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에 대한 전망이 주요 경영진들 사이에서 잇따라 제기되며 AI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AI 모델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와 데이터 센터 확장이 가속화하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새로운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AGI 개발 경쟁, 현실화 가능성은 언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AGI가 향후 5~10년 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GI는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AI로 정의되며,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현재 AI 기술이 특정 분야에서는 강력하지만 현실 세계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AGI의 발전을 위해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딥마인드가 게임 환경에서 AI를 학습시키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은 AGI가 훨씬 더 빠르게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2026년까지 AGI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오픈AI 샘 올트먼 CEO 역시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AGI가 개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앤스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2~3년 내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시스코의 지투 파텔은 “올해 AGI의 의미 있는 증거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AGI가 현실화하기까지는 AI 시스템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현재 AI가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지만, 아직 현실 세계에서 일반화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I 연구자들은 AI의 학습 방식, 의사결정 구조, 협업 능력 등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확장 또 확장’ 인프라 경쟁 지속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AI 스타트업 코어위브와 119억 달러(약 17조3561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이를 통해 오픈AI는 코어위브의 데이터 센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번 계약을 계기로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코어위브의 기업가치를 350억 달러(약 51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MS 역시 AI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MS는 자체 AI 모델 ‘마이(MAI)’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를 오픈AI의 AI 모델과 경쟁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마이는 MS가 자체 개발한 소형언어모델 ‘파이(Phi)’보다 큰 모델이다. MS의 AI팀은 ‘사고의 사슬(Chain-of-Thought)’ 기법을 활용해 AI 모델의 추론 능력을 강화하며, 코파일럿과 같은 AI 기반 생산성 도구에서 오픈AI 모델을 대체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MS의 자체 추론 모델 개발은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오픈AI가 일본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AI 합작회사인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하면서, 두 기업의 협력 관계에 의구심을 품은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xAI는 AI 데이터 센터 확장에 나서며 AI 모델 ‘그록(Grok)’의 훈련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xAI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100만 제곱피트(약 9만3000㎡) 규모의 대지를 추가 매입했으며, 기존 데이터 센터 ‘콜로서스’에 GPU를 10만 대에서 100만 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xAI는 애틀랜타에 7억 달러 상당의 칩과 기타 장비를 갖춘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 바 있으며, 델과 50억 달러 규모의 GPU 서버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것은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전략
메타는 AI 사업 확장을 위해 ‘메타 AI’를 독립적인 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페이스북과 왓츠앱 등의 플랫폼에 통합돼 제공됐지만, 이번 독립 앱 출시를 통해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선보인 메타 AI는 사용자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답변을 주고 이미지를 만드는 생성형 AI 기반 비서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 AI가 AI 비서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메타는 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릴에 폭력적인 영상이 확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메타 측은 즉각 사과했으나, 사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AI 기반 음성 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 계획이 지연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애플은 개인화한 시리 기능을 개발 중이었으나, 이 기능의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리더십 및 엔지니어링 문제 등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오픈AI, 구글 등과 달리 AI 모델을 통한 수익화보다 자사 생태계 내 AI 기능 강화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I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쟁 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GI 개발과 AI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MS, xAI, 메타, 애플 등은 각자의 전략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며,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 센터 확장을 통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AI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