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반도체용 고효율 소프트웨어 개발 예타 추진 유망 SaaS 제품 빅테크 진입 지원…'글로벌 테크 파트너십' 추진
하드웨어 보조 역할에 그치던 소프트웨어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주도하고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흐름에 맞춰 정부가 소프트웨어 전략을 재정비했다.
현대자동차, 테슬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인텔 같은 반도체 회사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선언하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산업 도약의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디지털 기초 체력 강화와 해외 진출 촉진을 골자로 한 '소프트웨어 진흥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소프트웨어 분야에 5,630억 원을 투자한다.
우선 다양한 하드웨어의 구조(아키텍처)를 고려해 저전력으로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돕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AI로 대표되는 최첨단 기술 구현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최적화·경량화가 이뤄진 뒤에야 지속 가능한 비용으로 AI 반도체를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와 업계가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국산 AI 반도체를 쓴 데이터센터에서 구동할 고효율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한다.
정부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대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성장 가능성, 수출 경쟁력 등을 기준으로 유망한 소프트웨어를 선정해 올해부터 2년간 연구개발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데, 협업 도구, 제조 산업용 소프트웨어, 의료·제약용 소프트웨어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제조·자동차·조선해양·우주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수요를 부처 협업을 통해 발굴하기로 했다.
자동차,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2025년부터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아울러 기술 축적이나 글로벌 진출이 쉬운 특징을 지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2021년 1천100여 개던 국내 SaaS 기업을 2026년까지 1만 개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판매, 시스템 구축(SI)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SaaS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유통·판매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상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성장과 해외 진출에 용이한 환경이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aaS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한 이후 어려움을 겪는 마케팅, 영업 등을 정부가 도울 방침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 무대에 진출한 '오징어게임'처럼 국내 유망 소프트웨어도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 플랫폼에 진입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이들 해외 빅테크의 AI 콘퍼런스 등과 연계,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알리는 글로벌 테크 파트너십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SaaS 제품 판로 확보를 목적으로 공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SaaS 형태 개발을 지원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대표적이다.
또 공공기관 등 발주처가 SaaS 제품을 시스템 구축(SI)에서 분리해 직접 구매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제값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SaaS 기업 대상 대출·보증 등 정책금융에 올해 1천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연 매출 1천억 원 이상으로 소위 '1천억 클럽'에 드는 소프트웨어 기업 수를 2021년 기준 145개에서 2027년 250개로 늘리고 전문 인재 20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개방·공유·협력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생태계가 해외 소프트웨어 업계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고 보고 국내 개발 생태계에서도 오프소스 활용이 확산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신기술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기반으로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인재 양성, 기반 기술 개발, 제도 개선 등 주요 정책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