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배너

[헬로T부동산] “불 끄는 물이 아니라, 구조 바꾸는 칼이 될 수 있을까”

URL복사

 

지난 6월 27일, 이재명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속도 조절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핵심은 대출 규제를 통해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구조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단기적인 충격 이후엔 언제든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은 '불끄기용 물세례'에 그칠까, 아니면 시장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칼이 될 수 있을까.

 

이번 대책은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된다. 첫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대출 실행 후 6개월 내 실거주 전입 의무를 부과해 ‘갭투자’를 사실상 원천 차단한다. 둘째, 다주택자는 원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며, 1주택자의 추가 구입 시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제한된다. 셋째, 생애최초 구입자의 경우에도 수도권 기준 LTV(담보인정비율)가 80%에서 70%로 축소되고, 전세대출 보증도 강화된다. 요컨대, 대출 자체를 조인다눈 내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단기 효과는 분명하지만, 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출 규제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 등으로 유동성이 다시 풀리면 시장은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함영진 랩장 역시 “단기 거래량은 줄겠지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엔 여전히 유동성이 많고 대체 투자처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출 규제를 피한 외곽 지역이나 중저가 아파트로의 수요 분산 현상은 이미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단순한 가격 억제가 아니라 ‘거래의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규제가 수요를 누르면 공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시장 참여자의 태도 자체를 바꾸고자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접근이다. 특히 갭투자 차단과 전입 의무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원천적으로 막아, 실거주 위주의 수요만이 살아남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구조를 바꾸는 칼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대출 규제로 인해 생겨나는 자금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 공급 확대나 지방 이전과 세제 혜택을 통한 분산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전세대출 제한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시장은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가 던진 시그널이 단기적인 조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그 신호가 지속 가능하려면, 정책은 ‘규제’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산 가격을 억누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이 안심하고 집을 살 수 있는 구조적 신뢰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대책은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건 이 대책이 향후 몇 개월 내 거래를 줄이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부동산 = 투기’라는 공식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에는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공급 균형, 그리고 지역 간 형평성이 자리해야 할 것이다.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













배너

배너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