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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가 간다] 판교 보도 누비는 AMR ‘뉴비’가 쏘아 올린 공...도심 데이터 자산으로 ‘자율주행 선순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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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봇 산업 전체 매출은 지난 2024년 6조1695억 원으로 처음 6조 원을 넘어섰고, 서비스용 로봇 매출도 6424억 원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제조업 로봇 밀도 역시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장 안 자동화(Automation) 기술에 머물던 로봇이 생활 공간과 도시 인프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외 자율주행로봇(AMR)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분위기다. 역세권·상가·광장·횡단보도 등이 얽힌 도심 한복판에서 AMR을 목격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로봇이 주문 접수, 점포 대기, 적재, 보행자 회피, 물품 수령, 충전 등을 조용히 해결하는 모습은 이미 현실화됐다. 이는 로봇 운영 밀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으로 풀이 가능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판교역 일대는 그 검증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지난 2023년 10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같은 해 11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각각 시행됐다. 이에 따라 운행안전인증을 마친 실외 이동 로봇은 법적 보행자 지위와 통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같은 실외 이동로봇 관련 규제가 풀린 뒤 성남시와 국내 AMR 기술 업체 뉴빌리티가 판교동·서현동 일대에서 시작한 로봇 배달은 도심형 로봇 서비스를 실제 생활권에 올린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실증(Pilot)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상권, 주거지, 공공 공간 안으로 로봇이 침투해 일상의 동선 속에서 반복 운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실증 넘어 실전으로, 판교 도심서 일상이 된 뉴비

 

성남시는 2024년 산업통상부(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혁신 로봇 실증 사업’에 선정돼 국비 3억 원을 포함한 총 4억3000만 원 규모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 사업을 추진했다. 판교역 일대 6대, 서현역 일대 4대 등 총 10대를 순차 투입하는 구상이다. 같은 해 9월 2일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뒤 당월 9일 판교역 광장에서 시연회도 열었다.

 

이때부터 서비스 구역은 판교역 일대, 주변 아파트 단지, 서현역 일대 등을 거치며 확장됐다. 처음부터 한 번 보여주고 끝내는 실증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 모델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던 셈이다.

 

기자가 판교 현장에서 만난 뉴빌리티의 AMR ‘뉴비(Neubie)’는 바로 그 전환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화면(UI)에서 점포와 메뉴를 고르고, 뉴비가 점포 앞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적재함에 물품을 싣고, 광장·보도를 지나 지정된 수령 지점으로 향하는 흐름을 취재했다.

 

 

뉴비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신호에 맞춰 멈췄고, 보행자가 몰린 구간에서는 속도를 낮췄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수령 절차를 마치고 다시 출발 지점이나 충전 거점으로 복귀했다. 여기서 로봇이 판교의 일상적인 보행 동선 안으로 들어와 자기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 포인트였다.

 

뉴빌리티가 애초에 설정한 방향성도 이 장면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고가 정밀 라이다(LiDAR) 센서 중심의 기존 AMR 설계와 다른 길을 택했다. 지난해 본지와 만난 이상민 대표는 5개의 카메라와 딥러닝(Deep-learning) 기반 3차원(3D) 인지 기술을 바탕으로, 실내외 복합 환경을 이해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로봇 하드웨어 원가를 낮추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많이 공급하고 오래 가동할 수 있는 실용 로봇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이야기였다.

 

판교 현장은 그 전략이 실제 도심 보행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자리였다. 김락희 뉴빌리티 제품팀장은 “실외 AMR의 가치는 같은 공간을 반복적·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서 나온다”며 “판교는 보행자 흐름, 상권 동선, 광장·횡단보도 등 비정형 상황이 함께 얽혀 있어 실제 서비스 완성도를 확인하기에 상징성이 큰 현장”이라고 말했다.

 

카톡으로 부르는 로봇...직접 써보니 "신기술 체험보다 익숙한 UX 흐름"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이동하는 뉴비(좌)와 뉴비 주행 1인칭 시점(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날 기자는 실제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사측이 내세우는 직관적 이용 방식을 경험했다. 우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채널 ‘성남형 로봇배달 서비스’를 친구 추가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이후 주문하기, 점포 선택, 품목 선택, 배송지 선택, 카드 결제 순으로 주문 등이 그 다음 순서다.

