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은 말했다. 20세기에 공장이 하던 역할을 21기에는 도시가 수행할 것이라고. 그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및 혁신적 아이디어가 집적되는 도시공간에서 발생할 것이며, 실제로 수 백 개가 넘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공공 재원 한계 뛰어넘어 도시 문제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플랫폼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의 이재용 센터장은 지난 7월 진행된 국토연구원 정책세미나에서 스마트시티가 도시문제의 해결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30여년 후 전 세계 인구는 약 95억 명으로 증가하고 그 중 약 67%가 도시에 거주(2014년 UN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현재 인프라 구축 기반으로 돌아가는 도시문제 해결 방식은 재원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이 심화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로 인해 신흥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공공 재원의 한계를 발견해 도시 내 인프라 구축 확보가 불가능해져 투자대비 효율성이 높은 스마트시티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문제 해결 방법과 스마트시티의 해결 방법을 비교해 보자. 기존 도시에서는 교통이 혼잡했을 시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규 도로를 건설했지만 이미 확장될만큼 확장된 이 도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스마트시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잡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우회를 유도하고 또는 실시간 교통량에 따른 교통신호를 제어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영국 M42 고속도로 통행요소시간을 25%, 교통사고 발생을 50%, 대기오염 발생을 10% 감소시킨 사례이다.
주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기존의 방법은 대개 신규 주차장 건설이었다. 하지만 도로 문제와 마찬가지로 신규 주차장은 포화 상태이다. 그래서 스마트시티에서는 빈 주차공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차를 유도하고 카 셰어링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며 도심 진입을 최소화시켰다. 이 방법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주차 서비스를 통해 4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측된다.
첨단인프라로 도시문제 해결하고 일자리 문제도 함께 해결해
그렇다면 스마트시티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4차 산업혁명 및 도시 문제 대응을 위한 새로운 도시모델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의 도시정책 추진이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일자리 창출과 도시민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마트시티 모델의 역할 또한 증가됐다. 앞으로는 신도시의 물리적 인프라 구축이 중심인 스마트시티 정책에서 쇠퇴도시와 가상공간까지 확장하는 스마트국토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국토는 가상공간과 물리공간 사이의 연결성 및 상호작용 강화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가상공간은 물리공간상 수집된 정보를 통합, 연계, 분석, 예측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해야 하며 물리공간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상공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정보 기반의 서비스 구현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행정구역 및 요구사항 단위 등의 단절된 차이와 함께 스마트시티를 고려한 공간정책에서 맞춤 정책 기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스마트시티를 광역 단위로 연계 및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재용 센터장이 정리한 스마트국토 기본 방향은 총 네 가지이다.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 공간 조성이다. 4차 산업혁명과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하는 기회 창출형 스마트국토전략이 추진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재생 공간 조성이다. 도시의 문제를 저비용 고효율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비용 절감형 전략들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 셋째, 스마트인프라의 광역적 연계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첨단인프라 구축 지역 중심으로 주변 쇠퇴지역 및 구도심을 연계하는 지역격차 해소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 스마트 가상공간 구축이다. 혁신적 일자리 창출 및 도시문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중심 가상공간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중심 ICT 기술 다수 출시 중
이러한 방향대로 스마트시티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ICT 기술이 매우 중요한 축이 된다. 늦은 밤 거리를 환하게 하는 LED와 LED를 컨트롤하는 기술, 꽉 막히는 도로를 뚫기 위해 스스로 도로상황을 감지하는 CCTV 등, 이 기술은 모두 ICT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지게 된다.
