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보고서…업계 조율 거쳐 미 재무부에 의견 제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나온 자국산 소재·부품 사용 우대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요건 금지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27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미국의 신 공급망 재편 전략과 IRA 전기동력차 보조금 규정: 통상적이지 않은 통상' 보고서는 "자국산 소재·부품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국산화 우대 조치는 그간 WTO에서도 통상규범에 반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 "WTO 분쟁 사례에서도 자국산 부품 사용 요건 조치가 수입산에 대한 차별(내국민대우 원칙 위반)로 인정된 사례가 14건 있다"고 밝혔다.
IRA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보고서는 "IRA 전기차 보조금 규정은 WTO 보조금 협정상 금지 보조금인 수입대체 보조금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며 "투자 유치국 정부의 인위적인 조치로 투자 결정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요건 금지 규정 위반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WTO 보조금 협정은 수입품 대신 국내 상품의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에 대해 금지 보조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한미 FTA 규정은 어떤 당사국도 비당사국 투자자의 자국 영역 내 투자의 설립·영업 등과 관련해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사용하거나 이에 대해 선호를 부여하는 것 등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명문화했다.
보고서는 "IRA 시행에 따라 우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미국 기업도 요건 충족이 어려운 만큼 IRA 시행에 따른 대응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RA 시행으로 우리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즉시 사라지지만,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부존량이 적고 배터리 부품의 자급률도 낮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여기에다 배터리 소재·부품의 북미나 FTA 체결국 조달 요건, 차량 가격 상한제, 차량 구매자 소득 요건 등으로 미국산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산 전기차와 미국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가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센티브와 결합하면 미국 배터리 산업 기반은 짧은 시간 안에 크게 확충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무협은 미국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계와의 조율을 거쳐 IRA 시행에 대한 협회 의견서를 미국 재무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한국도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국제 협력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