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제조 현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고령화된 숙련 인력과 신입 인력의 부족으로 생산 차질과 품질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계에,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제조 솔루션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생산 환경을 스스로 구축하고, 미세 결함 감지부터 설비 예지보전,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까지 전 과정을 지능화한다. 정부도 기업당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는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자율제조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자율제조’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은 제조업 현장의 단순한 애로사항을 넘어,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숙련공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예측 불가능한 생산 차질과 품질관리의 난항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이는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낡은 제조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도약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 기술이 급부상하는 중이다. 이러한 자율제조 체제는 글로벌 제조업계의 희망으로 낙점됐다.
자율제조의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최적의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는 숙련공의 경험에 의존했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AI가 제시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AI는 온습도·기압·진동·소음·분진 등 현장 상태에 대한 현재 컨디션을 제시하고, 불량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AI 비전 검사 기술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결함까지 정확하게 감지하여 불량률을 절감하고, 생산 설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지보전을 통해 설비 가동률을 극대화한다. 나아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은 실제 생산 라인과 동일한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최적의 생산 방식을 도출하는 데 기여한다.

산·학·연·정 드림팀, ‘K-자율제조’ 생태계 조성한다
자율제조 시대의 성공적인 안착은 개별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업계를 지원하고,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AI 시대의 신산업 정책’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했다. AI산업정책위원회는 정책 수립을 위해 국내 AI 분야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율제조라는 큰 틀 아래, 기업당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는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제조업 혁신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이 기조를 반영한 ‘제3차 AI산업정책위원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열린 ‘제1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국가 AI 전략 정책 방향’ 배경 아래, 산업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해당 과제는 ‘선도 프로젝트’,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산업 AI 컴퓨팅 인프라’, ‘산업 데이터’, ‘AI 반도체’, ‘AI 인재’, ‘전력 인프라’, ‘산업 AI 자본’, ‘AI 생태계’, ‘산업 AI 제도’ 등으로 구성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자율형 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AI 기반 자율제조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는 기술 공급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술 수요 업체는 이 같은 솔루션을 활용함과 동시에, 이들 공급 업체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율제조 실현·보급·보편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플랫폼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기업 내외부에 파편화된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를 허물고, 데이터 흐름을 최적화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핵심적인 특징은 △데이터 통합 및 연결성 강화 △강력한 데이터 보안 및 거버넌스 구축 △데이터 표준화 및 상호 운용성 확보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지원 △데이터 통합 및 연결성 강화 △개방형 협업 생태계 확보 등이다.
데이터 통합 및 연결성 강화 측면에서는 생산 설비, 센서, 공정 시스템 등 이질적인 데이터 소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연결해 데이터 활용의 기반을 마련한다. 강력한 데이터 보안 및 거버넌스는 민감 제조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 암호화 기술, 관련 규정 준수 체계를 제공한다.
이어 데이터 표준화 및 상호 운용성 확보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식·구조의 제조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연동을 지원한다.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활용은 공유된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고급 분석, 시각화 기능을 제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끝으로 개방형 협업 생태계 구축은 기업 내부 부서 간은 물론, 외부 파트너, 공급망 참여자와의 안전한 데이터 공유를 통해 협업을 증진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 극대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체계 확립, 혁신 가속화 및 경쟁력 우위 확보, 비용 절감 및 자원 관리 효율화, 선제적 문제 해결 및 예측 유지 보전 등 이점을 파생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공유 플랫폼은 제조업체가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관리· 분석·공유하도록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약할 전망이다.
도전과 기회,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시대 개막
자율제조로의 전환 과정에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이슈, 데이터 확보·관리의 어려움, 자본·기술 격차로 인한 불균형, 숙련 인력 재교육 및 고용 변화 등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존재한다.
특히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활용하는 것은 자율제조 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수요 업체 스스로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및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자율제조 도입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전문 컨설팅 제공을 통해 기업이 성공적으로 자율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환경·제반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이 같은 장벽과 과제를 서서히 해결한다면. 더 이상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이슈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AI가 스스로 최적의 생산 환경을 구축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자율형 제조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자율제조 기술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이 주도적인 입지를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AI가 제조 현장을 일깨우고, 혁신을 제시하는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