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뒷단의 산업이 아닙니다. '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는 글로벌과 국내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혁신을 쉽고 깊게 풀어내고자 마련한 고정 기획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산업의 흐름을 담아 물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또 자리 피한 범 킴, 결국 여야는 그를 고발했다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장.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는 문구만 담겨 있었다.
김 의장의 국회 불출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월 14일과 2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12월 2일과 3일 과방위·정무위 현안 질의까지 5번 연속 불출석했다.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가 대신 자리를 지켰지만,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물론 야당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까지, 여야 모두 김범석 의장의 국감 불출석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결국 여야는 같은 날 김범석 의장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정조사 추진 논의도 본격화되었다.
국감에서 제기된 쿠팡의 5가지 법적 책임은?
국회에서 제기된 쿠팡의 법적 책임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3,370만 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무단으로 열람·수집됐다. 퇴사 직원의 인증키·토큰 미회수, 장기간 이상 접근 미탐지 등 기본 보안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량의 정보를 유출한 범인이 천천히 소량씩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이를 정상 접속으로 오인한 점은 내부 보안 관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둘째, 피해 최소화·통지 의무 위반 소지다. 최초 신고 시 4,500개 계정만 유출됐다고 보고했다가 추가 조사 후 3,370만 건으로 정정한 것은 축소 신고 논란을 불렀다. 이용자에게 유출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때 제공하지 않은 점도 쟁점이다.
셋째, 경영진·지배구조 차원의 법적 책임이다. 김범석 의장과 전·현직 대표들의 관리·감독 책임이 쟁점으로 거론됐다. 집단소송에서는 회사뿐 아니라 경영진 개인을 피고로 포함해 위자료·징벌적 배상을 청구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12월 10일 박대준 대표이사 사임에 대해서도 꼬리 자르기식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넷째,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이다. 12월 17일 정무위와 과방위가 김범석 의장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 의결했다. 반복 불출석 시 입국 금지, 국정조사 추진 등 제재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섯째, '쿠팡 방지법'으로 불리는 제도 강화 논의다. 정무위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17일 의결했다. 빅테크 경영진 국회 출석 의무 강화, 해외 체류 시 입국 제한 규정 신설도 함께 논의됐다.
매출 10% 과징금법, 무엇이 달라지나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이재명 대통령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쿠팡 사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런 걸 위반해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한다, 잘못하면 회사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대통령의 강력한 엄벌 의지 표명 이후 관련 입법은 급물살을 탔다.
15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17일에는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강준현 소위원장은 "매출액의 10%면 회사가 망할 정도다. 개인정보 유출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3%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20억 원 이내로 제한된다. 개정안은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침해에 한해 상한을 10%로 올리고, 매출 산정이 어려운 경우 50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10% 과징금 적용 대상은 엄격히 제한된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최근 3년 내 반복적 법 위반 ▲1,000만 명 이상 대규모 피해 발생 ▲시정조치 명령 불이행 시 유출 발생 등이다. 대통령은 시행령도 문제라며 "3개년 평균이 아닌 최고 연도 매출의 3%로 고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집단소송제 도입도 강조하며 "3,400만 명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과징금 상향은 EU GDPR(전 세계 매출의 최대 4%)보다도 상한 비율이 높다. 다만 소급 적용되지 않아 쿠팡에는 현행법이 적용되며, 최대 수천억 원에서 1조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무위는 부대의견으로 과징금 수입을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는 기금 도입도 주문했다. 법안은 법사위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쿠팡이 만든 비상사태, 2026년에도 지속될 주요 쟁점은?
쿠팡이 만든 이번 사태는 2026년에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섯 가지 쟁점이 후폭풍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쟁점은 역시 과징금 분쟁이다. 2024년 매출 41조 원 기준 수천억에서 1조 원대 과징금이 예상되는 가운데 쿠팡 측이 행정소송으로 제재를 다투며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집단소송 및 소비자 보상에 따른 갈등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65만 명 이상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숫자는 얼마든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차 피해와 국가적 리스크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의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태는 국가적 보안 리스크로 규정되면서 사이버 안보 정책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이에 따른 김범석 의장 등 쿠팡의 주요 경영진에 대한 형사책임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에 대한 고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빅테크 경영진 국회 출석 의무화' 법 개정 논의와 입국 제한 규정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류 산업 자체에 큰 변화를 만들 이슈는 바로 플랫폼 독점 규제다. 공정위의 시장 지배력 심사 재개 가능성이 있으며 '탈쿠팡' 운동으로 쿠팡 의존도 높은 중소 판매자 지원책도 장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미 쿠팡 회원탈퇴 절차가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쿠팡 사태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넘어 플랫폼 경제 시대의 기업 책임, 경영진 거버넌스, 규제 실효성이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6년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가 물류와 이커머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마지막으로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과연 언제 대한민국 소비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