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로청)의 ‘더 강력한’ 흡입력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장은 기존보다 더욱 다각적인 형태의 로청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글로벌 로봇 청소기 출하량은 2060만 대 수준으로, 매출은 93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성장세 자체도 지난해 재확인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2분기 이 시장 출하량을 617만 대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5% 성장한 수치다.
로청 한 대당 평균 판매가도 400달러(약 57만 원)선을 훌쩍 넘긴 452달러(약 65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평균 가격이 오른 만큼 고급형으로 시장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기존 모터(Motor) 스펙 중심에서 운용 품질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로청이 '돈값' 하냐는 것은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 갈린다.
글로벌 로청 시장이 커질수록 기능 경쟁은 과열되지만, 사용자 경험(UX)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진다. 작동은 하는데 복잡한 기능이 늘어날수록, ‘효용성’이 곧 제품의 가치가 된다. 예를 들어 전선 뭉치에 걸려 버벅이거나, 식탁 다리 사이에서 갇히고, 어두운 구석에서 길 잃고 멍 때릴 때. 그리고 청소 다 해놓고 정작 본인 집인 ‘스테이션(Station)’에서 뒷정리 못 하는 뒷심 부족도 마찬가지. 이 같은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앞으로 로청 시장이 지향해야 될 부분이다.
첫째는 ‘인식(Perception)’과 ‘주행(Driving)’이다. 얇은 케이블, 작은 장난감, 낮고 어두운 공간 같은 변수가 있을 때 가동 중단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핵심이다.
둘째는 ‘활동 반경(Coverage)’다. 장애물 피한답시고 멀찍이 도망만 가면 꽝이다. 피할 건 피하되 안 닦인 빈틈을 얼마나 칼같이 찾아가 채우는지,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하며 시간 낭비 안 하는지가 실력의 척도다.
마지막은 군더더기 없는 ‘끝맺음’이다. 자동 비움, 걸레 세척·건조, 물·오수 관리, 유지관리 알림까지 흐름이 스테이션 안에서 매끄럽게 완료되면 반복 사용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실제 체감에서 크게 나타난다.
지상으로 하강한 비행 지능...로청에 이식된 '드론 DNA'
이 지점에서 DJI의 첫 번째 로청 모델 ‘로모(ROMO)’는 흥미로운 사례다. DJI는 청소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인항공기(드론)와 카메라를 만들면서 ‘움직이는 피사체를 안정적으로 포착하는 기술’을 축적해왔다.
드론 등 기체가 공중에서 촬영할 때는 바람, 장애물, 조도 변화, 신호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제어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과 촬영 품질이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 기체가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안전하게 복귀하는 흐름이 DJI가 걸어온 제품 경험의 핵심 축이다.
로모는 이 원리를 바닥으로 옮겨 놓는다. 목표는 드론의 핵심 임무였던 ‘촬영’이 아니라, 커버리지, 걸림 회피 ,스테이션 도킹 이후 완결성 확보다. 로모 시리즈는 S·A·P 세 가지로 구성된다. 공통으로 인지, 경로 계획, 커버리지, 스테이션 자동화 등 기능적 연결을 강조한다.
특히 자사 플래그십 드론에서 파생된 밀리미터급 장애물 감지 성능을 전면에 둔다. 이때 ▲듀얼 어안 비전 센서(Dual Fish-eye Vision Sensor) ▲광각 듀얼 트랜스미터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Wide-angle Dual-transmitter Solid-state LiDAR)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인식 기술 등이 핵심이다. 사측은 이들 기술 역량을 결합해 2mm 두께의 케이블이나 카드 등 얇은 물체까지 인식·회피한다고 설명한다.
경로는 지도화(Mapping)·내비게이션(Navigation) 등 드론에 내재화된 기술을 다듬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장애물 때문에 잠시 돌아가더라도, 청소하지 못한 구역을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가 마무리한다. 무엇보다 전선·다리·코너 등 장애물에는 최대한 붙고, 양말·액체 등 기체에 리스크를 가하는 물체는 피하는 방식으로 이동 전략을 자동 조정한다.
여기에 가변형 청소 도구 ‘듀얼 플렉서블 암(Flexible Arms)’은 가구 하단이나 굴곡진 벽면 등 구석진 곳까지 청소한다. 가장자리·모서리에서 자동으로 확장·수축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구조다.
로모 시리즈의 청소 성능은 최대 2만5000파스칼(Pa) 흡입력과 물걸레, 그리고 스테이션의 셀프 클리닝가 하나의 세트다. 이 가운데 도크는 고압 워터 제트 4개, 12뉴턴(N) 하중 기반 걸레 패드, 대형 배출 구조를 통해 걸레를 세척·배출한다.

