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한국산업은행과 국내 AI 생태계 발전 위한 MOU 체결해
오픈AI가 한국산업은행과 인공지능(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국내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26일 ICT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픈AI와 한국산업은행은 화상회의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오픈AI는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제작에 오픈AI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GPT-4o를 활용하는 등 국내 기업과 협력한 바 있지만 MOU를 체결해 사업 방안을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약은 국내 AI 스타트업 지원과 한국어 맥락에 맞춘 AI 모델 개발, 국내 데이터 센터 개발 가능성 모색 등 포괄적인 AI 생태계 육성 방안이 담겼을 뿐 구체적인 사업 방안이 명시되진 않았다.
그러나 오픈AI가 한국어 맥락에 맞춘 AI 모델을 내놓을 경우, 생성형 AI 모델 확보에 주력하던 국내 기업들의 경계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는 국내 사용자 수가 지난 7월 기준, 4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생성형 AI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했지만, 아직 한국어 검색에 대한 답변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국내 토종 IT 기업들이 내놓은 생성형 AI 모델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오픈AI가 이번 MOU를 맺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네이버는 한국어와 사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이른바 '소버린(주권) AI'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지난해 공개했지만, 챗GPT의 아성을 넘진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생성형 AI 이용현황 및 노동 대체 가능성에 대한 이용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및 6대 광역시 20∼50대 거주자 1038명 가운데 생성형 AI 이용 현황은 챗GPT가 81.7%로 가장 높았으며, 구글 바드(26.7%),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24.9%) 순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역시 지난 달 AI 서비스 '카나나'를 선보였지만 챗GPT에 비해 차별적이지 못하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소버린 AI를 외치는 국내 기업 AI 모델이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GPT 시리즈 등 해외 모델보다 뛰어난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오픈AI의 국내 시장 접근이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픈AI가 다른 업계가 아닌 국내 금융권과 가장 먼저 협력안을 발표하자 금융권 특화 모델 개발에 공을 들이던 국내 AI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투와 구별되는 전문 용어를 주로 쓰고 사용되는 언어도 정형적인 특징이 있어 법률 분야와 함께 LLM 개발이 용이한 분야로 꼽혀왔다.
국내 AI 산업계가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동남아,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 계획을 밝혔을 때 중점 지원 분야에 금융, 의료, 법률 등 특수 분야가 꼽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업계에서는 KT가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밝히면서 국내 공공·금융 분야 AI 모델·클라우드 제공 계획을 선언한 바 있다.
KT 파트너사인 신한은행이 KT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이 발표된 직후 KT GPT 모델 활용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기업들도 은행사·카드사 등 국내 금융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에 자사의 AI 기술이 활용되도록 영업 중인 상황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빅테크 AI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일단 손부터 잡고 보는 것은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고 당국의 정책 기류와 맞도록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오픈AI가 올해 일본에 첫 아시아 거점을 마련한 가운데, 이번 산업은행과의 MOU만으로 당장 국내 업계에 큰 영향이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ICT 업계 관계자는 "MOU가 큰 모멘텀이 된다기보단 지속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협업을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외 AI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고 전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