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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4차 산업혁명 동향 및 시사점

  • 등록 2017.12.01 19: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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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요? 실리콘밸리에선 모르는 용어입니다”


데니스 홍 교수(미국 UCLA대학)가 2016년 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사용하지 않고 있는 용어”라며 “4차 산업혁명 자체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산업 연장선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하였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 이후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은 단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의 연장선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기와 매체들을 통하여 수집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여러 산업의 활동을 보다 지능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세계는 1차(기계혁명), 2차(에너지혁명) 그리고 3차(디지털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적, 경제적, 사회적, 생활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산업혁명을 이렇게 기술혁신에 기반하여 기술/사회/경제/문화/생활에 큰 변화를 이룬 것을 의미한다면, 사실 2000년 이후 점진적으로 개발되어 온 신기술이 앞에서 언급한 다방면적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 사실이기에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이하 IoT), 가상현실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현재 개발되고 상품화되어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혁신기술의 발전과 창의적·혁신적 제품들이 전세계의 생활 환경을 바꾸고 편리하게 해주고 있으며, 이 새로운 생활·주거·산업 활동을 실리콘밸리가 주도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익숙지 않을지는 몰라도 실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개발은 세계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덧붙이면 실리콘밸리의 기술혁신은 정부보다 민간의 주도 아래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깃대를 꽂고 한쪽 방향으로 매진하는 한국형 정부주도의 산업발전과는 다르다. 


IoT 기반 스마트 공장과 이들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과 빅데이터 기술 등이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 주는 동력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런 점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가 4차 산업혁명의 많은 기술을 현실화 및 상업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최근 세계적인 제조 기업들(델, GE, 삼성)이 연구소를 설립하여 하드웨어와 결합된 융합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대명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2016년에 자동차 산업의 아이콘인 디트로이트 3개 자동차회사(제너럴모터스, 피아트 클라이슬러 오토모빌스, 포드)는 실리콘밸리의 기술과 연결고리를 갖기 위해 실리콘밸리 회사에 투자(포드 - 1억8,200만 달러 투자)하거나 인수(GM - 10억 달러에 크루즈 오토메이션 인수)하였다. 피아트 클라이슬러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위하여 100대의 하이브리드 미니밴을 만들어 자율주행차 개발에 한몫 하려고 한다. 


▲ 피아트 클라이슬러 오토모빌스 엠블럼


소프트웨어를 적용하여 스마트 제품 개발 및 디지털산업 진출에 전력을 쏟는 것으로 회사 전략의 전환을 선언한 미국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GE도 2016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회사인 실리콘밸리 소재 서비스맥스(ServiceMax)를 인수하여 디지털 운영을 확대하고 장비 정비를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GE는 실리콘밸리 인근의 산라몬에 소프트웨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 GE 프레딕스 플랫폼이 활용되는 풍력에너지 시스템의 가상 이미지


미국의 4차 산업혁명 동향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미래사회를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클라우드, 자동화기술, 센서  및 커넥티드 기술,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IoT,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이 주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 혁신을 위한 전략(2015)’보고서에서 미국 혁신 9대 전략 분야로 첨단 제조업, 정밀의학, 두뇌 이니셔티브, 첨단자동차, 스마트시티,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기술, 교육용 기술, 우주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를 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혁신적 경제 국가를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의 민간기업들은 독자적으로 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분야 등에서 최첨단의 기술력을 보유하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GE는 최근 6년간 4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디지털산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근에 위치한 GE디지털이 개발한 프레딕스(Predix, 산업IoT 플랫폼)는 2015년에 4조 원의 소프트웨어 주문을 이끌었고, 2020년까지 15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글은 2001년부터 인공지능 기업 인수 및 개발에 280억 달러(연평균 20억 달러)를 투자하여 독자적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AI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조1,000억 원을 자율주행차 개발에 투자하여, 2016년 6월에 278만km의 자율주행 시험을 거쳐 업계에서 유일하게 완전자율화 단계에 이르렀다. 


