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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리뷰 ①] 쏙 들어간 슈퍼사이클, 진보 위한 준비의 때 만난 반도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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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단어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일 상승하며,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 이후 최대 실적을 끌어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자제품 수요 감소 등 굵직한 이슈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뒷걸음치는 반도체 시장

 

세계 반도체 산업이 급격히 악화하며,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예상치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와는 크게 상반된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 9월 기준 최근 석 달 사이에 16%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년 만의 저점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42% 하락했으며, 14년 만에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인텔, 엔비디아, AMD, TSMC 등 굵직한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돼 있다.

 

한 예로,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고점 기준으로 시가총액 544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처럼 반도체 업황이 1년도 안 돼 호황에서 불황으로 추락 중이다. 가트너에서 발표한 시장조사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조짐이 좋지 않다. 조사에 따르면, 3분기에 세계 PC 세계 출하량은 작년 동기보다 19.5% 감소했다. 이에 삼성전자, 마이크론, AMD 등 반도체 기업은 과도한 재고로 인해 실적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산업 하락세는 국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가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내수 경제는 일부 개선됐지만,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세 제약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건 수출이었다. 9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2.8%로 8월(6.6%)보다 감소했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에 대중 수출이 6.5%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5.7% 줄어 두 달째 감소했다. 수요 둔화로 인한 가격 하락이 컸다. 지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4.2% 감소했으며, 이 때문에 광공업생산은 1.8% 줄었다.

 

반도체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계절조정 기준)가 지난 9월 82에서 이달 73으로 급락하는 등 기업 심리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BSI는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도는 통계 수치다. 

 

美·中 반도체 갈등, 여파는 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하락을 이끄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산업 경쟁이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는 날로 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은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AI와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엔비디아와 TSMC 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서는 감원 조짐이 불고 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실적 개선을 위해 핵심 비용을 낮추며 하반기에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채용도 동결해왔다.

 

인텔은 지난 2016년에도 전체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소규모 감원과 함께 휴대전화 모뎀·드론 사업에서의 철수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은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오라클, Arm 등은 감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전면 제한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D램, 낸드 플래시 메모리칩과 관련해 미국의 기준을 초과한 제조 설비를 중국에 반입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미 상무부는 최근 발표한 수출 통제 조치의 후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1년의 유예기간이 발생했으나, 두 기업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했으나 계약에 따라 아직 인텔이 운영 중인 다롄 낸드 공장까지 포함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비상계획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TSMC 통해 보는 출구 전략

 

상승세를 이어온 삼성전자는 급격한 메모리 반도체 부진의 여파로 3분기 어닝 쇼크를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맞아 파운드리를 적극 육성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시장 점유율에서 TSMC에 못 미치지만, 기술력만큼은 TSMC를 앞서나가기 위한 로드맵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서도 파운드리는 비교적 수요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3분기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선단 공정 수요가 안정됐으며, 긍정적인 환율 영향으로 비춰봤을 때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 5세대 10나노급 D램을 내년 양산하고,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수요 둔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1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우리라고 해서 면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간과 달리 4분기에는 우리가 가진 생산능력이 모두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성능 컴퓨팅, 자동차 부문 등의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웨이저자 CEO는 미국의 대 중국 규제는 AI와 슈퍼컴퓨터 등 고성능 제품을 겨냥한 것이라며, “첫 내부 평가로는 TSMC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관련 장기 전략에 대한 질문에 전 세계 모든 고객과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며, 모든 규칙과 규제를 준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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