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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P포인트] 상반기 반도체 패권경쟁 ‘누가 앞서가고 누가 흔들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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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기술, 지정학, 정책의 삼각 파고 속에서 요동쳤다. 2nm 공정의 선점 경쟁이 가속화하는 한편,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수입 규제 강화를 예고하며 다시금 보호무역의 칼날을 빼들었다. 일본과 인도는 자국 중심의 설계·제조 역량을 확대했고,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성장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거대 데이터센터 왕국 건설하는 中


중국이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며 파장을 일으켰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들어 총 39개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자국 전역에 건설 중이며, 이 시설에 총 11만5000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GPU 상당수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해 반입된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투자 차원을 넘어, 미국 주도의 공급망 통제에 대한 구조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신장과 칭하이 등 내륙 지역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중국의 AI 국산화 전략과 직결되며,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서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짙다. 

 

젠슨 황 방중 후 美, 중국 AI칩 수출 허용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칩 ‘H20’ 수출을 다시 허용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중대한 변곡점이 만들어졌다. 이 조치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중국을 직접 방문한 직후 발표돼 정치적 함의까지 더해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베이징 연설에서 “중국의 AI 모델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파트너십을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은 H20 칩 주문을 재개했고, 엔비디아는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수출 허용이 단순한 기술 완화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희토류·자석류 무역 협상과 연계된 협상이라는 해석이다.

 

‘라피더스의 2nm’ 심화하는 기술·설계 경쟁


일본의 라피더스가 주도한 2nm GAA 공정 시험생산이 화제가 됐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만 약 8025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4월 1일부터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7월 중 2nm 샘플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일본이 미세공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인도는 설계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5월, 노이다와 벵갈루루에 세계 최초의 3nm 칩 설계센터를 개소하며 반도체 밸류체인의 상류에 진입했다. 이는 대규모 팹 투자 없이도 설계 기술을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인도의 현실적 전략이다. 미국의 시놉시스는 앤시스를 350억 달러에 인수하며 EDA+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통합했다. 이는 칩 설계뿐 아니라 차량·항공우주·AI 등 고신뢰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도체 설계 환경의 통합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TSMC의 미국 투자’ 지역 팹 확대와 공급망 재편


제조 인프라의 글로벌 재배치도 속도를 높였다. 지난 3월,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기존 투자(65억 달러) 외에 추가로 100억 달러를 투입해 총 165억 달러 규모의 5개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려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미국형 팹 클러스터 구축의 상징이 되고 있다. 동시에, 램리서치는 인도 카르나타카주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장비 조립 및 테스트 설비 구축에 나섰다. 인도가 단순한 설계 허브를 넘어 제조 장비 생태계까지 확장해 나가는 조짐이다. 대만의 SPIL은 1월에 AI 전용 고급 패키징 공장을 타이중에 열고 엔비디아와 협업에 돌입했다. 고성능 AI 칩 구현을 위한 고밀도 패키징 기술 경쟁은 팹리스와 후공정 업체 간 협력 구조도 변화시키고 있다.

 

‘美의 무역확장법 232조’ 정책·무역·기업 구조 리스크


7월 중순,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항을 근거로 반도체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했다. 해당 조항은 전략 품목에 대해 최대 25~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네덜란드의 ASML은 7월 16일 관세 불확실성과 고객 주문 지연에 따른 2026년 성장 둔화를 경고하며, 하루 만에 주가가 11% 넘게 급락했다. ASML마저 미국의 무역 정책에 영향을 받는 현실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정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인텔은 7월 초 자동차용 반도체 부문을 정리하고 약 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는 PC와 데이터센터 중심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복귀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다.

 

시장 회복 신호와 확대되는 보안 위협


글로벌 시장에서는 회복의 징후도 뚜렷했다. SIA에 따르면 2025년 5월 반도체 매출은 약 59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모바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GlobalFoundries 등 주요 팹들은 설비 증설에 돌입했다. 그러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보 유출과 사이버보안 위협도 커지고 있다. 3월부터 6월까지, 대만 반도체 기업과 대학을 겨냥한 중국발 해킹 공격이 다수 포착됐으며, Cobalt Strike 및 Voldemort 백도어를 활용한 산업 스파이 활동도 활발해졌다. 기술정보 탈취는 산업 경쟁력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전략과 기술이 교차하는 시점


상반기의 흐름은 명확하다. 미국은 보호무역과 투자 유치라는 이중 전략으로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고, 일본과 인도는 기술 자립을 국가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 유럽은 Chips Act의 보완 논의까지 등장하며 정책적 실효성을 재검토 중이다. 하반기에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 라피더스의 2nm 시제품 양산 진전, 국제 사이버보안 협력 강화 여부가 핵심 모니터링 포인트다. 반도체는 기술의 산물임과 동시에 지정학의 상징이다. 2025년의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닌 글로벌 권력과 자원의 교차점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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