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본분류

배너

LG 오너 일가 4대에 걸친 차명주식 의혹

URL복사

                   23일 ‘상속회복청구소송’ 최종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강유식 전 LG 부회장.

 

LG 상속소송에서 드러난 ‘숨겨진 지배구조’

 

LG그룹 오너 일가를 둘러싼 상속 재판이 단순한 가족 간 분쟁을 넘어 대기업 지배구조의 실체를 드러내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과 유지(遺志) 존재 여부를 둘러싼 공방에 이어, 이번에는 ‘상속재산의 실제 규모’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LG 오너 일가의 차명주식 의혹이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구광현 부장판사)는 23일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최종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강유식 전 LG그룹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LG 내부 지배구조를 설명하는 다수의 녹취록과 증언이 공개됐다.

 

“명의는 수십 명, 실제 주주는 소수”

 

본지가 확인한 재판 제출 녹취록과 제보 자료에는 LG그룹 지주회사 ㈜LG의 지분 구조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는 내부 설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녹취 속 발언자들은 “구 씨 일가 수십 명의 이름으로 주식이 흩어져 있지만, 실질적인 지분과 의사결정 권한은 극히 제한된 소수 그룹이 행사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주주단 지분’으로 불리는 이 주식들은 방계 친족까지 동원해 명의만 분산해 놓고, 실제 지배권은 직계 중심의 ‘주주 그룹’이 세대별로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다. 겉으로는 가족 전체가 주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핵심 인물이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재계에서 LG 오너 일가의 주식이 친족 여러 명에게 흩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돌았다. 그러나 그 실질 구조가 녹취와 증언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통해 법정에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 사옥 전경. (사진=LG 제공)

 

 

법정에 제출된 구광모의 실질 지분율 28%

 

재판에 제출된 녹취록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광모 회장의 실질 지분율에 대한 내부 설명이다. 구회장은 공식 공시상 ㈜LG 지분 약 15%를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녹취 속 내부 설명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원고 측에 따르면, LG 오너 일가 전체가 보유한 ‘주주단 지분’은 ㈜LG 발행주식의 약 43.3%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비율이 60% 후반대라는 내부 발언이 나온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구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LG 전체의 28%를 넘게 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LG그룹의 실제 지배구조는 금융당국에 제출된 공식 공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원고 측은 전체 지분 중 약 13%가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이어진 차명주식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차명주식 인정되면 상속재산 ‘폭발적 확대’

 

법리상 차명주식 문제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명의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이 실질적으로 소유·지배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차명 구조를 인정할 경우, 상속재산 범위는 명의상 주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한 모든 주식’으로 확장된다.

 

이 경우 이번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 측은 구본무 회장이 생전에 관리하던 차명 지분 일부가 상속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 측으로 이전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특정 자금과 주식이 동원된 정황 역시 차명 구조와 맞물려 추가 의혹을 낳고 있다.

 

구광모 회장 “내부고발 나오면 징역 30년” 발언의 의미

 

이번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구광모 회장의 발언으로 전해진다. 원고 측이 제출한 녹취에는 구 회장이 차명 구조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약점이 잡혀 있고, 내부고발자가 나오면 징역 30년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이 담겨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내부에 알려질 경우 중대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사안이 존재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명주식이 단순한 명의 관리 차원을 넘어 조세·형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판사는 문서뿐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과 발언, 행동 역시 증거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녹취는 향후 판단에서 적지 않은 무게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로티 윤희승 기자 |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