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 사업이 올해로 4년째 접어들었다. 제조업 혁신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공장은 사업 초기 낮은 인지도로 인해 중소기업 관심이 적었지만, 도입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1만 개 보급하기로 한 2020년까지 이제 4년 남았다. 국내 산업자동화 전문가들은 한국형 스마트공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국산화, 표준화, 인재 양성, 공급 및 수요산업 육성 등을 지원하는 한편, 기존 제조기술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월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산업자동화 전문전시회인 오토메이션 월드 2017에서도 한국형 스마트공장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성공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오토메이션 월드를 주최하고 있는 (주)첨단은 그에 앞서 지난 3월15일 첨단 회의실에서 국내 산업자동화 전문가를 초청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전문가가 진단한 한국형 스마트공장 지속 가능 전략은 무엇일까?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은 고도화로 가는 마중물
차남주 대표이사 (이하 차남주) : 바쁘신 중에도 우리나라 제조업 미래를 위해 이번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출발로서 스마트공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세우는 것이 옳은 거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자리가 미래 지향적인 해답을 도출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도출이 안 되더라도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한국형 스마트공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지, 그리고 전략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차남주 대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시장보다 큰 사이즈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고객층을
글로벌 시장으로 묶을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 군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회장(이하 김태환) : 세계 각국의 제조업 스마트화 전략을 보면, 독일은 민에서 출발하여 관이 도와주는 국가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미국은 산업용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주도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공장자동화가 잘 되어 있는 일본은 IT 솔루션보다는 로봇, M2M 등의 분야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형은 있느냐? 제가 볼 때는 우리가 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이 한국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업 형태거든요.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해주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송형권 위원(이하 송형권) : 보통 우리가 독일형, 미국형, 일본형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런 형태는 누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산업구조에서 글로벌 경쟁하며 어떻게 살아남을까에 대한 베이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한국형 스마트공장, 한국형 제조업의 미래, 그리고 지속가능한 전략이 뭐냐고 했을 때, 먼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대기업 중심이죠. 대기업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0.18%이고, 나머지 99.82%는 중소기업이거든요. 그중에서도 5인 미만 기업은 63%가 넘어요. 중소기업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산업구조에서 실제로는 0.2%의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간다는 겁니다. 그러면 투자력, 노하우, 맨파워가 있는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중소기업들이 사라지면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거죠. 제가 볼 땐 어렵다고 생각해요. 산업구조가 숫자로 보면 정삼각형인데 경쟁력이나 제조 능력, 경제 파급효과는 역삼각형인 구조에서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해야만 제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사실은 큰 고민이거든요.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이 2020년까지 보급 사업 1만 개를 정했는데, 그 1만 개의 스마트공장 기업들이 대기업들과 손을 맞잡고 나갔을 때 글로벌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태환 : 우리가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하는 것을 한국형이라고 본다면, 현재까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는 마중물 역할을 잘 해왔다고 봅니다. 그것 때문에 혜택 보는 업체들도 사실 나오고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어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갖습니다.
스마트공장을 보면 우리가 수준별 레벨도 나누었고 영역도 5개로 돼 있습니다. 영역을 보면 제품개발뿐만 아니라 공장운영, 자원관리, 공급망관리, 자동화 지능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기업 운영을 하면서 필요했던 프로세서들이에요. 현장에 대입을 해보면 그냥 PLM, SCM, ERP, MES, 그리고 현장 자동화, 로봇 등이 되겠죠. 그렇게 영역을 나눠서 레벨을 측정하고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보면 기존 해왔던 사업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거죠. 여기에 요즘 나오는 IoT, 빅데이터 등은 고도화 단계에 가면 다 들어간다고 되어 있어요.
또 하나 측면은 우리나라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정말 다 고도화 단계까지 갈 수 있느냐, 또는 갈 필요가 있느냐 하는 거죠. 그것을 하기 위해 바닥을 다진다는 측면에서는 할 수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고도화 수준까지 갈 수 있는 업체는 중견기업 이상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한국형은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제가 많이 듣는 것은 대기업도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스마트화가 아니라는 거예요. 프로세스 관점이나 제품 측면에서 많이 나아졌을지는 몰라도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겠다는 측면에서는 크게 못 미치거든요. 그래서 대기업도 눈을 떠야 하고 중견기업도 이제는 자기자본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태환 회장은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생각의 방식을 바꿀 때다
권봉현 전무 (이하 권봉현) : 최근 화두인 인더스트리 4.0이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지금은 단순히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 매뉴팩처링, 제조업 혁신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정이나 결과이고 근본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부분은 일하는 방식이나 가르치는 방식, 협력하는 방식들을 바꾸어 가야 한다는 사실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 역량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또한, 가르치거나 협력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본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거죠.