다른 점도 있다. ‘로모 S’는 로청 본체와 스테이션이 흰색 베이스 모델이다. ‘로모 A’는 ROMO A는 로모 S의 기능을 가져오면서 로봇 본체에 투명 디자인을 적용하고 강모·고무 일체형 롤러 브러시를 구성품으로 포함한다.
지상 항로를 기록하다...로청을 움직이는 ‘디지털 지휘소’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플래그십 에디션 ‘로모 P’는 기체·스테이션 모두에 투명 디자인을 채택해 미적 감각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이 밖에 바닥 청소용 세정액 역할의 ‘클리닝 솔루션 카트리지’와 ‘바닥 탈취제(Floor Deodorizer)’를 위한 추가 수납 공간을 더한 점이 특징이다. 두 액체를 걸레 패드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이는 ‘청소 이후 운용’까지 염두에 둔 포지셔닝이다.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DJI 홈(DJI Home)’은 이러한 활동을 손안에서 시각화하는 플랫폼이다. 맵이 만들어지는 순간, 구역이 나뉘는 지점, 청소가 진행되는 상태, 장애물 인식 결과, 원격 체크인까지 ‘운용의 기록’을 보고 쌓는 곳이다.
‘봇규가 다봐드림’의 첫 번째 로청 프로젝트는 주거·업무·식음료(F&B)·반려동물 등으로 공간을 세분화해 진행했다.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지도가 정확히 그려지는지 ▲장애물을 피한 기록이 남는지 ▲스테이션 도킹 이후 설계된 프로세스가 이어지는지 ▲구석진 모서리까지 '로봇 팔'이 뻗어 나오는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거실 평원보다 험난한 ‘주방 그림자’ 돌파기
집안 주요 생활 공간에서는 생활 오염 구간, 조도가 낮은 구간, 바닥재가 바뀌는 경계 구간 등이 산재한 주방과 같은 곳에서 로청의 가치 차이를 드러낸다.
로모는 주방, 특히 빛이 적은 밤 저조도 환경에서 센서 설계 의도를 드러냈다. 주방 안쪽을 향해 주행을 이어가는 로모는 조도가 떨어진 공간에서 다중 센서 융합으로 탐색을 이어간다.
DJI 홈에서는 로모가 주행하는 곳곳이 기록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주방처럼 다양한 조건이 겹치는 곳에서 흐름이 크게 끊기지 않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기본기는 일단 통과다.


▲ 로모의 브러시에는 로봇 암이 적용돼 확장 가능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케이블·지주·바퀴...오피스 밀림에서 생존하라
사무실은 로청에게 잔인한 공간이다. 케이블, 멀티탭, 의자 다리, 바퀴가 있는 의자, 삼각대 등 구조물은 로청의 동선을 어지럽게 한다. 이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청소 속도가 아니다. 중단을 줄이는 능력이다. 한 번 멈춤면 사용자가 개입하고, 그 순간부터 로청은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된다.
실제 '헬로티 뉴스룸'에서는 다양한 장애물을 돌파하는 미션이 들어간다. 바닥에 길게 놓인 케이블·명함 등 물체가 비정형으로 놓인 코스를 진입한다. 단순 회피 성공 여부를 넘어, 얇고 낮은 케이블을 인식하고, 2mm 수준으로 바닥에 붙은 명함까지 회피하는 능력을 구현했다.
여기에 복잡한 형태의 물체가 많은 곳에서의 검증도 이어진다. 대상물 접근 후 속도를 줄이는지, 방향을 조정하는지, 우회 후 다시 그곳으로 찾아가 작업을 수행하는지.
이 오피스 공간에서는 로모가 브러시·물걸레를 동시 운용하면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닥의 상태에 따라 쓸기와 닦기가 이어지는 리듬, 이들의 회전·속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이 관찰됐다.


