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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온앤오프] 수천 번 굽는 택배기사의 허리, 웨어러블 로봇이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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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 줄 요약]

 

1. 허리통증은 택배기사와 물류 노동자에게 만성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

2. 웨어러블 로봇은 반복적 허리 굴곡을 줄여주는 대안 기술로 주목

3. 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비용·착용감·효과 검증이 과제


 

OFF: 10kg 상자 수십 번 드는 하루, 요통은 일상이 됐다

 

택배·물류업계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74.8%가 요통·어깨통증 등 근골격계 이상 증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중 약 41%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루 8시간 이상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작업자의 평균 허리 굴곡 횟수가 하루 1,000회 이상에 이르며 평균 15kg 내외의 중량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고용노동부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동 연구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일반 생산직보다 근로시간이 30% 이상 길고 허리·무릎에 가해지는 물리적 부담도 평균 1.7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신체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돼 택배기사들은 이로 인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ON: 로봇이 허리를 지탱한다면? 웨어러블 로봇의 가능성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 택배기사들의 근무강도를 과연 웨어러블 로봇이 줄여줄 수 있을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허리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의 실증 결과에 따르면, 택배 상하차 작업자들이 해당 장비를 착용했을 때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평균 30~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작업자의 허리 근육 피로도가 25% 이상 줄었고 작업 종료 후 요통 호소율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수치도 함께 보고되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연구결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UC버클리 산하 웨어러블 로봇 기업 ‘수트엑스(SuitX)’의 산업용 로봇은 물류센터 현장 테스트에서 근로자의 허리 부담을 60%까지 줄였다는 결과를 얻었고 실제 작업자의 작업 지속 시간이 평균 15%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이 일부 허브터미널에서 시범 적용한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자의 피로도 및 근력 사용량을 평균 20%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으며, 쿠팡과 한진도 이와 유사한 시범 착용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는 연구실·실험실 수준의 통제 환경에서 얻어진 수치가 많고 실제 배송 기사와 같은 야외 고강도 작업에서의 효과 검증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는 점이다.

 

 

기술과 노동 사이,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전한 적용’

 

근골격계 질환은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다. 반복적인 노동 구조, 낙후된 장비, 인력 중심의 작업 설계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산업재해다. 기술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도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적용까지 이뤄져야 한다.

 

웨어러블 로봇은 현장의 허리통증을 완전히 해결할 마법은 아니지만 보완책으로서 분명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해 효과성과 비용을 낮추고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를 보완해 나간다면, 이 기술은 물류 노동자들의 일상을 바꾸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 발맞춰 정부도 산업 현장에 웨어러블 로봇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한 스마트 보호장비 구입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물류기업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시범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2024년 기준, 해당 사업을 통해 약 130개 현장에 착용형 로봇 200여 대가 보급되었으며, 특히 중량물 취급 비율이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웨어러블 로봇을 '차세대 로봇산업 5대 전략 품목' 중 하나로 지정하고,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R&D와 실증 비용을 지원 중이다.

 

산업계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단순 ‘보조기기’가 아닌 ‘노동 대체가 아닌 노동 지속을 위한 기술’로 정의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노동자와 여성 인력의 작업 가능 연한을 늘리고 반복 업무에서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 변화는 로봇 기술을 노동 친화 기술로 인식하게 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다만, 기술이 그 과정에서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변화다. 웨어러블 로봇이 택배기사들에게, 과중업무를 덜어낼 수 있는 도우미 역할로 주목받는 이유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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