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전선, 의류, 고무줄처럼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되는 물체를 다루는 기술은 제조·서비스 산업 자동화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 물체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 로봇이 정확히 인식하고 조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KAIST 연구진이 불완전한 시각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케이블 및 전선 조립, 부드러운 부품을 다루는 제조업, 의류 정리와 포장 등 다양한 산업 및 서비스 분야의 지능형 자동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ST는 전산학부 박대형 교수 연구팀이 시각적으로 형태를 구별하기 어려운 변형 물체를 로봇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 기술 ‘INR-DOM(Implicit Neural-Representation for Deformable Object Manipulation)’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로봇이 관측한 부분적인 3차원 정보만으로 물체의 전체 형상을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작 방식을 학습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또 강화학습과 대조학습을 결합한 2단계 학습 구조를 도입해 로봇이 과제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INR-DOM을 탑재한 로봇은 고무링 끼우기, O링 설치, 꼬인 고무줄 풀기 과제에서 기존 기술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풀기 작업에서는 성공률이 75%에 달해 기존 성능(26%)보다 49% 높았다. 연구팀은 실제 환경에서도 INR-DOM을 검증했다. 강화학습 기법을 결합해 끼우기, 설치, 풀기 작업을 90% 이상의 성공률로 수행했으며, 양방향 꼬임 풀기 작업에서도 기존 대비 25%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제1 저자인 송민석 KAIST 전산학부 석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로봇이 불완전한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고 복잡한 조작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제조, 물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6월 미국 USC에서 열린 로봇 공학 국제 학술대회 ‘RSS 2025(Robotics: Science and Systems)’에서 발표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