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삼성전자.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반도체 제조를 위탁받아 생산을 진행하는 파운드리 영역에서 두 기업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AI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함에 따라, AI 구현을 위한 반도체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삼성전자와 TSMC는 지난 2분기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전략 수행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한편 사업이 진행되는 양상에서 다소 부침을 겪는다. 이 글에서는 대내외적인 과제를 안은 두 기업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나란히 호성적 기록한 삼성-TSMC
지난해부터 반도체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AI로부터 시작된 이 흐름은 약 2년여간 침체됐던 반도체 시장에 희소식이었다. 이에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3.31% 증가한 수치였다.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안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을 약 28조 원대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23조1400억 원)과 비교해도 20%가량 수준이다.
TSMC도 전년보다 개선된 2분기 실적을 거뒀다. LSEG 애널리스트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순이익은 2361억 대만달러(약 10조 원)로 예상됐다. 이 경우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TSMC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의 매출 확대가 결과에 작용한 것으로 짐작한다. TSMC의 상승세는 지난 2022년 이래로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103.25달러였던 TSMC 주가는 올해만 75% 올랐으며, 대만 증시도 덩달아 33% 상승했다. 지난 7월에는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TSMC 실적 우위에 대한 여론도 주목받고 있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TSMC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735억1000만 대만달러(28조5000억 원)이다. 2분기 삼성전자 확정 실적에서 DS 부문 매출이 28조5000억 원 이상이면 TSMC 매출을 앞지르게 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에서 TSMC를 추월할 경우 2022년 3분기 이후 여덟 분기만에 매출 1위를 탈환하게 된다. 다만 양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르기에, 이 같은 비교는 하나의 흥미로운 지표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공개된 파운드리 전략, 2나노 어디까지 왔나
삼성전자는 지난 7월 9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과 세이프 포럼을 통해 자사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최시영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고객과 협력을 위해 선단공정 외에도 다양한 스페셜티 공정기술을 지원한다”며 “우리는 AI 전력효율을 높이는 BCD, 엣지 디바이스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고감도 센서 기술 등 스페셜티 솔루션을 융합해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포럼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자사가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것이다. AI 솔루션을 위한 턴키 서비스 전략을 내세운 삼성은 GAA 공정과 2.5차원 패키지 기술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포럼에서 가온칩스와의 협력으로 최첨단 공정 기반 턴키 서비스 수주 성과를 밝히며, 일본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2나노 기반 AI 가속기 반도체를 2.5차원(I-Cube S) 첨단 패키지로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안정된 성능과 수율을 기반으로 3나노 2세대 공정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와의 협력으로 국내 팹리스를 적극 지원할 것을 언급했다. 또한, 국내 고객이 최신 공정기술을 활용하도록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시제품 생산을 위한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TSMC는 2나노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프라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7월 TSMC는 북부 신주과학단지의 바오산 공장에서 2나노미터 반도체를 첫 시험 생산하고 내년경 양산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TSMC는 AI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에 건설하는 22 팹의 2나노 1공장(P1) 연내 완공도 무리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가 내년부터 나노시트 트랜지스터 구조를 채택해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개선된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TSMC는 설비투자 규모를 지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남부과학단지에 관련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이를 위한 내년 설비투자 금액이 올해 최대 360억 달러(약 49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같은 보도에 대해 TSMC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TSMC는 설비투자에 대해 장기적 수요를 감안해 신중한 움직임을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력난의 TSMC, 노사갈등의 삼성전자
파죽지세와 같은 두 기업의 행보에 걸림돌도 존재한다. 국가 간 기술 갈등이나 정치적인 이슈를 차치하고서라도, TSMC와 삼성전자는 최근 각각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탈원전을 택한 대만 정부는 자국 내 설립되는 데이터 센터에 충당할 전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 화력·원자력 발전에 치중했던 대만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공백과 증가하는 전력 수요가 고민의 골자다.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궈즈후이 경제부장은 매체 인터뷰에서 데이터 센터가 소화할 전력이 부족할 때 벌어질 재난에 대해 염려했다. 특히 TSMC를 위시한 반도체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 수요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 7년간 세 차례의 대규모 정전과 여러 차례 소규모 정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한 노사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8일 시작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의미 있는 조율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전삼노가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평택캠퍼스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라인 등에 파업을 독려했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 사측은 실적 개선으로 인한 기대감이 식기도 전에 반도체 생산을 걱정하게 됐다. 다만 집회 규모는 연일 줄고 있다. 전삼노 입장에서도 파업 장기화는 부담이기에, 이번 파업이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오는 8월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사라져 노동조합법에 따라 5개 노조의 각자 교섭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