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대표적인 산업이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는 의미를 넘어 공간의 개념으로 확장됨에 따라, 소재와 부품, 동력원, 디자인 모든 요소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전장 시장이 주목받는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자동차 ‘전장’ 기술은 미래라는 ‘전장’에서 점점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가능성에서 성장 동력으로의 변화
전 세계 차량용 전장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시장은 지난 2020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매년 7.4%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는 2024년에는 약 40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맥킨지앤드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전장 원가비율은 2020년 30%, 2025년에는 약 5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제어장치인 ECU 수도 2020년 약 50개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약 70여개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전장 부품 수요가 높아지게 된 주요 원인은 친환경차의 보급이다. 전기차가 그 대표적인 예다. 코트라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지난 2019년 1623억 달러에서 오는 2027년 8028억 달러로 연평균 2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수의 국가가 전기차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으며, 세계 유수의 완성차 기업들은 시기 차이를 두고 대부분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전동화로 인해 자동차 부품 산업 역시 구조도 개편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전기차 중심의 신규 수주액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장부품 기업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내연기관 및 저가수주 축소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중 약 24.9%인 2561개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내연기관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자동차 수요의 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에 시장 경쟁력을 잃는 기업이 절반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기존 부품 기업의 사업 전환 및 다각화, ICT 기업의 신규 진입 및 창업에 따라, 전장 기업 수는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전장 시장이 주목받게 된 이유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IT 제품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신뢰성, 장수명, 재고보유 기간 등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과 낮은 수익성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전장 분야는 그동안 차량의 주행환경을 감당해야 하는 까다로운 요구조건과 기술 진입장벽,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자동차 업계는 지난 2019년 말부터 지속된 코로나19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미래차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하는 전기차 수요가 해답이 됐다.
내연기관과 미래차의 가장 큰 차이는 동력 장치다. 이에 흡입, 배출, 냉각과 같은 기계 부품 및 장치는 줄어들고, 전기·전자 계통의 부품이 늘어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을 구성하는 약 3만 개의 부품에서 엔진, 구동 및 동력 전달과 관련된 부품 중 약 40%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엔진 및 변속기 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파워트레인에 적용되는 각종 제어장치와 같은 전장부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터리, 모터, 감속기, 인버터와 같은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전장 부품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장 부품 기업들은 기존 내연기관 부품 위주 체제를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을 선택했으며, 전동화 및 커넥티비티와 관련된 투자를 지속하는 추세다.
전장 시장은 ‘CASE’로 압축되는 미래차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한다. CASE란,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city)를 의미한다. CASE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과 서비스가 요구되며, 이에 앞서 하드웨어 구성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장 부품에는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텔레매틱스, 차량용 디스플레이, 모터, 카메라 모듈 등이 있다. 한 예로,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내외부 온도, 압력, 속도 등 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와 엔진, 자동변속기, ABS 등을 제어하는 장치인 ECU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의미한다.
일반 내연기관의 경우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마이크로컨트롤러(MCU), 센서 등 200여개의 반도체가 사용되는데, 전기차에는 1000여개, 자유주행차에는 2000여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장 시장의 미래는?
한 예로, 엔진이 내연기관의 심장이었다면, 앞으로는 배터리가 엔진의 역할을 대신한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요소며, 미래 모빌리티로 대변되는 자율주행차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담당한다. 배터리 시장은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흐름은 자율주행이다. 미래차는 완전 자율주행을 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기계식 작동방식으로 구현할 수 없기에 전동화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두 줄기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장 부품 위주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장 부품 및 소재 기술 발전과 안정정인 공급망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며, 완성차 기업과 빅테크의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T 기반의 전장 부품 및 소재 기업들의 자동차 산업 진입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현재 전장 시장은 전기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관심이 모여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전동화와 자율주행 관련 전장 부품의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센서, 탤레매틱스 등이 포함된다.
이는 자율주행의 인지, 판단, 제어를 돕는 부품들이기도 하다. 메리츠증권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향후에는 인지 부문에서 전장 카메라, 판단에서 차량용 반도체 패키징 부품, 제어에서 FPCB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