컴퓨팅 기업인 IBM은 꽤 오래 전부터 더 똑똑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스마트시티 플랫폼들을 구성 중이다. IBM은 커넥티드 빌딩에서 데이터를 사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예측,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으며 생산 라인의 센서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IBM은 왓슨(Watson)을 이용해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왓슨 IoT 플랫폼은 사물인터넷 개발을 간소화하기 위해 디자인된 IBM Bluemix®에서 제공되는 완전 관리형 클라우드 호스팅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통해 IoT 데이터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왓슨의 코그너티브 엔진 기능을 사용하는 이 플랫폼은 ‘학습’이 가능한 지능형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및 개인이 컨텍스트에 따라 텍스트, 동영상 및 이미지와 같은 IoT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IBM은 최근 IoT를 통한 스마트 쓰레기 수거 솔루션도 진행 중이다. IoG(Internet of Garbage)라고도 칭하는 이 솔루션은 쓰레기통에 센서가 달려있어 쓰레기 수집 프로세서를 최적화하기 위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쓰레기를 집어 올리면 트럭의 센서가 컨테이너 안의 쓰레기 양을 측정하고 픽업 시간과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GreenQ는 IoT를 통해 도시 환경을 컨트롤하는 아키텍처로 지난 2015년에 설립됐으며, IoG가 이에 속한다. IBM은 GreenQ를 통해 관리 부담없이 컴퓨팅 파워와 스토리지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배출 가스 감소, 교통 혼잡 감소 및 서비스 제공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GreenQ의 CTO인 에디 캔델(Edy Candel)은 “우리에게는 컴퓨팅 성능이 충분하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 NXP는 지난해 미국 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챌린지(Smart City Challenge)로 선정돼 중소 도시에서 첨단 데이터 및 지능형 운송 기술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 및 혼잡을 줄이는 방법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NXP의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는 성장할수록 혼잡하고 오염되는 도시를 위해 지능형 교통 관리 및 커넥티드 카를 제안했다. NXP의 MIFARE® 솔루션은 대중교통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비접촉식 스마트 카드의 거래 속도를 향상시켜 스마트시티의 비전 실현을 지원한다. 또한 안전한 이동성을 위한 V2X 기술을 통해 자동차가 최대 1마일 거리에서 다른 차량이나 주변 인프라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시티의 일환인 스마트홈을 위해 스마트 게이트웨이, 스마트 조명 등의 제품 제작에 필요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NXP의 마이크로컨트롤러 및 센서는 신뢰성, 비용, 에너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실제로 식기 세척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 NXP의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삽입돼 건물과 주택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화웨이도 스마트시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화웨이는 지난 9월에 열린 스마트시티 서밋 아시아(Smartcity Summit Asia)에서 스마트시티에 관한 통잘과 최고 관행을 공유하고, 화웨이와 중국 웨이팡 시 정부가 NB-IoT와 화웨이의 OceanConnect IoT 플랫픔을 기반으로 한 시범 IoT 도시 ‘IoT 웨이팡’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스마트시티의 ‘신경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웨이팡 정부와 화웨이는 ‘사람 중신, 혁신 주도적인 개발’ 개념을 바탕으로 NB-IoT 도시망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IoT, 클라우딩 컴퓨팅, 빅 데이터 및 그 외 차세대 ICT를 이용하는 1 네트워크, 1 플랫폼, N 애플리케이션건선 모델이 사용됐다. 화웨이 OceanConnect 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이 도시 수준의 IoT 플랫폼은 웨이팡을 위해 구축됐으며, 다양한 IoT 지원 감각 장비에서 통일된 접근성, 관리 및 데이터 수집을 지원한다. 이 플랫폼은 스마트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IoT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새로운 차원의 빅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와 웨이팡 정부는 화웨이-웨이팡 IoT 혁신 R&D 센터와 화웨이-웨이팡 스마트시티 IoT 산업 연맹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NB-IoT의 산업 용도를 개선 및 확장하고 도시 관리와 고공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이미 웨이팡에서 스마트 조명을 시행한 바 있다. 스마트 조명은 표준화된 NB-IoT를 기반으로 하며, 중국에서 동종 최고의 혁신 IoT 네트워크로 구동되는 전용적인 용도다. IoT 네트워크는 원격 제어 시스템, 와이파이 핫스팟, 영상 감시, 환경 모니터링 및 통계를 포함해 8가지 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합한다. 스마트 조명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가로등 상태를 모니터하고,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하며, 결함을 감지해 전기를 80% 절감하고 유지관리 비용을 90% 절감한다. 또한 스마트 조명 시스템은 도시 관리를 위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도 진행한다.
