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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구경북 자율주행의 자존심, 소네트 손준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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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자율주행의 자존심, 소네트가 바라보는 '꼭대기'

'DGIST 1호 창업기업' 소네트 손준우 의장 인터뷰

 

소네트는 영국이 낳은 전설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즐겨 사용했던 정형시의 한 형식이다. 공학, 과학과는 영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 문과스러운(?) 단어가 첨단 기술 중에서도 최전선에 속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의 이름이라니.

 

이름처럼 아름답고 정제된 알고리즘을 만들고 싶다는 소네트의 시작은, 자동차의 HMI(Human Machine Interaction,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와 휴먼팩터(Human factor, 사람에게 최적화된 기기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 분야)를 연구하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한 연구실이었다.

 

2005년, 지능형 자동차 연구를 위해 오래 근무하던 자동차 전장 회사를 떠나 DGIST에 온 손준우 박사는, MIT AgeLAB과 공동으로 고령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다가, 지능형 자동차의 궁극적인 골이 자율주행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4년, 자율주행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 DGIST 내부 과제로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결국 LV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냈다.

 

 

"처음에는 연구를 한 게 아까워서 교육 과정을 개설했어요.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너무 많이 알려주는 것 아니에요?'였어요. 회사 실무자들을 데리고 와서 차량 통신부터 시작해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제어 부분까지 자율주행 전반에 필요한 코딩 교육을 했거든요. 교육을 받은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기술에 대한 확신이 들었죠."

 

2017년 10월, 연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 DGIST 연구원 1호 창업 기업이 된 소네트는 이듬해 중소기업 최초로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당시 대기업과 국책연구소가 주도하던 자율주행 영역에서 중소기업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시원한 한방이었다. 임시운행허가 목록에서 IT/통신/전자 분야에 이름을 올린 소네트의 앞에는 삼성, KT, 네이버랩스, LG전자, SKT가 있었다.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등이 개발에 뛰어든 로봇택시가 미래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손준우 의장은 사업 방향을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로 결정했다. 소네트는 정부가 지정한 6개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 실증지 중 한 곳인 대구시 테크노폴리스 지역의 실증 사업자로 선정됐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 지난달 첫 번째 시민 승객을 태웠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 없는 LV3 조건부 자율주행이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역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예요. 아파트 단지와 산업 공단이 조성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는 여전히 불편이 따르는 지역이죠. 저희 목표는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 시민 분들의 이동 편의를 향상시키는 거예요. 저희가 개발한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과 정류장을 선택해 예약할 수 있어요."

 

서비스 노선은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해 아파트 단지, 중심 상업 지구를 거쳐 비교적 외진 산업 공단 지역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을 짜다보니, 뜻밖에 재밌는 경로가 나왔다. 노선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서는 보행자의 무단횡단 상황을, 상업 지구에서는 도로를 막고 화물을 싣고 내리는 택배차를, 공단 지역에서는 도로 한 쪽에서 상하차를 하는 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을 매일같이 만난다. 자율주행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최고의 경로인 셈이다.

 

 

"'소멸도시'라는 게 있어요. 인구가 줄고 도심에 일자리가 몰리고 하면서 지방 도시가 소멸하는 거예요. 마을에 사람이 없어지니까 당연히 대중교통 서비스가 힘들죠. 그런 곳에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네트는 대중교통 운수 사업자에 자율주행차를 제공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유지·관리해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소네트는 지난해 화성시, 세종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그중 세종시 도담동은 원래 실증 사업자였던 업체가 갑자기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급하게 소방수로 투입됐던 지역이다.

 

"세종시 도담동 지역은 싱싱장터라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유치원, 학교들이 많이 밀집돼 있어 자율주행을 하기에는 굉장히 혼잡한 구간이었어요. V2X(차량사물통신) 인프라도 불안정한 상태였고요. 그런데 소네트가 딱 한 달 만에 세팅을 끝내고 두 달 동안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했어요. 필요한 거리도 다 채우고요."

 

손 의장은 세종시 사업 외에도, 자율주행 업체가 실증을 하다가 중도 포기한 여러 지구에서 구원투수 요청을 자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사전 세팅이 빠르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개월까지 걸리기도 하는 자율주행 최적화 작업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네트만의 특별한 '안전지도' 기술 덕분이다.

