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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Ⅱ] LFP의 배신…친환경성 확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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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 전기차를 겨냥한 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이 늘면서 LFP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로 만들어온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국내 산업이 잠식되다시피 어려워진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어 왔다.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은 2018년 30% 수준에서 작년 기준 70%까지 2배 이상 치솟아 국내 부품 업체들을 어려움에 몰아넣었다. 또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한국의 디스플레이는 LCD 품목에서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에 밀려 2021년 전체 점유율 부분에서 역전당했다. 격차는 지금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그간 신경쓰지 않았던 LFP 배터리 개발에 대해 언급하며 LFP 배터리 대세론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LFP 배터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 이에 본지는 LFP 배터리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과연 LFP 배터리의 미래는 어떨지 전망해보는 LFP 배터리 특집 기획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연재로는 LFP 배터리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에너지밀도와 가격 경쟁력에 대해 짚어봤다. 오늘은 LFP 배터리의 친환경성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재활용 어려운 LFP 배터리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이차전지 산업은 환경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애초에 이차전지 산업이 지금과 같이 떠오른 이유가 바로 기후위기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는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차량의 연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내연기관차는 1L의 연료를 소비할 때마다 2kg가 넘는 Co2를 배출한다.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가 대략 15억 대(2020년 기준)로 추정되고 있으니, 자동차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폐기할 때 배출되는 탄소다. 2018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탄소발자국이 48억 톤에 이른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생산부터 사용(10년간 20만㎞ 운행), 폐기까지 자동차 생애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48억 톤은 같은 해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의 9% 수준에 이른다. 한 가지 제조 품목에서 탄소배출 총량의 십 분의 일에 달하는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전 세계 주요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대대적인 변화 요구에 직면했고 전동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전기차는 그동안의 내연기관 시스템과 달리 주행 중 배기가스를 뿜지는 않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전기차 전환으로 지속가능성을 도모하자는 구호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광물 등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문제도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해치는 중차대한 문제다. 또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심각하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전자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다.

 

자원 고갈과 친환경적 폐기라는 문제에 대해 전기차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이라는 해답을 찾아냈다. 사용을 다한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 다시 새로운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에 사용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원이 버려지지 않고 돌고 도는 순환경제를 이룩하겠다는 그림이다.

 

리튬, 니켈 등의 유가금속이 포함된 NCM 배터리는 이러한 순환경제 구조에 어느 정도 적합한 배터리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당연히 NCM,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에 맞게 개발돼 왔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힘입어 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억 달러에서 2040년 2089억 달러로 26배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LFP 배터리는 현재까진 배터리 재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리튬 정도만 회수할 수 있고 경제성도 좋지 않아 ESS로 재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뿐,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으로 편입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삼원계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망간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아 재활용을 했을 때 수익성이 높지만 값싼 인산철은 그렇지 않다.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보장했던 값싼 원재료 가격이 재활용 단계에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LFP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소재 및 재활용 기업들이 해당 재활용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기술개발이 완료되더라도 LFP 배터리 광물 회수에 드는 비용이 인산철 금속 가격보다 높아 수익성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LFP 배터리에 대한 재활용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LFP 배터리 채택 확대가 오히려 향후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재활용 문제로 인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환경 개선 부담금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LFP 배터리의 재활용 문제는 친환경이라는 이차전지 산업의 명분과도 깊이 관련돼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LFP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환경과 관련된 각국의 규제에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재 기사

[기획연재 Ⅰ] 말 많은 중국산 LFP 배터리, 글로벌 시장 잠식?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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