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을 꼽는다면 단연 배터리다. 전기차 비용 가운데 약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다. 공교롭게도, 국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라는 세계 수준에서 경쟁하는 배터리 기업이 있다. 배터리 3사는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전략 방안을 수립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3사가 넘어야 할 CATL이라는 산
2022년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59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435만 대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 총액은 427억3000만 달러였다.
CATL이 130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58억4000만 달러에 1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3위 BYD(5조3000억 원·9%), 4위 삼성SDI(4조1000억 원·7%), 5위 일본 파나소닉(3조 원·5%), 6위 SK온(2조8000억 원·5%) 등의 순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은 108억9000만 달러로, CATL 한 곳의 매출보다 적었다.
한편, 업체별 평균 배터리 팩 판가는 삼성SDI가 kWh당 183달러로 가장 높았다. SNE리서치는 삼성SDI가 배터리 평균 판가가 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용 판매 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주로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의 판매가격 영향으로 평균 판가(kWh당 112달러)가 가장 낮았다. kWh당 평균 판가는 LG에너지솔루션 150달러, CATL 125달러, SK온 119달러 등으로 분석됐다.
3사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모델들의 판매에 기인한다. SK온은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고, 삼성SDI는 피아트 500와 아우디 E-Tron, BMW Ix, i4 등의 판매 증가가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시설 증설로 인해 모델3, 모델Y의 판매가 급감했으나, 포드의 머스탱 Mach-E 모델의 판매 증가로 인해 성장세를 이었다.
CTP 공정 선포한 LG엔솔
LG에너지솔루션이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차세대 배터리 공정 ‘CTP(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 최승돈 전무는 이차전지 컨퍼런스 ‘KABC 2022’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통상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셀, 모듈, 팩 단위로 구성된다. 모듈은 셀 10~20개를 묶어 셀을 보호하고 전압과 용량을 키우는 역할을 하며, 모듈 8~40개를 묶어 최종적인 배터리 팩을 만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적용하기로 한 CTP 공정은 중간단계인 모듈을 제거하는 고도화 공정 기술이다.
CTP 공정을 적용한 배터리는 모듈이 차지해온 공간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고, 공정 단순화와 사용 부품 절감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CTP 기술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공통된 과제다. CATL도 올해 초 CTP 기술을 적용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비중이 60% 이상인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CTP 공정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는 통상 LFP 배터리보다 더 가볍고 효율이 높은 점이 특징인데, CTP 공정을 적용하면 무게를 더 낮출 수 있어 배터리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CN 소재 등 삼성SDI의 독자 기술
삼성SDI가 지난 9월 20일부터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2022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IAA Transportation Hannover 2022)’에 참가해 혁신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독일 IAA는 뮌헨과 하노버에서 각각 승용차, 상용차 전시회로 번갈아 열리는 국제 모터쇼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IAA에 참가해왔으며 올해는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삼성SDI는 전시회에서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견인한다(Heading Towards a New Horizon)’는 주제로 배터리 소재 기술력, 품질 관리, 대량생산 역량 등 핵심 역량을 강조했다. 상용차에 특화된 기술과 제품들도 소개했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NCA와 독자 특허를 가진 SCN 소재 기술을 적용한 ‘P6’를 선보였다. 각형 6세대 배터리인 P6는 높은 에너지 밀도, 긴 수명 성능, 급속 충전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소재에서 코발트를 뺀 ‘코발트 프리’ 전지와 전고체 전지 등을 포함한 배터리 개발 로드맵도 공개했다.
상용차에 특화된 스케일러블 모듈·팩 혁신기술도 주목 받았다. 삼성SDI는 고객 요구에 따라 배터리의 에너지, 충전 시간, 수명 등을 상용차 모델별로 최적화해 차별화된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전기 상용차에는 적재 용량에 따라 승용차보다 최대 13배 많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SK온, 인사·조직 개편으로 시장 대응하다
SK온은 지난 9월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 SK하이닉스에서 개발제조총괄을 맡아온 진교원 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COO 산하에 운영최적화, 마케팅, 글로벌 생산기술, 글로벌 제조, 연구원, 구매, 차세대 배터리 등 주요 사업 부서를 배치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 8월까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해온 진교원 COO는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개발, 양산, 품질 등 반도체 생산 전반을 책임지면서 SK하이닉스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 키워내는데 역할을 담당했다.
SK온이 COO직을 신설하고 조직을 개편한 것은 부서간 협업 효율을 높이고 고객사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수율을 높여 생산, 공급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따른 고객들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진교원 COO는 제조뿐 아니라 마케팅, 기획 등 사업 전반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COO 직책에 최적임자라는 평가다. 현재 SK온은 사업이 확대되며 생산 거점도 미국, 헝가리, 중국 등 총 7개 공장이 가동 중이며,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연말이면 배터리 생산능력이 약 77기가와트시(GWh)에 달할 전망이다. 2017년 1.7기가와트시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5년만에 45배 성장했다. 2019년 약 6900억 원이었던 매출액도 3년만에 10배 이상으로 불어나 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교원 COO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 조직이 유기적으로 기능해 최고의 배터리 회사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