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겔싱어, TSMC 핵심 기술이 여전히 대만에 머물러 있음을 강조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십을 되찾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인텔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리더십은 공장이 아니라 연구개발(R&D)에서 시작된다”며 TSMC의 핵심 기술이 여전히 대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겔싱어는 TSMC가 발표한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대해 “생산시설 건설은 긍정적이지만,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과 같은 핵심 R&D가 대만에 남아 있는 한, 진정한 기술 리더십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연구와 설계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제조만으로는 글로벌 주도권을 회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TSMC는 이달 초 발표한 투자 계획에서, 미국에서 진행할 R&D는 기존 생산 기술에 국한되며, 최첨단 공정 기술의 연구는 계속해서 대만에서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전략적 자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겔싱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TSMC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도록 유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첨단 기술에 대한 ‘설계와 발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AI 분야에서 주목받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는 인상적이지만, 결정적인 돌파구라고 보긴 어렵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딥시크는 저비용 AI 기술로 올해 초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겔싱어는 “좋은 엔지니어링 사례일 뿐, 게임 체인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I에 대한 전망도 함께 언급했다. 겔싱어는 “AI는 매우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아직은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며 “인류 전반에 걸쳐 적용되려면 추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더십 회복은 단순한 생산 능력 확보를 넘어, 설계·R&D·생태계 전반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겔싱어의 발언은 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