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판례에 비추어 본 보증금 반환청구권의 시효 소멸 여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채 목적물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로 인해 사라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사례에 따르면, 교환계약에 의해 乙은 甲으로부터 A주택의 소유권 이전을 받았다. 이후 丙이 A주택을 임차하였다. 丙은 乙에게 보증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A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쳤다.
2010년 10월 1일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며 임차인인 丙은 2022년 10월 1일 현재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A주택을 계속 점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임대인 乙이 주택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며, 丙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乙은 이에 대해 “보증금 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임대차 기간이 종료된 지 12년이 지난 상태에서 丙의 보증금 반환청구는 동시이행항변권에 따라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례와 민법상의 해석은 어떻게 판단되는지가 이 사례의 요점이다.
동시이행 항변권, 보증금 반환과 주택 인도는 맞교환 관계
동시이행 항변권이란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이행 없이 자신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인도 의무는 일반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택을 인도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은 주택 반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그 제공을 해야 한다. 이는 민법 제536조에 따른 일반적인 법리이다.
보증금 반환청구권, 시효로 소멸되지 않아
우리 대법원 판례는 임차인이 이러한 동시이행 항변권을 근거로 해 임대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는 임대인의 목적물 반환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데,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만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판결에서 “임차인이 목적물에 계속 점유하고 있는 이상, 보증금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는 임차인의 점유가 계속되는 한, 그의 반환청구권이 동시이행 항변권에 의해 유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시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시점부터 진행되지만,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경우 상대방의 이행 제공이 없는 한 이행지체도, 시효 완성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결론
대법원은 판례 임대차가 종료함에 따라 발생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24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등 참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 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2008. 3. 21. 법률 제8923호로 개정되면서 표현이 바뀌었을 뿐 그 내용은 개정 전과 같다)를 인용했다.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丙이 계속 주택을 점유하고 있는 이상, 丙의 보증금 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 오히려 乙이 주택의 반환을 청구하려면 보증금의 반환 또는 그 제공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丙은 여전히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진다.
이와 같이 동시이행항변권과 시효 제도는 임대차 당사자 간의 권리관계를 조율하는 핵심적인 법리로,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헬로티 김근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