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AI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오래 지속돼 왔다.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하고 현장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 신경철 부장이 제시한 글로벌 제조 트렌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AI는 인력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의 사고방식과 업무구조를 재편하는 촉매에 가깝다. 로직스 AI·가디언 AI·비전 AI·코파일럿은 설비 기반 예지보전, 품질 검사, 제어 자동화 등 제조업의 핵심 업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의하며, 숙련 인력 부족·품질 편차·운영 복잡성 등 오래된 제조 과제를 풀기 위한 현실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AI는 더 이상 미래의 실험이 아니다. 공장의 한 모터, 한 라인, 한 카메라에서 시작해 전체 운영 체계로 확장되는 실질적 전환의 시기가 도래했다.
글로벌 제조 AI 트렌드와 스마트 팩토리 과제의 재정의
전 세계 제조업이 AI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기업들은 기술 자체보다 ‘운영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신경철 부장은 로크웰오토메이션이 10년 넘게 추적해 온 글로벌 스마트 제조 보고서의 데이터를 통해, 제조 AI가 단순한 기술 실험에서 벗어나 운영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강조했다.
초기 스마트 팩토리 논의는 대부분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 글로벌 제조 현장에서는 AI 도입 이후 기술 유지·데이터 관리·고급 자동화 툴 운영 등의 역할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역동이 나타나고 있다. AI는 단순 대체가 아니라 ‘업무 형태의 변화’를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고서가 시사하는 더 큰 변화는 AI가 인력 구조보다 공정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제조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기반 운영, 비전 검사, 예지보전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도입한 기술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핵심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 요인으로는 △신기술 유지의 어려움 △OT·IT 통합 △숙련된 현장 전문가 부족 △예산 및 ROI 문제 △심화되는 OT 보안 리스크 등이 매년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가 없으면 구현할 수 없는 정밀화와 예측 기능이 제조 경쟁력의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품질 편차 최소화, 실시간 공정 안정화, 미세 진동과 전기 신호 기반의 고장 판단은 더 이상 인간의 경험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신경철 부장은 “AI의 도입 목적은 사람을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 한계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운영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엣지·현장·클라우드를 잇는 로크웰의 제조 AI 포트폴리오
로크웰오토메이션은 제조 AI를 ‘공정 기반 기술’로 정착시키기 위해 엣지–현장–클라우드로 이어지는 계층형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신경철 부장은 AI가 제조업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플랫폼이 아닌, 현장 제어·데이터 분석·경영 레벨 판단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계층은 PLC와 설비에 가까운 온머신·엣지 AI 레벨이다. 여기에는 로직스 AI와 비전 AI가 포함된다. 로직스 AI는 PLC 태그 기반으로 물리 모델을 생성하고, 비전 AI는 카메라와 IPC 기반으로 AI 품질 판정을 수행한다. 지연이 거의 없고,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동작하는 구조가 강점이다.
두 번째 계층은 파빌리온(Pavilion)으로 대표되는 분석·컨설팅 타입의 전문 플랫폼이다. 공정 난이도가 높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개입이 필요한 경우 활용되며, 프로젝트 기반으로 복잡한 공정 최적화를 수행한다. 국내 제조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정 공정만 난이도가 높은 구조”에 특히 잘 맞는 접근법이다.
세 번째 계층은 상위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고급 분석·대시보드·코파일럿 기반 생성형 AI다.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엔지니어가 자연어로 명령하면 PLC 제어 코드까지 생성하는 단계다.
이 구조의 핵심은 모든 계층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로직스 AII(Logix AI)의 실시간 태그 값, 가디언 AI(Guardian AI), 비전 AI(Vision AI) 데이터가 상위 시스템으로 올라가 통합되고, 다시 코파일럿에서 운영 의사결정·프로그램 추천으로 환류된다. 이는 거대 AI 프로젝트가 아니라, “설비 한 대에서 시작해 공장 전체로 확장하는 점진적 전개 방식”으로 정의된다.
로직스 AI: 물리 법칙 기반 모델의 실전형 이상 감지
로직스 AI(Logix AI)는 제조 현장의 AI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 조건인 정확성·설명력·현장 친화성을 충족시키는 솔루션이다. 신경철 부장은 산업용 설비 데이터가 전기·압력·속도·토크 등 물리 변수의 조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블랙박스 방식의 뉴럴 네트워크보다 물리 방정식 기반 모델이 예측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로직스 AI의 구조는 매우 직관적이다. PLC 태그 값(온도·압력·유량 등)을 그대로 입력해 모델을 생성하며, 별도의 데이터 과학 역량 없이도 폐쇄루프 제어가 가능하다. 모델링–학습–판정–제어 태그 생성이 모두 PLC와 밀착된 엣지 환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병목이나 클라우드 연결 불안정과 무관하게 동작한다. 이 구성은 제조업 특유의 데이터 편차·센서 노이즈·공정 변동성을 감안할 때 특히 유리하다.
병입 공정의 ‘퍼펙트 필(Perfect Fill)’ 사례는 로직스 AI의 실전성을 잘 보여준다. 병입 설비는 수십~수백 밀리초 단위의 고속 동작을 반복하며, 몇 밀리리터의 편차가 전체 품질을 좌우한다. 로직스 AI는 탱크 레벨·배관 압력·온도 데이터를 가져와 목표 중량 예측 모델을 만들고, 실시간 예측값과 실제 충전량 간의 오차를 기준으로 공정 편차를 즉시 탐지하게 구성했다. 이 결과 ±오차 범위를 크게 줄였으며, 공정 품질의 안정성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핵심은 로직스 AI가 설비 한 대에서도 당장 적용 가능한 AI라는 점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GPU 클러스터 없이도, PLC와 엔지니어가 가진 기본 정보만으로 산업용 AI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 제조기업의 ‘현실적 전환’을 이끈다.
