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3나노 기술 포함 고객군, 공정 등 다양한 영역서 경쟁 구도 형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비교적 수요가 탄탄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에 한발 앞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며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자 TSMC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주장하며 장외에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TSMC 웨이저자(魏哲家) CEO는 지난달 말 타이베이에서 열린 연례 TSMC 기술포럼 연설에서 "2000명의 연구진을 보유한 TSMC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절대 내 제품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고객은 TSMC에 설계를 빼앗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SMC의 성공은 곧 고객의 성공이지만 경쟁 상대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 CEO가 구체적으로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의 가장 큰 경쟁상대다. 삼성전자는 또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스마트폰 등 완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파운드리 고객사와의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고 있기에 애플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의 분사설과 맞물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이 나오기도 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부와 팹리스 브랜드사업본부의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CEO가 삼성전자를 공격한 것은 그만큼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점유율에서는 아직 1·2위 간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1위인 TSMC가 53.6%, 2위인 삼성전자는 16.3%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통해 TSMC를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6월 30일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이 적용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 계획을 공식 발표한 뒤 7월 25일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TSMC도 이달 3나노 양산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나노 고지를 먼저 점령한 삼성전자가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TSMC가 고객 확보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보다 '내용적 1위'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 양산 예정인) 3나노 2세대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3나노를 적극 개발하고, 4·5나노 제품도 성능과 비용을 개선해 내년 말이 되면 삼성 파운드리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TSMC와의 경쟁 구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내용적 1등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면서 "(그 방법으로는) 선단 노드 공정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고, 주요 고객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삼성의 시스템 LSI 분야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쪽으로만 집중돼 있고 전반적으로 확대돼 있지 않다"며 "일부 고객이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파운드리 분사설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3라인에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3라인에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구축해갈 계획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