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대만 당국이 화웨이와 SMIC를 전략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리며 양안 간 반도체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대만 경제부 국제무역서가 운영하는 ‘전략적 첨단상품 기업 리스트’에 두 기업과 그 계열사를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대만 내 기업이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화웨이 및 SMIC에 물품을 수출하려면 대만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수출 규제 성격의 비관세 장벽으로, AI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장비 및 기술, 공정 지원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다.
특히 대만 정부가 수출 제한 대상으로 화웨이의 해외 법인까지 포함한 것은 중국의 기술 확산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앞서 대만은 포토리소그래피 등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지만, 특정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와 SMIC는 미국의 제재를 뚫고 2023년 자체 7나노미터(nm)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부상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정부는 AI, 통신, 국방 등 전략 분야에서 두 기업에 자금과 제도적 지원을 집중하며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견제에 대응하는 중국의 대표적 산업 전략이기도 하다.
대만은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의 중심지로, 특히 TSMC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에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해온 핵심 기업이다. TSMC는 이미 2020년 미국 수출 규제에 따라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이번 대만 정부의 조치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며, AI 반도체를 포함한 고성능 칩 부문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중국의 공급망 자립 움직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전략적 대응도 필요한 시점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