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AI를 주제로 한 특별한 대담이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작가가 ‘AI 시대의 인간과 정치’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이재명N하라리: AI 시대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대담은 단순한 기술적인 담론을 넘어 AI라는 전환점을 맞아 인간과 사회가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
이날 대담에서는 노동시장과 일자리, 민주주의와 알고리즘, 국제 질서와 AI 윤리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됐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현실적 고민과 정책 구상을 제시했고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의 시선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더했다. 정치와 학문, 정책과 철학이 만난 이번 대담은 AI의 기능과 활용을 넘어 인간 사회가 기술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AI가 바꾸는 노동과 불평등…결국 공공의 역할이 중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담의 서두에서 “AI는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인간의 역할을 줄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이번 AI 혁명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량 실업과 노동시간의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고 이는 정치의 주요한 대응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대표는 ‘K-엔비디아’ 모델을 제시했다. 국민의 자산으로 국가가 AI 산업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는 “공공이 기술 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기술의 열매를 특정 기업이나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 작가는 이에 대해 “AI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미래의 일자리 시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하며 재교육 시스템과 복지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사람들이 평생 수십 번 직업을 바꾸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재창조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누가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는 결구 공공과 정부, 나아가 정치가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알고리즘, 대화 형식 넘어 민주주의에도 영향
이번 대담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인간 사회의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대화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유발 하라리 작가는 “현대 민주주의는 정보기술 위에 세워진 체제인데 지금은 그 정보 흐름이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유도를 목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봇이 인간을 가장해 대화에 끼어드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위협”이라며 “AI는 반드시 자신이 AI임을 밝히도록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기반 알고리즘이 무분별하게 지금과 같이 적용, 확산한다면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이라고 여겨지는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AI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것에도 도움을 주지만 분명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화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서 이재명 대표와 유발 하라리 작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교육의 강화, 디지털 소양 교육의 확대, 그리고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제 질서와 AI 윤리, 정치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AI 기술이 가져올 국제적 파급력과 거버넌스 문제도 이번 대담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유발 하라리는 “AI는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말로 AI의 파급력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는 “AI는 단지 빠른 계산의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행위자’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AI 기술이 소수 국가에 독점되면 신제국주의적 질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격차가 아닌 공유로 이어지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인간 문명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오히려 절망을 키우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정치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발 하라리는 “AI 경쟁에서 승자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AI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며 “인간이 서로 경쟁하면 결국 AI가 인류를 지배하게 된다”고 답했다. AI를 더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인간이 컨트롤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과 규범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월드컵과 같은 공통의 규칙이 있어야 건강한 경쟁도 가능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결국 AI 시대에도 인간이 중심 되어야
이번 대담에서는 단순한 AI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가올 아니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AI 시대를 인간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져 큰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의 대담의 핵심을 정리하면 결국 AI 시대에도 인간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I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그것이 인간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는 이를 활용하는 인간이 AI를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번 키포인트다.
이재명 대표는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제는 언어와 산수처럼 AI 활용법도 국민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유발 하라리 역시 “AI는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기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단지 컴퓨터 과학의 주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정치적이자 윤리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두 사람의 대담은 그 중요한 논의를 정치와 시민사회, 교육과 산업 현장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