 

 

주문이 완료되면 기자와 가맹점에 각각 메시지가 도착하고, 로봇은 점포 앞으로 이동해 대기한다. 물품 준비를 마친 가맹점 관계자는 직접 로봇 적재함에 물품을 보관한다. 이어 로봇이 배달지에 도착하면 사용자가 앱 내 적재함 열림 버튼을 눌러 물품을 꺼내는 구조다. 이용 과정 자체는 복잡한 신기술 체험이라기보다 익숙한 배달 앱 흐름에 가까웠다.

 

 

▲점포 관계자가 물품을 투입하고(좌), 사용자가 물품을 수령한다(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성남시는 서비스 도입 초기에는 배달 수수료를 무료로 운영했고, 현재는 시민 대상 이용료를 건당 500원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관 측은 중소상공인에는 배달 부담을 낮추고, 시민에게는 새로운 배송 경험을 제공하도록 비용 체계를 설계했다고 전한 바 있다.

 

뉴빌리티 측에 따르면, 뉴비 한 대는 시간당 3~5건의 배달을 수행할 수 있다. 로봇 특성상 대기 없이 즉시 배차·출발이 가능해 처리량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뉴비는 성남 지역에서 기존 배달망이 선호하지 않는 단거리·저단가 주문을 맡아 지역 배달 인프라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락희 팀장은 “로봇 배달은 기존 배달을 모두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보기보다, 지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공백이 생기기 쉬운 주문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성남에서는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는 구조 안에서 로봇이 지역 배달 인프라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역설했다.

 

가맹점·사용자가 체감한 변화도 언급되고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존재가 라이더만이 아니라 뉴비도 됐다. 기존 배달 과정에서는 물품 준비 전후로 수령 시점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뉴비는 먼저 도착해 대기하다가 물품이 준비되면 곧바로 적재해 출발할 수 있어 운영이 한결 단순해졌다는 후기가 있다. 입주민 입장에서도 배달 대기 시간 편차가 줄고, 단지 안 이륜차 이동이 감소하면서 조용하고 안전한 배송 수단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김 팀장은 “점주 입장에서는 음식이 준비됐을 때 바로 적재해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체감된다”며 “입주민 쪽에서는 조용하고 일정한 배송 경험, 단지 내 이륜차 이동 감소에 따른 안전 측면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배달 가능 거리가 도착지 기준 반경 1.5km고, 커피·치킨·샌드위치·분식 등 간식류를 중심으로 20kg 이내 물품을 다루는 구조다. 사측은 향후 승강기 연동과 공동 현관 출입 기능을 추가해, 문 앞 배달까지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배달 뉴비에 경광등 달자 순찰차로 변신...도심 치안의 눈 되다

 

 

판교 현장에서 또 눈에 띈 것은 뉴비의 역할이 배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순찰 전용 뉴비는 도심형 실외 자율주행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두 뉴비는 기본 플랫폼을 공유한다. 다만 순찰형에는 상단 순찰 카메라와 경광등이 추가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배달형을 기본 베이스로 두고 순찰 기능을 얹는 방식으로 생산성과 관리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뉴빌리티 측 강조점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김 팀장은 “배달·순찰을 별개의 로봇으로 확장하기 보다, 검증된 단일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임무에 맞는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생산과 유지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같은 실외 주행 역량이 여러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여 언급했다.

 

성남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서현역 광장, 판교역 광장, 야탑동 상희공원, 율동공원 등 네 곳에 순찰 뉴비를 배치해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이후 실증 단계를 거쳐 현재는 도심 치안 현장에 본격 투입된 상태다. 순찰 중 영상은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체계와 연동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술 외 변수가 드러났다. 행인이 호기심에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면서 로봇 운행이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된 것. 비상정지가 작동하면 로봇은 즉시 멈추고, 현장 인력이 직접 해제해야만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사측에 따르면, 실제로 현장 요원이 출동해 조치한 사례도 있었다.

 

뉴빌리티는 비상정지 스위치 주변에 안내 라벨을 부착해 임의 조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일화는 시민과의 접점, 현장 대응, 관제 체계, 안내 방식까지 모두 운영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라는 것을 시사했다.

