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로즈업 세줄 요약]
ㆍ10주년 맞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 AI 시대의 글로벌 생태계를 논하다
ㆍAI 기술의 핵심은 ‘사용자의 문제 해결’...문화적 다양성과 윤리적 검증 중요
ㆍ창업 성공 키워드는 초기 유저와의 밀착,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사람 중심의 철학
구글코리아가 17일인 오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해 온 여정을 돌아보고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0주년 행사에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을 비롯해 주한 미국대사관, 중소벤처기업부 등 국내외 주요 인사와 스타트업, 벤처사 등 관계자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개회사를 맡은 캐런 피스터(Karen Fiester)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글로벌 디렉터는 “10년 전, 한국 캠퍼스 개소식에는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가 참석해 축하에 함께했고, 이후 에릭 슈미트 전 CEO 등 수많은 인물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자리는 단순한 공간의 기념이 아닌 창업자가 이뤄낸 혁신과 진보를 축하하는 시간”이라며, "캠퍼스 커뮤니티는 현재 5만 명에 달하고, 스타트업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억 달러, 창출 일자리는 5000개 이상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사말을 전한 조이 M 사쿠라이(Joy M Sakurai) 주한 미국대사관 공관차석은 “한국 캠퍼스는 전 세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라며 “한국의 생태계는 인상적이며, 미국과 한국 간 기술·무역 파트너십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 상무부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Select USA Tech’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2026년 5월 열릴 차기 행사에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이 많다”며, 실제 프로그램과 구글 캠퍼스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임정욱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구글 캠퍼스 서울은 2015년 개소 이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끈 상징적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민관 협력 모델인 ‘창구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2019년 출범한 창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졸업 기업 중 하나인 ‘뤼튼 테크놀로지스’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생성형 AI 앱으로 성장했다.
임정욱 실장은 “구글 캠퍼스는 2024년 1분기에만 6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선발된 100개 기업 중 46%가 AI 기술을 도입했다”며 “AI 도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 김경훈 사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창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장을 찾은 국내외 스타트업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후 행사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패널토크가 진행됐다. 첫 순서로는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와 우찬민 라이너AI COO가 '한국 대표 스타트업 원티드랩과 라이너 AI가 선보이는 AI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은 구글코리아 박지혜 마케팅 총괄은 “원티드랩은 10년 전 개소식부터 함께한 파트너사며, 지금도 스타트업 채용 문화를 변화시킨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라이너는 구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무대로 진출했고, 현재는 AI 검색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진 기업”이라고 말했다.
우찬민 COO는 “우리의 강점은 각 문장마다 정확한 출처를 제공함으로써 AI의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라며 “대학생, 대학원생, 리서처를 위한 최적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기 대표 역시 “원티드는 채용 매칭 과정에 AI를 적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일본 기업과의 협업으로 해외 확장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스타트업 모두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패널토크에서는 AI 기술이 각 기업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도 논의됐다. 우찬민 COO는 “연구자와 대학생들이 실제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영역은 정보 탐색과 정리”라며 “라이너는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리서치 과정을 몇 분 이내로 단축시켜, 사용자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하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기 대표는 “AI 적용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사용자의 시간 절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원티드는 기존의 채용 검색 방식에서 벗어나, 유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인재를 자동 리스트업하고 인터뷰까지 연동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350만 명의 유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 매칭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내부 서비스 자동화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에 SaaS 형태로 제공되는 점도 원티드랩의 차별화 포인트로 소개됐다. 두 대표 모두 “AI는 기술이 아닌 문제 해결의 도구이며, 궁극적으로 고객 중심의 사고가 모든 기술 전략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라이너는 AI 검색 기술 고도화로 ‘출처 기반 응답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한 문장 요약이 아닌, 각 문장마다 해당 정보를 지지하는 논문이나 연구 자료의 출처를 명시함으로써 정보 신뢰도를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특히 학술 사용자층에서 높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MAU가 급증하고 있다.
원티드랩은 에이전트 빌더라는 자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내부에 약 100개의 AI 에이전트를 운영 중이다. 이 빌더는 채용 과정 중 비효율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며, 채용 확률이 높은 인재를 우선 추천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원티드랩은 머신러닝 기반에서 시작해 현재는 맞춤형 AI 매칭 알고리즘을 SaaS 및 온프레미스 형태로 외부 기업에도 제공 중이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이는 기업의 실제 채용 성사율 향상에 기여한다.

두 번째 순서로는 브래들리 호로위츠(Bradley Horowitz) 전 구글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과 아루시 셀반(Aarush Selvan) 구글 딥마인드 프로덕트 매니저가 '실리콘밸리 리더들과 함께하는 AI 제품 개발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기술과 제품, 그리고 AI가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했다.
제품 개발의 초기 전략에 대해 브래들리 호로위츠는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초기에는 작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가장 열정적인 사용자에게 집중하며 제품을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파워 유저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모든 사용자를 파워 유저로 만드는 것이 구글의 철학이었다”고 덧붙였다.
AI 기반 창업의 기회를 묻는 질문에 브래들리 호로위츠는 “플랫폼 레벨의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소수지만, 그 위에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레벨의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모바일 생태계처럼 AI 생태계도 수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한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을 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루시 셀반은 “예전에는 영어 중심으로 기능을 개발한 뒤 다른 국가에 맞췄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다국어·다문화 관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시장을 위한 몰입형 리서치와 현지 전담팀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적 통찰을 기반으로 실제로 유저에게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미나이 기능 개발 사례를 언급하며 “내부적으로 큰 확신을 가졌던 기능이 실제로는 유저 반응이 미지근했던 경우가 있다”며 “반면, 초반에 큰 기대 없이 실험했던 기능이 강한 유저 피드백을 불러오며 핵심 기능이 된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저의 정서적 반응이 제품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위험성과 윤리에 대해 브래들리 호로위츠는 “AI 그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악의적인 사람이 쓴다면 파괴력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반면 아루시 셀반은 “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과 특정 문화적 편향을 동시에 고려하며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며 “레드팀을 통해 유해성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 코코지(Kokozi), 일본 aiESG, 싱가포르 ErudiFi, 말레이시아 FeedMe, 인도 Devnagri AI 대표 등이 참여해 '아태지역 마켓 인사이트 : 각국 스타트업이 전하는 성장 전략과 성공 비결'을 주제로 순서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위한 인사이트 공유와 함께, AI 기술 기반의 협력 모델이 미래 혁신의 핵심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은 앞으로도 글로벌 진출의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