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AI를 만들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AI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 패러다임이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거두는 수익적인 성과 그 이상의 가능성이 투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투자는 AI 발전을 가속화하고, 산업 전반에 AI의 적용을 확대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같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 전략은 전 세계 IT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만한 파급효과를 예견한다.
내년에도 AI 투자는 계속된다
미국 주요 빅테크 4곳의 올해 AI 설비투자액이 28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 아마존, 알파벳의 올해 설비투자 합계가 전년 대비 42% 늘어난 2090억 달러(약 288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80%가량은 데이터 센터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발표된 실적을 보면 이들 기업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2% 늘어난 600억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MS는 3분기에 전년 대비 50% 늘어난 149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들 기업은 생성형 AI가 핵심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운영비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며, MS와 구글의 클라우드 부문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MS는 AI 부문 연간 매출이 100억 달러에 근접했으며, 이는 MS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MS의 이러한 수치 공개가 이례적이며 생성형 AI가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면서도, 다른 기업은 AI의 매출 증대 효과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 비용을 우려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의 짐 티어니 CIO는 “이들 기업이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만 이로 인해 이윤에 타격이 있으며 내년이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아마존과 알파벳의 주가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 호조 등에 힘입어 상승했으나, 메타는 지출계획 우려로, MS는 공급제약에 따른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 실망감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기업별로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기업이 내년에도 AI 부문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올해 설비투자에 750억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인 가운데,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AI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AI 투자를 지속할 것을 밝혔다.
한편, 미국 월가 금융기관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담보로 15조 원에 이르는 대출을 해주면서 새로운 채권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핌코·칼라일·블랙록 등 월가 금융기관들은 지난해부터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에 이러한 방식의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위브·크루소·람다랩스 등 네오클라우드 업체는 AI 제품을 만드는 기술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며 생성형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GPU 수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이를 담보로 빌린 자금 규모가 110억 달러에 이르며, 이를 이용해 엔비디아 칩 추가 구매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클라우드 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코어위브는 GPU 4만5000개 이상을 보유하며, 최근 18개월간 기업 평가 가치는 20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급증했다. 코어위브는 지난 1년간 엔비디아 칩을 담보로 블랙스톤·칼라일 등으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월가 투자은행들로부터 신용한도 6억5000만 달러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신제품 칩이 출시되고 기업들의 AI 투자 붐이 잦아들 수 있는 만큼 기존 칩의 담보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헤지펀드 오르소파트너스의 네이트 코피카는 “칩은 가치가 오르지 않고 내리는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달간 GPU 서비스 가격도 하락 중이며 GPU 컴퓨팅의 시간당 가격은 연초 8달러에서 현재 2달러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다.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엔비디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특정 고객사에 블랙웰 칩에 대한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이들이 기존 엔비디아 칩인 H100처럼 신제품 블랙웰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핵심 기술 AI ‘투자받고 투자하고’
xAI가 5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내세워 60억 달러의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xAI의 펀딩은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로 알려졌는데, 당시 펀딩 금액은 전해지지 않았고 기업 가치는 4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됐다.
소식통은 이번 펀딩은 내주 종료될 것이라며, 60억 달러 중 50억 달러는 중동 국부 펀드, 나머지 10억 달러는 다른 투자자가 넣는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 중 일부가 투자를 더 늘리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xAI는 이 투자금을 엔비디아 GPU 10만 개를 매입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xAI가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약 5개월만으로, 당시에도 xAI는 6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더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해 9월 앤스로픽에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고객이 앤스로픽의 기술을 조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과 앤스로픽은 추가 투자 보도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AI 모델을 훈련하며 아마존은 앤스로픽에 자사가 개발한 반도체로 구동되는 서버들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앤스로픽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칩으로 구동되는 아마존 서버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위성통신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이미지 편집 앱 개발업체를 인수하는 등 아이폰 등 자사 기기의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미국의 위성통신 사업자인 글로벌스타에 1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알려졌다. 글로벌스타는 미국의 위성 전화 및 저속 데이터 통신을 위해 지구 저궤도 통신위성을 운영하는 위성통신 사업자다.
애플은 2022년부터 글로벌스타와 제휴해 아이폰이 터지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도 아이폰 이용자가 긴급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오고 있다. 이번 제휴로 애플은 글로벌스타 지분 20%를 4억 달러에 매입하고, 11억 달러는 현금으로 투자하게 된다. 글로벌스타는 이에 네트워크 용량의 85%를 애플에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