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T 기업에서 발생하는 소자 불량의 경우, 대부분의 불량 분석 결과는 회사(공급자와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도 NTF(No Trouble Found : 문제를 발견하지 못함) 또는 EOS(Electrical Overstress) 불량으로 구분되고 있는 것 같다.
통계적인 수치를 갖고 있거나 조사를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간 여러 번의 교육을 통해 확인한 것이므로 사용자인 SMT 제조 업체 측에서는 상당히 동의할 만한 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내용이 맞고 소자의 불량이 EOS 요인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NTF의 경우, 소자를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조립 후 특정 소자에 의한 불량으로 확인되며, 불량 원인 확인을 위해 소자 업체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전체 소자의 상당한 분량이 NTF로 최종 리포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ESD Association과 ESD Industry Council에서 발간한 자료에는 소자 불량을 여러 차례 통계적으로 분석해 놓았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은, 실제로 문제가 없는 소자이거나 불량 분석 과정 중에 소자에 가해진 불량이 함께 디레이어링(Delayering)되어 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EOS 불량의 경우는, 소자의 완전한 기능 상실로 인한 불량이 발견돼 불량 원인 확인을 요청하게 된다. EOS는 기본적으로 정전기에 의한 불량이 아닌, AC 혹은 DC 전압에 의한 소자의 불량으로 구분한다.
이 경우, 소자의 불량이 실제로 소자의 AMR(Absolute Maximum Rating : 소자 입력 허용 최대 전압 혹은 전류) 데이터를 초과하는 전압, 전류에 의한 불량이 발생할 수 있지만, 최근 밝혀져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Charge Board Event(CBE)에 의한 정전기성 불량과 대단히 유사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EOS 불량으로 구분해 제조 라인의 문제라고 판단할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제조 현장에서 전원 접지 불안정 혹은 서지에 의한 과전압, 과전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접지가 잘 되어 있는 경우 원인 파악 및 개선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생각해야 하는 EOS에 대해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 EOS는 말 그대로 일렉트리컬(Electrical)한 즉, 모든 종류의 전기적인 과부하에 의한 불량 현상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따라서, ESD라고 하는 정전기 불량도 전기적인 과부하의 한 종류이며, ESD도 EOS의 일부로 구분하기도 한다. 따라서 불량 분석 리포트에서 결과를 EOS로 단순화시켜 제공하는 반도체 소자 업체가 있는 한, EOS 불량 결과가 정전기에 의한 ESD 손상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면, EOS 불량 리포트의 경우 실제로 ESD 불량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하는 새로운 이슈는, 최근 소자의 민감성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EOS 불량 흔적과 소자 민감성 증가에 따른 불량 흔적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자 기술의 변화에 의한 불량 유사성 증가는 소자 개발 엔지니어 및 불량 분석 엔지니어에게 불량 분석 및 재현 실험 기술 능력을 재고하도록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ES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업과 일반인들은 엘리베이터나 자동차 등의 누전과 정전기를 구분할 수 없어 혼돈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일반인이나 정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관련 종사자들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설비 누전에 의한 방전 현상과 인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정전기 방전 현상이 전혀 상관 없는 문제라는 것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겨울철이나 건조한 계절에 자주 맞닥뜨리는 정전기 현상을 엘리베이터나 설비 누전에 의한 문제로 잘못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심각한 오해이다.
소자 불량 분석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이와 관련된 이슈가 생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소자 불량 분석 주도권이 반도체 제조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불량 분석 설비의 가격이 수십 억원에서 수백 억원에 달하므로 일반 제조 업체에서는 보유하기 어렵고, 따라서 장치 산업인 반도체 제조 회사에서 분석을 실행하다 보니 다양한 불량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리소스가 부족하다. 충분한 검토 및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고 불량 분석 엔지니어의 숙련도에도 차이가 있다.
또한 정전기 문제일 경우, 제조사 자체 문제로 귀결될 소지가 있는 리포트 제출을 꺼리는 소자 업체의 문화도 정확한 불량 분석 리포트 작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갑과 을 관계의 적절성을 높이고 불량 분석 리포트의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량 분석의 주체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제조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지금과 같이 모든 불량을 소자 업체에 의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제3자의 불량 분석 기관에 의뢰하여 문제의 원인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원인 분석을 실시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개선 방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제조 과정 중의 불량을 담당하는 제조사 엔지니어 혹은 기술사(Technician)에 대한 교육이다. 이 경우, 원인으로 지목된 소자를 제품 혹은 PCB에서 분리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며 그로 인해 2차, 3차 불량이 발생하지 않을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번 솔더링된 소자를 디솔더링(Desoldering)할 경우, DIP 타입 소자와 SOP 소자는 비교적 제거가 수월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BGA, LBGA 형태 소자의 경우 히트 건(Heat Gun)이나 디솔더링 작업 중 소자 내부에 열이 증가하면서 1차 불량이 사라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2차, 3차 방전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 현상들이 누적돼 발생하면, 불량 분석 결과를 NTF 혹은 EOS로 간결하게 정리해야 할지의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이렇게 진행될 경우, 1차 불량의 흔적이 사라지고 동일 불량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되며 개선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사실, 현재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많은 전자 부품 및 제품 제조 현장의 문제는 세심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EOS 대 ESD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EOS 불량은 전통적으로 교류 혹은 직류 전원의 불안정성이나 핫 플러깅(Hot Plugging ; 전원이 공급된 상태에서 소자 및 전자 회로 구성체와 결합하는 행동), 리버스 커넥션(Reverse Connection ; 전원이나 접지가 반대로 연결된 상태) 등과 같은 제품을 실제로 구동하는 입력 전압과 관련이 많다.
