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 드림팀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해
40여 개 산학연 ‘콜라보’...국가 주도로 2030년까지 1조 원 지원사격한다
공용 AI, 하드웨어 및 부품, AI 반도체, 배터리 등 로봇 기술 고도화에 ‘한뜻’
인간의 모습을 모사한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가 로보틱스 영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테슬라·엔비디아·구글·메타·오픈AI·애플·아마존 등 이른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베팅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 기조 연설자로 나선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피지컬 AI(Physical Artificial Intellegence)’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해당 개념은 로봇의 두뇌를 담당하는 기술로, 로봇이 실제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로보틱스 분야 차세대 솔루션이다.
이 흐름에서 우리나라도 미래 K-로보틱스 판도를 뒤흔들 국가 주도의 방침을 발표했다. 이달 10일 본격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이 베일을 벗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주도하는 이 협의체가 이날 서울특별시 중구 소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돛을 올렸다.
이번 K-휴머노이드 연합은 앞서 언급한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미국·중국 등 경쟁국과 발 맞추기 위해 결성됐다. 이를 위해 40여 개 산학연이 총집합했다. 참여 주체는 각 전문 분야에 따라 총 6개의 그룹에 포함되고, 전문 그룹 대표로 구성된 총괄위원회가 유기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1개의 전문 그룹을 필두로, AI 개발·로봇 제조사·로봇 부품사·로봇 수요 기업·대학 인재 연합·연구 및 전문가 등 6개 그룹이 구성된다.

이 안에는 서울대AI연구소·연세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등 학계와 레인보우로보틱스·에이로봇·홀리데이로보틱스·로브로스·블루로빈·위로보틱스·엔젠로보틱스·뉴로메카·두산로보틱스·HD현대로보틱스 등 로봇 업체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들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 원 이상의 민관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핵심 어젠다는 ‘로봇 공용 AI 모델 개발’, ‘하드웨어 및 부품 고도화’, ‘AI 반도체 및 모빌리티용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인력 양성’, ‘공급·수요 기업 연계’ 등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2025년 15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서 2030년 380억 달러(약 55조4000억 원)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산업”이라며 “특히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돼 발 바르게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최강국을 위해 산학연이 함께 뜻을 모은 만큼, 산업부도 최선을 다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협력 협약서에 서명한 기업·단체는 약 5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AI부터 배터리까지...휴머노이드 완전체 구현한다
우선 연합은 AI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AI 개발 그룹은 로봇 제조사 그룹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로봇 공용 거대 AI 모델을 오는 2028년까지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AI 모델은 로봇 제조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장병탁 서울대AI연구소장,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이승준 부산대 교수 등 국내 AI 및 로봇 전문가 15명이 한데 뭉친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의 인재와 협력해 과제가 진행되며, 로봇 제조·부품사 그룹은 로봇에 AI를 탑재한 후 운영된 데이터를 AI 개발 그룹에 제공해 모델 개발에 기여한다.
다음으로, 로봇 제조사 그룹과 로봇 부품사 그룹은 더욱 향상된 로봇 하드웨어 및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개발을 맡는다. 오는 2028년까지 로봇 무게 60kg 이하, 관절 수 50개 이상의 자유도(DoF), 가반하중 20kg 이상, 2.5m/s 이상의 속도 등을 갖춘 고사양 로봇을 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센서·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부품도 함께 고도화한다. 기존 대비 정교한 물체 조작을 지원하는 힘·토크 센서, 인간 손 감각을 구현하는 촉각 센서, 유연성을 갖춘 경량화 액추에이터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 가운데 액추에이터용 감속기 업체 ‘이스턴기어’, 로봇 시스템통합(SI) 및 하드웨어 업체 ‘브릴스’, 휴머노이드 로봇 핸드 업체 ‘테솔로’, 로봇 센서 업체 ‘에이딘로보틱스’, 로봇 액추에이터 및 하드웨어 업체 ‘로보티즈’ 등 업체가 함께 역량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산업부는 로봇 연구개발(R&D)·인프라·실증 등 예산을 활용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연합 내 2개 이상의 기업 간 기술 개발 협력과제에 대해 우선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로봇 예산 증액을 목표로, 관계 부처, 국회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동시에 로봇 제조사 등이 휴머노이드 개발 과정에서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도 올해 상반기 중 구축한다. 해당 인프라는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실증 공간과 영상·촉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 시뮬레이터 등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NVIDIA)가 개발한 로봇 시뮬레이터 플랫폼 ‘코스모스(Cosmos)’의 한국판 개발을 목표로 한다.
끝으로, 연합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직접 탑재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반도체와 모빌리티용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와 고밀도·장수명·고안전의 배터리가 필수로 적용된다.
이번 연합에는 리벨리온·딥엑스 등 반도체 업체, SK온·LG엔솔·삼성SDI 등 이른바 국내 배터리 3사 등 분야별 전문 업체가 참여한다. 이 또한 연합 내 로봇 업체와의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 전개되며, 이를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산업부는 로봇용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대규모 R&D 사업을 추진한다. 연합 출범을 계기로 로봇 기체, AI, AI 반도체, 배터리, AI 컴퓨팅 등 관련 유망 산업도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구축”...시스템 내실까지 다져
산업부는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스타트업·인재 등을 적극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연합과 협력해 유망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해 연합에 포함시키고, 이들의 창업과 투자 유치 등을 적극 지원한다. 이 일환으로 연내 휴머노이드 로봇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내 주요 20개 대학을 연합에 포함해 학부생이 연합 주요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인재 양성에 적극 지원한다.
이어 휴머노이드 제조·제공하는 공급 기업과 개발된 휴머노이드를 실제 현장에 도입하는 수요 기업 간 협력 강화를 도모한다. 공급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용되는 현장에서 도출되는 학습·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며, 수요 기업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안전 환경 구축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연합은 휴머노이드 로봇 및 과제에 대한 수요 기업의 주목도를 높이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 세미나, 쇼케이스, 경진대회 등을 수시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요 기업은 공급 기업이 가진 기술력·잠재력 등을 확인하고, 그 결과로 공동 기술 개발,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 연계 효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로봇 공급·수요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로봇 공급·수요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다”며 “선정된 협력 과제는 정부의 R&D·금융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