 

김 팀장은 “실외 서비스는 로봇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호기심에서 비롯된 작은 행동도 운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장 안내와 시민 이해, 관제 대응 체계를 함께 다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기에는 호기심의 대상이던 뉴비가 시민과 소통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뉴빌리티는 이 같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외연도 넓히고 있다. 향후 실내 쇼핑몰과 주차장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드웨어 원가 파괴하는 뉴빌리티 '실용주의'...TCO의 마법?

 

뉴빌리티는 판교에서 증명하려는 것이 서비스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로봇을 일상생활에 많이 보급하고 오래 운영 가능한 실용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핵심은 센서 구성과 총소유비용(TCO)이다.

 

이상민 대표는 본지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기존 AMR이 고가 라이다 센서에 의존했다면, 뉴비는 하드웨어 원가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며 “도심 보행 환경과 날씨 변화까지 감당할 수 있는 시각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성능이 핵심”이라고 공론화한 바 있다.

 

▲판교 현장에서의 뉴비는 앞선 하드웨어 설계를 통해 횡단보도에서 갑작스러운 환경에서 위험을 회피하고(좌), 주행을 이어간다(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설계 철학은 판교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뉴비는 보행자, 광장, 횡단보도, 상가 앞 대기 구간이 촘촘한 판교역 일대에서 5개 카메라에서 얻는 2차원(2D) 영상 정보를 딥러닝 모델로 상황을 처리한다.

 

동시에 실시간 3D 공간을 파악하는 기술을 통해 강한 햇빛, 비, 눈 등 조건 변화에도 대응한다. 사측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복잡한 시스템통합(SI) 공수 없이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생태계로 진출하는 단일 역량 “데이터는 현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 측은 현장에서 뉴비를 반복 운행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자율주행 성능 고도화에 활용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자사 서비스 내부에만 두지 않고 외부 적용 가능한 기술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범용 자율주행 모듈 ‘뉴빌리티 센스(Neubility Sense)’는 이런 방향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자사 로봇은 물론 다양한 로봇에 적용해 실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김락희 팀장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쌓은 데이터의 가치는 현장 한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뉴비 운행 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주행 경험을 학습시켜 자율주행 성능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를 뉴빌리티 센스로 제품화해 다른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 개발 방향”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통합 관제 플랫폼 ‘뉴비고(Newbego)’도 이 전략의 한 축이다. 이는 주행 거리, 배터리 소모 패턴, 돌발 상황 발생 빈도 등을 지속 반영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자동 경로 생성·편집, 예측 정비 기능도 여기에 포함된다. 로봇 초기 도입 비용뿐 아니라 운영·유지보수 부담까지 낮추겠다는 회사 전략이 녹아있다.

 

이렇게 현장에서 쌓아 올린 운영 실적은 뉴빌리티 기술의 핵심 토대가 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영 거점은 142곳으로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실내외 AMR 305대가 현장을 누비고 있다. 연간 서비스 횟수는 4만4638회, 누적 주행거리는 7만 8497km에 달한다.

 

▲뉴비는 목적과 의도에 따라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각종 데이터를 자산화한다. 특히 순찰 뉴비는 흡연이 금지관 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포착하면 소리로 경고를 보낸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뉴빌리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심 라스트마일의 기술력을 산업 현장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물류 종착지인 소비자 집 앞까지 물품을 전달하는 이 구간은 비정형 장애물과 돌발 변수가 많아 로봇 자율주행 기술의 최종 시험대로 불린다.

 

회사는 배달·순찰용 로봇 운용 노하우를 기반으로 200~300kg급 중량물 이송이 가능한 산업용 AMR 라인업 확장을 검토 중이다. 이미 경기 파주 소재 LG디스플레이 사업장 내 식음료(F&B) 배달 서비스 등 산업단지 공급 사례를 통해 관련 역량을 확보했다. 복합 도심에서 검증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물류 등 정형화된 산업 환경까지 정조준하겠다는 것이다.

 

김락희 팀장은 “판교는 뉴빌리티가 실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제 생활권에서 검증·고도화하는 핵심 운영 거점”이라며 “이곳에서 축적한 경험이 다른 지역 서비스 확장과 제품 고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뉴빌리티는 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부산 등지로 배달·순찰 로봇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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