 

"자율주행에 유리한 지도 구조를 만들었어요. 기존의 정밀지도에 안전 속성을 추가한 건데요. 무단횡단이 많은 지역이라든지, 차선이 지워져서 인식이 잘 안되는 도로 등, 자율주행을 어렵게 하는 특징과 그에 맞는 대응 방법을 각각 기록해두고, 빠르게 지도 위에 반영하는 거예요. 원래는 소프트웨어로 하나하나 만져야 하는 부분을 지도만 금방 수정해주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 가서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유리하죠."

 

 

또 한 가지 소네트 자율주행 기술의 특징으로, 손 의장은 차량 개조 최소화를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 개발 업체들은 양산차를 개조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데, 양산차량을 개조하는 과정에선 조향·구동 모터를 추가하는 등의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 소네트는 기계적인 개조 없이 기존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추가적인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만으로 자동차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효율적인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오는 가격 경쟁력은 덤이다.

 

손 의장과의 인터뷰 전, 실제 일반 공공도로에서 소네트의 자율주행차를 시승했다. 운전석에 앉은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현재 법적으로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수동 운전을 하다가 운전대 옆 디스플레이의 버튼을 한번 누르자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는 것이 신기했다. 이 정도면 자율주행이 이제는 우리 삶에 정말 가까이 다가온 것 아닐까 생각됐다. 어떠한 숙제들이 남았는지 물었다.

 

 

"유상운송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사실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99% 정도는 운전자의 수동 조작이 필요 없어요. 그러나 100%는 아니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며칠 전에는 아침에 자율주행차가 나가려고 하는데, GPS가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 나중에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GPS에 오류가 있었고,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자율주행 중이었다면 곤란해질 수도 있었겠죠. 이런 상황을 커버할 수 있는 '중복(redundancy) 설계' 기술이 확보돼야 해요. GPS가 제 기능을 못할 때, 레이더가, 라이다가, 카메라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자율주행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기술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시범 지역 밖 자율주행 서비스에 대한 승인, 사고 시 법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존 일자리와의 충돌 최소화 등이다. 소네트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함께 양질의 대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차량 원격 관제·제어 기술도 착실히 연구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다 보니 뜻밖의 곳에서도 꽃이 피었다. 선박에 자율주행을 적용해줄 수 있냐는 우연한 부탁으로 시작하게 된 스마트항만 사업은 연구 자금이 많이 필요한 중소 스타트업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해주고 있다.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회사로서 힘든 점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보통 자율주행의 사회적 수용성을 얘기하면,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제가 정말 심각하게 느꼈던 건 다른 부분이에요.

 

자율주행차는 철저하게 위법하지 않도록 만들어져요. 횡단보도가 녹색이면 절대 지나가려고 하지 않죠. 그러다보니 저희가 자꾸 '준법 투쟁'을 하는 것처럼 돼요. 최근에 법 개정 이슈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통상 비보호 우회전을 할 때, 횡단보도가 초록불이어도, 그냥 지나쳐서 우회전을 하잖아요. 자율주행차는 기다리거든요. 그럼 그 이삼십초의 시간 동안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하고, 추월해가면서 창을 내리고 욕을 하기도 해요. 사회적 수용성은 '자율주행차가 법대로 운행했을 때, 일반 사람들이 인내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지' 같은 문제도 포함해요."

 

아직까지 외부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음에도,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네트. 정부 과제를 따내거나 수주할 때, 한 번도 영업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소네트의 인재상은 'CREST(꼭대기)'다. Curiosity(호기심), Respect(존중), Efficiency(효율), Self-motivation(자기주도), Trust(신뢰)의 앞 글자를 땄다. 여전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사업 운영의 원동력이라는 손준우 의장은 새로운 센서가 들어오면 까보고(?) 싶어 안달이 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과연 모든 역사와 문명의 찬란한 발전은 인간의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를 냉철한 사업가보다는 천진한 개발자에 가까워 보이게 하는 그 호기심이, 소네트를 환한 역사와 문명의 다음 페이지로 이끄는 날을 기대해본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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