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애리조나 공장 순손실 기록하는 반면 中 난징 공장은 순이익 기록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지정학적 압력과 시장 논리 사이에서 균열음을 내고 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한 생산 공장에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이 이를 빌미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정면 비판을 가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손실은 정치적 개입이 시장 원리를 앞섰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단순한 생산 설비 이전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은 TSMC가 공개한 연례보고서의 수치와 맞물려 업계 안팎에서 공급망 구축 전략의 현실적 한계를 되짚게 한다.
TSMC는 지난 18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애리조나 공장의 2023년 순손실이 약 6252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475억 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공장은 지난해 말 준공됐지만,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중국 난징 공장은 같은 기간 1조100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동일한 기업의 생산 거점임에도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익성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운영 시점 차이를 넘어, 각국의 제조 환경과 공급망 구조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TSMC의 손실이 단지 초기 투자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제조 기반은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주요 부품과 원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며, 이로 인한 물류 비용과 공급 주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높은 인건비는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TSMC의 애리조나 프로젝트는 정치적 요청에 따른 비즈니스 결정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TSMC는 이에 대응해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달에도 TSMC는 미국 내 추가 1천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중국 언론은 미국의 반도체 전략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자국의 기술 내재화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공장 하나 지었다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TSMC가 미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내부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중 간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한 투자 규모나 공장 수를 넘어, 소재와 장비 내재화, 공급망 자립화, 인력 양성이라는 종합적 역량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SMIC, YMTC 등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제재 속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