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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시대, 사라지는 책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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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방한은 한국 사회에 다시 한 번 AI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재용, 정의선 부회장과의 ‘치맥 회동’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분명 긍정적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ICT 인프라, 제조업 기반 기술 생태계 등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AI의 빠른 확산은 우리 사회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하지만 기술 변화는 언제나 대가를 동반한다. 속도가 빠른 만큼 밀려나는 사람도 늘어난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는 AI가 ‘일자리’라는 생존 기반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아마존은 본사 사무직 직원 3만 명을 해고했다. HR, 클라우드, 광고 등 핵심 부서에서 AI 자동화가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메타 역시 조직 효율을 이유로 AI 연구조직에서 600명을 감원했다. 올해 전 세계 IT 대기업에서 해고된 인원은 94만 명을 넘었고 대부분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결과였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노동 구조를 재편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객 응대, 보고서 작성, 마케팅, 인사, 회계, 법률, 교육 등 사무직 전반에서 대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화가 효율로 간주되는 구조 속에서 AI가 ‘사람을 줄이는 기술’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산업 경쟁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이 사라지고 누가 밀려나는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재교육, 직무 전환, 디지털 역량 강화 등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이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AI 대전환이 초래할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고위험 직군에 대한 영향 예측, 직무 재설계, 성인 재교육, 반복적 구조 실업에 대응할 사회 안전망 강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AI는 분명 국가 산업을 도약시킬 기회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실제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속도만큼 사회적 조율이 중요하다. 사람을 지키는 일이 곧 산업의 지속성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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