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8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GM과 합작한 무인 로보택시 크루즈에 대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웨이모의 호출형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작년 10월 기준 누적 배차 횟수는 70만 회, 총 주행거리는 714만 마일(약 1150만km)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은 일반 승용차에 탑재되는 자율주행 기술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OTA(Over The Air, 무선 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 기술을 통해 오토파일럿 및 최신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해 SDV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예측하여 사용자에게 알리는 실시간 차량 진단 및 유지보수 시스템, 사용자의 선호도와 습관을 학습해 맞춤형 인터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선택, 운전 설정 등을 제공하는 개인 비서 시스템, 차량 내 데이터와 시스템을 보호하고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차량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솔루션 등이 소프트웨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량이 도로 인프라, 다른 차량, 보행자와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 운전자가 연료 효율을 최대화하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에코 드라이빙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되고 있다.
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약 271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SDV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CAGR) 9.1%를 기록, 2028년까지 약 41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슬라, 구글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자체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이 해당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