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전력망 부족으로 인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각국이 기후공약을 달성할 때와 비교해 2.6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른 2030∼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은 58Gt(기가톤·1Gt=10억t)으로 예상됐다.
한전경영연구원은 1일 글로벌 전력망 건설 동향 및 시사점에 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IEA는 전력망 부족으로 2050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후공약 달성 시나리오 대비 15% 감소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각각 20%, 15% 줄어든다는 가정하에 전력망 부족이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IEA는 전력망 건설이 지연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국의 기후공약 달성 시나리오보다 2035년 1.14배, 2040년 1.45배, 2045년 1.93배, 2050년 2.6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전력망 확보 지연 시'와 '기후공약 달성 시' 2개 시나리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는 2035년 1.3Gt, 2040년 2.9Gt, 2045년 4.3Gt, 2050년 5.1Gt 등으로 점점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전력망 확보 지연 시 2030∼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은 58Gt에 이른다.
전력망 부족은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이는 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 발전설비에 대한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탈석탄 기조로 석탄 발전량은 연간 약 3%씩 감소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면 석탄 발전량 감소량은 연간 1.3% 불과할 것이라고 IEA는 추정했다.
또 천연가스 발전은 현재 연간 1.7% 감소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2030년 이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향후 운송 및 냉난방 등의 전기화뿐 아니라 의료, 데이터 분야의 전력 의존도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전력망 부족은 정전으로 인한 사회적 리스크를 현재보다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IEA의 기후정책 달성 시나리오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수요는 연간 2.7% 증가해 2050년 5만4000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2만5000TWh)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IEA는 특히 산업, 운송, 냉난방·가전, 수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선진국에서는 2050년 전력수요가 2021년 대비 8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 기후공약을 종합하면 2050년까지 전력망을 현재보다 2배 규모로 확장해야 하고, 노후한 기존 망에 대한 보강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5000억 달러, 2030년 이후 연평균 60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전력망 확충을 위한 대규모 건설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인허가 절차, 주민 반대, 설비조달 제약, 재정 부족 등으로 인해 빈번히 지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력계통 혁신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IEA는 전력 부문 외 천연가스, 수소 등까지 포함한 통합 전력망 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및 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망 건설의 기획 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포괄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내놨다.
연구원은 "송배전망 지중화와 같은 고비용 계통 건설이 장기적으로 환경 편익이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고객은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