▲ 로모가 바닥 오염물을 12N 하중을 가해 물걸레로 지우고, 지도화를 통해 확보한 동선을 청소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각종 장애물을 돌파하며 청소하는 로모 P(좌)와 원격 제어를 통해 공간을 살펴보는 DJI 홈 기능(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좁은 테이블 숲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법
식당과 같은 F&B 현장은 사무실과 다른 압박이 있다. 영업 전후라는 시간의 제약, 고객 동선, 자주 바뀌는 테이블 및 의자 배치, 출입구 주변의 잔사 등이다.
식당에서 로청에게 요구되는 성능과 그들의 임무는 ‘완성도·회복력 확보’다. 사무실에서와 같이 장애물을 피하는 것과 더불어, 다시 그곳으로 가 청소하는 것. 그리고 사무실보다 더 좁고 비정형적인 구간에서 빠져나온 뒤 또 다시 복귀해 작업하는 임무. 언제든 고객이 드나드는 환경이기에 청소의 완성도가 더욱 요구된다.
여기서 저조도 구간이 다시 또 등장한다. 주거·오피스 공간 대비 구석진 곳이 많고, 로청이 진입 가능하지만 애매한 높이의 공간도 여기저기 분포돼 있기 때문에 조도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중요하다.
특히 식당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에 장애물 형태도 제각이다. 식당처럼 비교적 면적이 큰 공간에서는 회피가 보수적일수록 빈 구간이 늘 수 있고, 그 빈 구간을 다시 메우는 능력이 운용 품질을 만들기도 한다.


▲ 사무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모 시리즈는 특화된 인지·분석 기능으로 다양한 장애물을 회피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때 원통형 구조물 주변을 붙어 청소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다. 이는 주행이 단순히 직진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각종 모서리를 커버하는 성능은 로모가 거주·오피스 형태 이외에도 주요 활동 거점임을 증명한다.


▲ 로모의 또 다른 강점은 굴곡진 동선에서의 활동성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청소’가 ‘수습’이 되지 않게...오물 지뢰 폭발을 예방하는 식별의 미학
로청이 지금처럼 ‘로봇 대중화’를 실현한 일등공신 중 하나가 반려동물 공간에서의 실용성이다. 털·입자류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사고다. 장난감, 젖은 구간, 예측하기 어려운 물체 등 한 번만 문제가 생겨도 수습으로 변질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털·배설물·장난감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물을 헤쳐가는 미션이다.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까지 해야 하는 고강도 임무다. 이 미션에서는 실제로 털 엉킴이 얼마나 관리되는지를 봤다. DJI 측이 엉킴 방지 브러시를 강조해서다.



▲ 세 가지 미션을 한데 수행하는 로모 P. 영상 속 각종 배설물은 실제가 아니라 기자가 제작한 모형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가운데 소변과 같은 오수를 회피하는 장면이 핵심이다. 로모는 반려 환경에서 불규칙 변수가 많은 물체를 회피하는 성능 또한 포인트다.


▲ DJI 홈에는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효율적인 구간 지정 청소 기능도 탑재됐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이 밖에 원격 제어 기능과 지도화는 반려동물과 함께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로모의 집' 스테이션, 충전 거치대에서 '청소 자동화 기지'로
로모 P는 청소 장면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다음 청소 회차에서 준비된 상태가 더 중요하고, 그 중심에는 스테이션이 있다. DJI는 고압 물 분사 자동 세척 베이스 스테이션, 유지보수 부담 완화 같은 메시지를 로모 P의 전면에 둔다.
도킹 이후의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진행하는 기지다. 비움, 세척, 건조, 알림. 작업이 매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사용자는 로봇을 '기계'보다 '운용 장치'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같은 로모 스테이션 운용 역시 DJI 홈에서 구현된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