3D시스템즈는 3D 프린팅 기술 개발의 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89년에 설립된 미국 미네소타주 소재 스트라타시스는 전세계 3D 프린터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 의료, 의류산업 등 여러 산업체에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나이키는 2012년 미국 미식축구 선수들을 위한 Va- por Laser Talon football 신발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하였고, 뉴발란스도 운동선수들을 위하여 맞춤형 운동화를 제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고용구조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첨단로봇 등으로 많은 물리적·지적 업무의 일부분 혹은 전 부분이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자동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으로 인하여 기술 및 기계의 지능발전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더라도 창의성 및 혁신성 등과 같은 인간만의 주요 능력과 영역은 자동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미국 내 800개 직업을 대상으로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2,000개 업무 활동 중 45% 정도가 현재 활용되고 있는 기술로 자동화가 가능한데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기술이 인간능력의 중간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업무활동 중 58% 정도가 자동화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런 자동화의 수준은 인공지능, 기계학습(머신러닝), 유사기술 등의 발전 속도에도 상관관계가 있다. 800개 직업 중 5% 미만이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로 완전자동화가 가능하지만, 60%의 직업들이 주요 업무활동의 3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파악되었다. 


이렇듯, 자동화가 많은 직업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상당한 부분의 업무를 재정의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경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직업들 내 2,000개 업무활동 중 45%만이 자동화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 중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전체 업무의 4%)와 감정인지를 요구하는 업무(전체 업무의 29%)는 완전 자동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맥킨지, 2015).


실리콘밸리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트렌드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발히 개발 및 발전시키고 상업화하고 있는 기술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IoT, 가상현실 등이다.


실리콘밸리 혁신센터의 Andy Zhulenev는 세계경제포럼의 창설자이면서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4차 산업혁명 개념인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을 바탕으로 주된 기술을 표시했다.


첫째, IoT는 여러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정보융합을 통하여 사물의 일 수행을 지능화·자동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환경·에너지·유통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빙스의 우후(WooHoo)라는 제품은 스마트홈 허브로 스마트홈 자동화(조명, 실내온도 조절 등), 온라인 쇼핑, 화상통화, 일정관리 등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 스마트빙스의 스마트홈 허브 ‘우후(WooHoo)’


네트워크장비 기업인 시스코는 2016년에 연결된 기기를 운영케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재스퍼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하고, 2017년에 ‘키네틱(Kinetic)’이라는 IoT 운영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IoT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구글도 스스로 학습하는 온도 조절기를 생산하는 ‘네스트(nest)'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2014년에 인수(3조2,000억 원)하여 IoT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둘째, 클라우딩 기술은 인터넷 상에서 서버, 저장소,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분석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의 구현을 위해서는 높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기업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설치하기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고 MS가 추격하는 형상인데, 근래 들어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실리콘밸리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IBM도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를 위해 2012년에 ‘실리콘밸리 IBM혁신센터’를 세워 운영 중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은 많은 인공지능 스타트업들 회사를 인수하여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고, 이것을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셋째,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작동 없이 주위 환경을 감지하며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안전하고 작동이 쉬운 자율주행차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2016년 말 시각장애인이 동반자 없이 자율주행차를 단독으로 시험 운행하는데 성공하였다.


넷째,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은 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기술 분야다. VR/AR 기술은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 환경을 만들어 실제에 근접한 공간적, 시간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게임, 영화 등 IT가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산업에 적용되어 개인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개발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6년에 가상현실 기술기업인 ‘오큘러스VR’을 2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오큘러스는 삼성기어 VR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 11월에 삼성전자와 협업하기로 했고 VR기기 ‘리프트(rift)’를 생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및 산업의 발전은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벤처캐피털 투자에 힘입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16년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520억 달러였고,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투자는 약 350억 달러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미국의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다.


끝으로


전례에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기술변화의 속도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신기술의 적용산업 범위에 4차 산업혁명을 산업적,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산업체들은 급변하는 기술에 따른 R&D 개발에 매진해야 하고 이에 부합되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직무 및 조직의 변화에 부합되는 사업장, 직원생활, 업무환경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지원해주고 정책이나 제도를 재정비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저해되는 요소를 없애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실리콘밸리를 위주로 한 미국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은 기술과 자금을 보유한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혁신적 ICT 기술을 응용한 융합산업을 육성하여,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의 주도 아래 기술발전을 이끌어 왔던 이전의 성장기적 전략을 지양하고 실리콘밸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민간 및 산업체 주도의 성장전략을 수립함이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차, VR/AR 기술 등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재고하고, 원천기술 발전, 선택과 집중에 근간한 적절한 투자, 삶의 질적 향상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장기적 차원에서 볼 때,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체계의 개선도 같이 동반되어야 한다. 


박태호 미국 산호세주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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