시스코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시스코 재스퍼의 관리 플랫폼인 컨트롤 센터를 기반으로 NB-IoT(Narroe Ban-IoT) 라이브 트라이얼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스코 재스퍼는 스마트시티에 사용될 저비용 저전력 IoT 다바이스를 찾는 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최적화 및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NB-IoT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NB-IoT는 스마트 계량기(Smart Meters), 스마트 주차, 빌딩 자동화, 자산 추적, 원격 농업(Remote Agriculture) 등의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인데, 2023년에 이르면 NB-IoT를 통해 연결되는 디바이스가 30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통해 NB-IoT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은 혼잡한 연결 환경 속에서도 대규모 디바이스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코 재스퍼와 서비스 제공 업체 하트너는 NB-IoT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업이 여러 네트워크 유형에서도 장치를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스코는 NB-IoT 지워을 위해 시스코 플랫폼의 통합 작업을 마친 호주 이동통신사 옵터스(Optus)와 초기 코어 네트워크 시연을 포함한 라이브 트라이얼을 완료했다.
IoT 장착한 스마트 가전 크게 성장 중
스마트시티의 일환인 스마트홈에서는 새로운 스마트 가전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마트 가전은 가전에 네트워크 기능을 연결하고 서비스제어 기능을 탑재해 다양한 스마트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가전제품을 칭하는 말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한 생활가전 제품과 통신사와 IT 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신성장제품으로 나눠볼 수 있다. (출처 : 한전경제경영연구원 KEMRI 전력경제 REVIEW 제17호)
스마트 가전의 주요 기능은 총 네 가지이다. 첫째, 스마트 컨트롤(Smart Control)이다.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원격으로 스마트 가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함으로써 사용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스마트 세이브(Smart Save)이다. 전력회사의 전기요금 체계 및 소비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기능이다. 셋째, 스마트 애플리케이션(Smart Application)이다. 이 기능은 스마트 가전의 특정에 적합합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됨으로써 고장진단 및 사전조치 등 가전의 활용성 증대 및 기능 확장성을 개선하도록 한다. 넷째, 스마트 매니징(Smart Managing)이다. 스마트 매니징은 통신 인프라를 통한 스마트 가전과 소비자간 정보 교환이 용이하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쇼핑 연계등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 가전 시장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 확대, 통신 기술 진화 등으로 지난 2011년 이후 급격히 성장 중이다. 2015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150조, 국내 시장규모는 3.1조 였으며 전체 생활가전 중 약 5.2%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네트워크 중심의 개발에서 에너지 절감 서비스 제공 및 가전간 클라우드 연결 등 홈 오토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도록 가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월풀(Whirlpool)은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냉장고를 출시하고 GE는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할 수 있는 보일러를 출시했다. 파나소닉(Panasonic)도 자사의 8개 제품에 NFC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 가전을 출시했고 ADT는 보안시스템 ADT Pulse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솔루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스마트시티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한국은 지난 2008년 U-City법이 제정된 이후 제도 및 계획, 기술개발을 위한 R&D, 인력양성, 시범사업 등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첨단인프라 구축 및 확산 측면의 성과는 일정 부문 달성된 상태이지만 여러 가지 한계를 겪었다.
첨단인프라 구축 위주의 단편적 사업 추진으로 신성장동력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의 역할 등 스마트시티의 다변화된 역할 수행이 미흡했고, 플랫폼들이 신도시와 혁신도시 중심으로만 투자가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밖에도 스마트시티의 융·복합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및 조직체계, 사업들의 통합 관점이 부족했고 사업성과의 확산 및 홍보도 사실상 실패였다. 스마트시티에 적용된 IoT 가전 제품들도 벌써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차세대 먹거리임은 분명하지만 한계점을 극복할 혁신적인 해결책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