예를 들어 정부의 자금이나 지원을 통해서 스마트공장 1만 개 정도 하게 되면 우리나라 많은 공단에서는 옆에 있는 회사 정도까지 스마트공장을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거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하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사상적이고 교육적인 백그라운드를 바꿔주는 활동 없이 보급 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과연 이게 끝나고 나면 자발적으로 기동력이 생겨서 돌아가겠느냐는 거죠. 지금 우리는 ERP나 MES를 구축해 데이터가 올라오면, 이 데이터를 가지고 뭘 할 거냐를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일하는 방식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다음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어요.
또 하나, MES를 구축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올라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소위 말하는 쓰레기 데이터가 많아요. 어떤 데이터가 의미를 가지려면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이 필요하고, 어떤 것은 정도가, 어떤 것은 양이, 어떤 것은 오차 범위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현장 작업자들의 몸에 배여 있는 기술 경험이 IT 시스템과 맞물려야 발전의 여지가 있는데 지금처럼 만들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가기가 매우 힘들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과거 우리가 패스트팔로어 역할을 할 때는 몇 가지 정책을 정해놓고 따라가게 하는 방법이었다면, 지금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기업들이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일부 데이터가 눈에 보이게 되면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병행해야 한다는 거죠.
차남주 : 제가 작년 1년 동안 서비소베이션과 서비타이제이션을 하면서 각 나라의 산업구조를 연구할 기회가 있었어요. 우리가 독일과 일본의 산업구조와 뭐가 다르냐면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대기업 중심의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대기업이 무너지면 확실하게 무너진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대기업의 모델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고 대기업의 어떤 모델이 살아남을 것인지 먼저 생각을 하자는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기업의 모델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다음에 모델이 무엇이냐를 생각하고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대기업만 쫓아가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자기 모델을 만들게 되고 또 대기업 모델이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적으로 유리하다면 그걸로 갈 수 있다는 거죠.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한국형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지, 하나로 가는 게 맞는 건지, 이 시점에서 누가 하는 게 맞는 건지 말씀해주시죠.
권봉현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스마트공장은 아직까지 완성된 모델이 없는 것 같아요.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이나 아디다스의 신발공장 경우,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예지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으며, CPS로 들어가면 실제 현장과 사이버상이 연동되거나 트윈이 되어 돌아가는데, 과연 그게 종착점이냐 했을 때, 결코 종착점이 아니거든요.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우리가 20~30년 뒤 이 시점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 아주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수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스마트공장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모델을 정해놓고 그대로 따라만 가게 된다면 좋은데, 변화 속도 자체가 직선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정책을 정하는 순간 이미 시간에 뒤늦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생각을 바꿀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을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M2M과 같은 그들이 잘하는 분야에 디지털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1만 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수요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인식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차남주 : 권 전무님 말씀은 공급자 중심의 생각을 정리해서 전략을 짜는 일도 중요하지만,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모델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도 될까요?
권봉현 : 네, 그런 부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자본주의 사회
김태환 : 인식의 변화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은 중소기업이 대상이라고 하면 중소기업의 CEO나 의사결정권자가 투자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어야겠죠. 그게 한두 명도 아니고 지금 20인 이상 기업이 6만 개이고 소공인까지 합하면 30만 개가 넘는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다 눈을 뜨게 하고 인식을 고쳐먹게 할 것이냐가 숙제죠.
일단은 스마트공장을 먼저 도입해서 좋은 효과를 봤던 사례들을 계속해서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사실은 이번 보급 사업을 하면서 일정 부분은 소문을 타고 들어온 기업들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지원해주니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니까 되더라는 것 때문에 들어오는 측면도 있거든요. 보급 사업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나가려면 중견기업이나 우리나라 특징인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서 밀고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봉현 : 대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의 가독성과 활용성이죠. 그런데 과제가 뭐냐 하면 실행에 관한 이슈가 있는데 실행에는 2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밸류체인상에서 혼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예전에는 수직적 계열화로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갔지만, 지금은 수평적으로 연대해서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과거 방식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산업생태계 수준이 올라와야 하는데 대기업 혼자 하기 힘들다는 게 한 가지가 있고요.
