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을 읽는 스마트한 습관 [글로벌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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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스] ‘미래에서 온 마라토너?’ 세계 최초 로봇 하프 마라톤, 인간 넘어섰을까?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언젠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달 19일 중국 베이징 소재 이좡(亦莊)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 경기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업체·대학 등에서 개발한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가했다. 로봇들은 약 1만2000명의 인간 참가자와 경쟁했는데, 안전을 위해 울타리로 구분된 별도의 차선에서 나란히 달렸다. 코스는 평지·경사로 등이 혼재된 21.0975㎞의 거리였다.
참가 로봇은 인간 참가자가 레이스 중 물을 보충하는 것처럼, 뛰는 도중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동력을 추가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더 이상 경주에 참가할 수 없는 로봇은 같은 브랜드의 다른 로봇으로 교체 가능했지만, 교체 시 10분의 페널티가 부과됐다.
참가 로봇은 주행 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에서 손을 잡고 달리는 보조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일부 로봇은 목줄에 묶여 있거나, 리모컨으로 조종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로봇은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天工) 울트라’다. 해당 로봇은 최대 시속 12km, 평균 시속 8km를 보이며,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배터리는 총 세 번 교체했다.
이는 인간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 보유자 ‘제이콥 키플리모(Jacob Kiplimo)’가 기록한 56분 42초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아울러 이날 남자부 인간 우승자의 1시간 2분에도 못미치는 기록이다. 이번 마라톤 대회는 적어도 달리기 능력에 있어서는 인간이 로봇 대비 여전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자전거 타기, 라운드 하우스 킥, 공중제비 등을 선보이는 인간형 로봇이 다양한 매체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중국 국영 언론은 이러한 로봇 기술 발전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반도체] TSMC의 다음 타깃은 1.4나노...공정의 진화는 계속된다
TSMC가 2028년부터 1.4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이는 현재의 3나노, 향후 2나노를 잇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이자,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과 AI 시대의 수요에 정조준한 행보다.
TSMC는 4월 2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2025 북미 테크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케빈 장 수석부사장은 “A14는 N2(2나노) 대비 최대 15% 빠른 속도, 30% 낮은 전력 소비, 1.23배 향상된 트랜지스터 밀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1.4나노 공정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2세대 기술과 나노플렉스 프로(NanoFlex Pro) 아키텍처가 적용된다. 특히 나노플렉스 프로는 설계자가 칩의 워크로드 특성에 따라 소비전력·성능·면적(PPA)을 세밀하게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 유연성과 효율성 모두를 끌어올리는 차세대 아키텍처로 주목받고 있다.
TSMC는 후면 전력공급(backside power delivery)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2029년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전력선을 웨이퍼 뒷면으로 옮겨 회로 상단의 혼잡도를 줄이고,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혁신적 구조로 꼽힌다.
TSMC는 2024년 한 해 동안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공장을 포함한 대규모 AI 칩 생산 거점을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 생산도 이미 시작됐다.
이번 로드맵 발표는 단순한 기술 진화 선언을 넘어, TSMC가 향후 5년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AI 수요가 견인하는 반도체 경쟁의 무대는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TSMC는 그 중심에서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
[IT] 구글, 광고 기술 독점 ‘유죄’…美 법무부에 패소
미국 법원이 구글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법무부와 주정부들의 반독점 소송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이는 미국 법무부와 17개 주 정부가 공동 제기한 반독점 소송 결과로, 구글은 광고 중개 전반을 독점하면서 경쟁을 제한하고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강화한 것으로 판단됐다.
법원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중추 기술을 모두 통제해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광고 서버·광고 교환소·광고 구매 도구 등 온라인 광고 거래의 주요 기술을 자사가 모두 보유하면서 광고주와 매체 양측에 불공정한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자사 광고 서버를 사용하는 웹사이트가 타사 광고 교환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구글 광고 도구를 사용하는 광고주에게만 우선 입찰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과징금 수준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법원은 구글의 구조적 시정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으며 향후 광고 사업부 분할이나 자산 매각 등의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구글 측은 “광고 기술 시장은 치열한경쟁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자사 플랫폼은 광고주와 매체 모두에게 효율성과 수익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광고 기술 플랫폼의 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재검토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AI가 뉴스를 ‘인용’하는 시대...오픈AI-언론사 협업 어디까지 갈까
생성형 AI 기술과 전통 미디어 간의 협력 구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오픈AI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콘텐츠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챗GPT는 WP의 기사를 요약·인용하고, 원문 링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질문에 응답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 측은 “이용자가 챗GPT에 질문하면 항상 명확한 출처와 함께 WP 콘텐츠가 제공되며, 기사 전체로의 직접 연결 링크도 함께 제공된다”고 밝혔다. 이는 챗GPT의 정보 제공 과정에서 출처 명시와 저작권 준수를 강화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콘텐츠 사용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WP 역시 AI 기반 콘텐츠 요약 및 생성형 도구를 개발해 온 상황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양측의 기술·저널리즘 융합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WP는 지난 1년간 AI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자사 뉴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시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는 이미 전 세계 160개 이상의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챗GPT가 더 풍부하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뉴스 생태계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2023년 말 뉴욕타임스(NYT)로부터 콘텐츠 무단 사용과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을 당한 바 있어, 이번 WP와의 계약은 AI 기업이 언론과 충돌이 아닌 공존을 택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으로도 해석된다.
AI가 뉴스의 형식을 빌려 더 정교해지는 시대. 오픈AI의 이번 선택은 ‘지식 생산과 소비의 윤리적 재설계’에 대한 시도이자, 기술과 저널리즘의 새 경계를 실험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물류] 머스크(Maersk), 프랑스 드냉(Denain)에 첫 창고 공식 개장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 머스크(Maersk)가 프랑스 드냉(Denain)에 첫 번째 창고를 공식 개장했다. 지난 23일, 오드프랑스(Hauts-de-France) 지역 GLP 파크 드냉(GLP Park Denain)에서 열린 개장식에는 시 및 지역 관계자를 비롯해 유수의 파트너사들이 참석해 새로운 물류 허브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번에 문을 연 드냉 창고는 75,000㎡ 규모로 머스크가 프랑스에 처음으로 설립한 시설이다. 이로써 머스크는 유럽 15개국에서 운영 중인 40개 이상의 창고 및 유통센터에 더해 프랑스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머스크 유럽 지역 총괄 부사장인 아이메릭 샹다보안(Aymeric Chandavoine)은 “이번 개장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프랑스 시장과 고객,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라며 “머스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프랑스 고객들에게도 최고 수준의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드냉이 위치한 오드프랑스 지역은 파리, 브뤼셀, 런던 등 주요 유럽 도시와 인접해 있으며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전략적 물류 거점이다. 1990년대부터 물류 허브로의 전환이 시작된 이 지역은 현재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아레스 부동산(Ares Real Estate)의 대표이사 필립 그라지아니(Philippe Graziani)는 “이번 개발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사회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머스크와 지역 행정 당국의 협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새 창고는 지속가능성과 최신 기술을 반영하여 BREEAM ‘Very Good’ 인증을 획득했다. 도크 85개, 11.4m의 천장 높이, 5톤/㎡의 바닥 하중, 35m의 트럭 야드를 갖추고 있으며 대형 트럭과 소형 차량의 동선을 분리한 구조와 자동 도킹 시스템도 도입됐다.
헬로티 뉴미디어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