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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컬처] 산업기술, 문화예술을 기록하다 ‘디지털 복원과 아카이빙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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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에서 관객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는 기본적으로 일회성과 휘발성을 전제로 한다. 무대 위 공연은 막이 내리면 사라지고 전시 공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철수된다. 그러나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보존돼야 하는 문화유산의 경우, 자연재해나 시간 경과로 인해 손상되기 쉽고 감각적인 구성 역시 물리적 형태와 함께 소실된다. 이러한 속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문화예술계는 산업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아카이빙 시도가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공간 제약 없이 더 많은 관객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체험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본래 3D 스캐닝, 디지털 트윈, 포토그래메트리 등은 원래 제조·건설 분야에서 활용되던 기술이다. 현재 이 기술들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적용돼 예술 작품의 구조·동선·질감·시선 흐름까지 정밀하게 디지털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복원 사례: 노트르담 대성당부터 미륵사지까지

 

 

3D 스캔 기술이 문화유산 복원에 직접적으로 활용된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2019년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당시, 2010년 바사르대 앤드루 탤런 교수가 수행한 3D 레이저 스캔 데이터가 복원 기준 자료로 활용됐다. 건축물 내부와 외부 구조를 밀리미터 단위로 캡처한 이 데이터는 복원 설계와 구조 분석의 중요 기초 자료가 됐다.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 전시가 개최됐다. 해당 전시는 관람객이 3D 영상 기반 AR 콘텐츠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만나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람객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AR 체험 전시관에서 화재 이전 대성당 내부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된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유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관람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문화 자산을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 3D 스캐닝을 도입해 문화재를 복원한 사례로는 전북 익산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 석탑 해체 및 수리 과정에서 전면 구조를 정밀 스캔해 석재별 위치, 형태, 손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으며 해당 자료는 향후 보수 작업 및 디지털 콘텐츠 활용 기반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복원과 아카이빙 기술의 진화

 

 

디지털 복원 전문 기업 스캔비는 전통 건축물의 구조적 특징과 시각적 요소를 고해상도 컬러 3D 스캐너로 측정해 디지털로 기록하고 있다. 기와의 곡률, 목재의 결, 문양과 색상 등 세부 정보는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로 구축되어 실물 도면보다 정밀한 재현성과 재구성 가능성을 제공한다. 해당 데이터는 향후 건축 문화재 복원 설계뿐 아니라 온라인 전시, 가상 체험 콘텐츠 제작 등 2차 활용까지 염두에 둔 방식으로 구축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3D 전문 토탈 솔루션 기업 포디게이트는 충북 음성군 광명선원의 대형 목각 불화인 ‘후불목탱화’를 대상으로 정밀 3D 스캔 작업을 수행했다. 해당 목각화는 높이 약 4m 너비 8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로, 기존에는 도면 없이 수작업으로만 복제·보존이 가능했던 대상이었다. 포디게이트는 비접촉 방식의 광대역 스캐닝 기술과 고정밀 정밀 스캐닝 기술을 병행함으로써 외형 구조부터 미세한 표면 질감, 조형 디테일까지 전방위 데이터를 확보했다. 특히, 얇은 곡면과 복잡한 입체 형태, 미세 균열까지 기록하는 고해상도 스캔 기술을 적용해 예술적 원형을 정밀하게 디지털화했다. 수집된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는 후처리 과정을 통해 3차원 메시 모델로 완성됐다. 이는 동일 형상의 복제 제작뿐만 아니라 보존 설계, 디지털 전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3D 스캔 기술은 전통문화 보존을 넘어 감각적 체험의 전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전시의 확장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전시 공간에도 본격적인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전시관 전체를 3D 스캔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사이버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실제 전시 공간을 정밀 측정한 후 가상 전시관을 제작해 온라인상에서도 전시 구성과 동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VR 콘텐츠를 넘어, 공간 설계, 정보 배치, 조명 연출 등 전시 기획 전반을 통째로 기록하는 복합형 아카이빙 시도로 평가된다. 전시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콘텐츠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은 전시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방안이 되고 있다.

 

문화유산 기록의 현재와 과제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기능과 예능을 도서, 영상, 사진 형태로 기록화하는 사업을 199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통공예, 공연예술 등 무형유산 종목의 실연과 전승 현황을 기록하는 방식이며 기록된 자료는 일부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유형 문화재에는 3D 스캔이 진행되는 것에 비해 무형 문화재는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영상 및 사진 중심의 기록이 주를 이루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무형유산의 입체적 재현을 위한 융합 기술 도입도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빙의 정확도와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볼류메트릭 캡처, 실시간 센서 기반 기록 기술 등 향후 산업기술 기반의 융합 전략을 고려해 볼 시점이다.

 

예술은 현재를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내며 순간에 머문다. 이러한 찰나성은 예술의 본질적 특성이지만, 문화예술 아카이빙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작업이다. 시간이 흐르며 물질적으로 소실되는 작품을 디지털 기술로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형태를 남기는 수준을 넘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시대가 현시대성을 담아 예술의 역사를 미래로 전하는 일이다. 산업기술은 예술을 복원하는 수단을 넘어서 실재하지 않는 것을 기록하고 상실을 준비하는 도구로 기능하며 예술의 파트너가 된다. 실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남을 수 있는 방식은 보존을 넘어선 문화적 재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산업기술은 예술의 보조수단이 아닌,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동반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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