그리고 입력 전압의 접지가 불안정할 때 발생하는 서지 등과 같은 노이즈를 EOS의 소스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EOS 불량의 경우 소자 외관에서 그을음이나 손상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림 1. EOS 불량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소들
그림 1은 EOS 불량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ESD Industry Council에서 간략히 정리한 이미지이다.
그림 1에서는 EOS를 불량 결과로 규정하지만, 불량을 만드는 원인으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ESD Industry Council에서 전달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는 EOS라는 불량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몇 가지로 적용 및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EOS 불량의 원인이 수십 가지로 구분될 수 있고, 전부 표준화된 파형을 작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전 전압, 소스의 임피던스 등 모든 요소가 방전 전류 특성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그 구분에 대한 세밀한 협의 과정 없이 많은 회사에서 단순하게 EOS로 구분해 왔다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A라는 회사와 B라는 회사에서 정의하고 구분해 온 EOS 불량 현상이 사실 다 같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EOS 불량 결과에 대한 불량 분석 리포트를 어떻게 신뢰해야 하고, 제조 라인 개선에 적용해야 하는가이다. 세 번째에 대해서는 쉽게 답변하기 어려우며, 많은 공동 연구와 산업계 전반의 합의된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실제로, ESD Industry Council에서 EOS 관련 백서를 작성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합의된 문서 작성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것은 산업 전반의 합의된 목소리를 모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는 예이다.
반면에, ESD 불량은 소자 외관에 그을음을 일으키거나 와이어 본더 등의 손상을 일으키기에는 에너지 수준이 낮다. 대신에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 혹은 FIB(Focus Ion Beam) 장비 등의 도움을 받는 정밀 고배율 분석 작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HBM 대 CDM
ESD 방전 현상 중 HBM 불량과 CDM 불량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불량 원인과 손상 모습, 발생 위치가 다르다고 구분되어 왔다. HBM 불량은 소자를 취급하는 인체에 정전기 대전이 발생해 소자로 방전이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불량 현상이다.
그리고 CDM 불량은 인체 정전기 발생과 관계 없이, 소자의 표면에 정전기 대전이 발생하고 도전성 재료와의 접촉을 통해 방전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불량 현상이다.
이와 같이 원인과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불량의 모습과 위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도 앞서 설명한 소자의 민감도 증가로 인해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CDM 대 CBE
많은 엔지니어들은 소자가 PCB에 실장되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믿음은 그저 희망적인 바람일 뿐이다. PCB 재질 자체가 FR4 등으로 구성된 부도체이므로, 마찰이나 취급에 의해 정전기 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자에 비해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 마찰에 의한 정전기 대전 수준이 월등히 높다.
대전된 PCB의 도체 부위가 다른 전위 수준을 가진 도체(혹은 도전성 재료)와 접촉하게 되면 CDM 방전과 유사한 정전기 방전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정전기 방전의 불량은 앞서 설명한 EOS 불량과 매우 유사한 손상을 소자에 남기지만, 방전의 파형은 CDM과 유사한 특성을 나타낸다. 불량의 면적과 영향이 소자에 상대적으로 크고 넓게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SMT 라인에서 발견된 것으로 구분했던 EOS성 불량이 현재 반도체 제조 조립 공정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러한 불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불량 분석 리포트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OS 대 CBE
앞서 설명한 내용과 같이, 기존에 EOS로 쉽게 구분했던 불량 현상이 CBE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어, 불량 분석 수행 능력 및 재현 실험의 중요성이 다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예전과 같이 이 불량이 고객인 세트 업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소자를 공급한 업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소자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기존의 불량 구분 및 정리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해졌고, 제조 현장 및 고객 불량이 발생했을 경우 불량 분석과 원인 파악, 해결 솔루션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불량 분석 능력 재고에 대한 재원,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 불량 발생 시 분석에 대한 적절한 취급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인 제조, 납품, 판매 등 전자 제조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조 품질 관리 문화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유용훈 _ 국제정전기협회 한국지부 대표/코어인사이트(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