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규제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방식
최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집값이 비싸서 사람들이 집을 안 사는 걸까?”
그러나 2026년을 앞둔 지금, 이 질문은 점점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가격 그 자체보다 규제와 조건의 변화에 가깝다. 그리고 이 변화는 주택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까지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집을 안 사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없는 구조
최근 몇 년간 주택시장에서는 반복적으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가격이 조정을 받았음에도 거래는 살아나지 않았고, 정책 완화 신호가 나와도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접근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DSR 강화, 다주택자 세제 부담은 매수 의지를 꺾기보다 매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고 싶어도 대출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더 자주 들린다. 이는 가격 하락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관망과는 다른 성격이다. 시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입구가 좁아진 것에 가깝다.
주택 규제의 파장은 상업용으로 이동한다
주택시장에서 막힌 수요는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생활 방식과 소비 구조를 바꾼다. 전세에서 월세로, 매수에서 장기 임차로 이동한 가계는 주거비를 고정비로 떠안게 된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소비 여력을 줄이고, 이는 곧 상업용 부동산의 임차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상권을 보면, 2022년 이후 매출이 회복되지 못한 상가들이 늘어났다. 이는 단순히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월세 부담이 커진 가구가 소비를 줄이면서, 생활 밀착형 상권부터 먼저 타격을 받았다. 주택 규제가 상가 공실로 이어지는 경로는 이렇게 연결된다.
국내 사례: 주거비 압박이 상권을 바꾼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신도시의 상가를 보면 이 흐름은 더 뚜렷하다. 과거에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함께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입주가 끝난 뒤에도 공실이 장기간 지속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입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권을 지탱할 소비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한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학원·외식·생활형 업종의 매출 회복이 더디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성을 단순히 입지나 유동 인구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해외 사례: 규제의 방향이 상업용 시장을 바꾼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는 주택 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주택 규제를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주택 매수는 줄었지만,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어났다. 동시에 도심 외곽의 소규모 리테일 상권은 임차 수요 감소와 공실 문제를 겪었다. 반면, 뉴욕과 런던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수록 오피스와 물류 같은 비소비형 상업 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는 주택 규제가 상업용 부동산 전체를 동시에 흔드는 것이 아니라, 자산 유형별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업용 부동산, 이제 주택시장을 함께 봐야 한다
2026년을 앞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주거비 구조가 소비를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주택 규제가 강할수록, 생활형 상가는 더 민감해지고, 기업 수요 중심의 오피스나 물류 자산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이 차이는 투자 성과의 격차로 이어진다. 주택시장과 분리된 상업용 부동산의 분석은 점점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주거 규제는 임대차 구조를 바꾸고, 임대차 구조는 소비 패턴을 바꾸며, 소비 패턴은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 구조를 재편한다.
마무리 및 2026년 시장 전망
2026년을 앞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거래량이나 가격 그래프가 아니다.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규제가 만든 조건 속에서 접근 가능한 수요만 남고 나머지는 배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주택시장 내부에서 끝나지 않고, 소비와 임차 수요를 매개로 상업용 부동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생활형 소비는 위축되고, 이는 상가 시장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이다. 반면 기업 활동과 직접 연결된 오피스나 물류 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라도 어떤 수요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이 더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느냐다. 대출과 세금, 규제가 만든 진입 조건은 시장 참여자의 폭을 제한하고, 그 결과 거래는 적지만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과거의 상승장이나 하락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결국 2026년 부동산 시장은 회복과 침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주택과 상업용, 핵심과 비핵심, 소비형과 비소비형 자산 간의 분화와 선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이해도다. 가격을 맞히는 능력보다, 규제가 어떻게 수요를 재편하고 그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읽는 능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부동산은 늘 조용할 때 다음 국면을 준비한다. 지금의 정체는 멈춤이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 2026년의 시장은 용감한 선택을 요구하기보다, 구조를 이해한 선택을 요구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먼저 읽은 사람만이, 다음 움직임이 시작될 때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