가디언 AI: 센서 없는 예지보전의 새로운 기준
가디언 AI(Guardian AI)는 모터·펌프·블로워 등 회전 설비의 예지보전을 위한 솔루션으로, 추가 센서 없이 인버터 데이터만으로 고장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대부분의 제조 기업은 예지보전을 위해 진동 센서·베어링 온도 센서·음향 센서 등을 설치해야 했고, 유지보수 부담과 비용이 커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로크웰의 파워플렉스(PowerFlex) 인버터는 이미 현장에서 강력한 전기 신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디언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베어링 손상, 고정 불량, 캐비테이션, 이물질 유입 등의 패턴을 포착한다. 전류 파형의 미세한 흔들림, 토크 부하의 비정상 변동 등은 고장 초기 단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가디언 AI는 이를 학습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즉각 경고한다.
설정은 매우 단순하다. 인버터 IP를 입력하고 설비 유형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학습이 시작되며, 엔지니어는 파라미터 조정 없이도 예지보전 대시보드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일 기반 알림, 주간·월간 요약 리포트, 설비별 상태 차트 등을 제공해 운영자가 설비 전체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광산 환풍기 시스템은 가디언 AI의 대표 사례다. 환풍기는 멈추면 인명 사고로 직결되지만, 백업 설비는 실제 가동 시간이 적어 고장 징후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디언 AI는 인버터 기반 진단만으로 백업 환풍기의 이상 신호까지 포착해 사고 위험을 사전에 줄일 수 있었다. 향후 PLC 태그 기반 알람 출력, 전광판·경광등 연동 등 현장 인터페이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 외에 센서를 달기 어렵거나 비용이 부담되는 환경에서도 예지보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가디언 AI는 제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전 AI·코파일럿: 품질검사와 자동화 프로그래밍의 혁신
비전 AI(Vision AI)는 기존 AI 비전 솔루션이 가진 플랫폼 종속성·높은 개발 난이도·비싼 파인튜닝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기존 카메라에서 셔터 신호만 연동하면 IPC와 소프트웨어 패키지 전체를 일괄 구성할 수 있으며, 모델 학습은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되 실제 판정은 엣지에서 수행해 지연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라인 속도가 빠른 식품·포장·의약 공정에 매우 적합하며, 카메라 위치 변경이나 검사 항목 추가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생산 환경에서 적용성이 높다.
또 하나의 핵심 축은 코파일럿이다.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으로 구현된 제조 특화 생성형 AI로, 로크웰의 샘플 코드·매뉴얼·기술 문서를 학습한 모델을 자사 샌드박스에서 운용한다. 엔지니어가 자연어로 “조건 충족 시 알람을 켜는 로직을 만들고 싶다”라고 입력하면, 코파일럿이 레퍼런스 자료와 사전 정의된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PLC 레더 코드를 자동 생성한다.
특히 PID 제어처럼 난이도 높은 기능 구현에서도 코파일럿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 기존에는 매뉴얼 탐색–테스트–보정 과정이 필요했지만, 코파일럿은 구현 방식·예제 코드·튜닝 팁을 한 번에 제시해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한다. 이는 제조 자동화에서 가장 인력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 AI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다.
비전 AI와 코파일럿이 결합되면 품질 검사–판정–프로그램 수정까지 공정 전반이 지능형으로 재구성된다.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제조 운영 전반의 ‘지능화 흐름’을 가속하는 구조다.
제조 AI가 만든 새로운 역할 구조와 앞으로의 전망
결론은 명확하다. 제조 AI는 인력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공장의 역할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제조 기업은 AI 도입 이후 △데이터 관리 △AI 모델 운영 △공정 최적화 △보안 △자동화 로직 설계 등 새로운 전문 역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제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AI는 반복적인 판단 업무를 대체하지만, 그 위에서 운영·조정·전략을 담당할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직스 AI·가디언 AI·비전 AI·코파일럿 조합은 이러한 역할 분화를 실제로 눈앞에 보여주는 도구다. 인간이 직접 계산하던 공정 분석은 로직스 AI가 대신하고, 설비 고장 진단은 가디언 AI가 맡고, 품질 판정은 비전 AI가 수행하며, 코드 작성은 코파일럿이 보조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문제 해결·설비 통합·변수 조정 등 더 높은 의사결정 역할로 이동한다.
향후 제조 AI는 세 가지 방향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엣지 중심 AI의 확산이다. 로직스 AI처럼 지연 없는 현장 판단을 강화하는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둘째, 생산·품질·설비의 통합 분석 체계 구축이다. 가디언 AI와 비전 AI, 로직스 AI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묶이면 폐쇄루프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셋째, AI-휴먼 협업 구조의 정착이다. 코파일럿 기반 코드 자동화는 숙련도 격차를 줄이고, 엔지니어의 역할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결국 제조 AI는 공장의 일부 기능을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운영 체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이다. AI 도입의 성공 여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기술·인력·보안·프로세스가 일관된 구조로 설계될 때, 제조업은 AI 기반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