또 하나는 근본적인 솔루션에 대한 대비가 너무 안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플랫폼 빅데이터를 얘기하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플랫폼과 거기에 들어가는 알고리즘이나 애널리틱스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실제로 제가 솔루션 찾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결국 없었죠. 그래서 외국의 S사, M사, P사 플랫폼을 가져다가 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쓰면서 놀란 게 뭐냐 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머신러닝, 딥러닝, AI 등을 그들은 이미 2005년부터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로서는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송형권 : 여러 가지 말씀하셨는데,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거든요. 예를 들어, H그룹 같은 경우 1차 벤더들이 주문하고 견적 받고 하는데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는 디지털화되고 연결화되는 시스템들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CEO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는데 CEO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공장에서 설비에 센서를 달고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가 나오면서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설비 상태를 알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한다면 그 옆의 공장도 바꾸려고 하겠죠.
앞서 스마트공장 모델의 종국적인 모습은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만 적어도 4차 산업혁명 시대는 3가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초연결사회입니다. 지금 우리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저와 저의 아바타가 항상 연결되어 있듯이 이제는 모든 설비가 가상공간에 연결되고 가상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됐기 때문에 데이터가 엄청나게 생성되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특징을 데이터 자본주의 사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세상을 호령하는 사회가 된 거죠. 이제는 돈 많은 게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정확하고 실효성 있는 데이터를 가지느냐에 달려있어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세 번째 특징은 개인맞춤형 가치사회입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형태이지 모델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요합니다. 디지털화로 연결되어야 데이터가 모이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데이터라고 해서 모두 신뢰성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 데이터가 나의 성과에 방해가 되면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설비에 센서를 달면 되고 무엇보다도 CEO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올렸을 때 작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CEO가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우선 그런 문화를 대기업에서 바꾸고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 2차 협력업체를 도와줘서 잘 이끌어 간다면 할 수 있거든요. 제가 여러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대부분이 정부에서 뭘 해달라는 거였죠. 이제는 내가 투자해서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시장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 송형권 위원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분야에서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는 풀려야 하며 우리가 잘하는
IT 기술을 접목해 플랫폼화해서 우리의 플랫폼으로 전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제1의 전제는 국제표준
차남주 :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해 보면 결국 미래의 비즈니스는 고객에게 통합되고 최적화된 맞춤화 가치를 주어야겠고 그것이 대기업이든 중견·중소기업이든 그 기업들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되겠고, 그 전략에 따라 스마트공장 모델이 있고 그것을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그렇게 가야 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다 바뀌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표준 쪽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최동학 코디네이터(이하 최동학) : 한국형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사실 저는 한국형이라는 말이 매우 거북해요. 역으로 보면 제3국이나 제3자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2015년 5월에 아카텍이라는 독일 연구소가 25개국 150명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낸 게 있어요. 그 보고서에서 한국을 평가하기를, 4차 산업혁명을 실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계 5개 나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말합니다.
보고서는 또 각국의 특징을 다 정리해 놓았어요. 그중 한국의 특징은 첫째 국가 주도형이다, 둘째 대기업 주도형이다, 셋째 엘리트집단이 좌우하고 있다, 넷째 산업구조가 매우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그리고 다섯째 한국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굉장히 고무적인 얘기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물들이 나오게 된 동기는 한국의 반도체, LCD 산업과 같은 초고도화된 산업에서 그동안 충분한 역량을 쌓았던 기술들이 이제는 하향되고 있다는 얘기를 적어 놓았어요. 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스마트공장추진단과 같은 강력한 추진체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죠.
작년 10월 IEC 총회에서 우리의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1만 개를 목표로 한다고 하니 굉장히 놀라워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 얘기가 정말 고도화 단계까지 갈 것이냐, 왜 고도화 단계까지 가야 하느냐,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러면 스마트공장 존재 이유가 뭘까요. 스마트공장은 곧 스마트 제조잖아요. 독일은 제조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인더스트리 4.0이 독일의 중요한 제조기술력 수출전략입니다. 그리고 독일은 다보스포럼을 통해서 인더스트리 4.0을 띄우지 않았습니까. 띄웠으면 계속 전략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이용한 게 표준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아카텍 보고서에 따르면, 인더스트리 4.0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냐는 설문조사에서 256개 업체 중 160개사가 표준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두 번째가 프로세서였죠.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보면 중견기업은 서플라이체인이 있을 수 있지만, 소기업과 소공인은 서플라이체인이 없습니다.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의 과거 대기업이 엑셀로 생산계획과 작업지시 등을 해 왔듯이, 지금 중소기업이 그런 상태입니다.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 중소기업에 정말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차남주 : 대기업 중심 모델에서는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그들대로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고객들이 찾는 시장이 있거든요. 제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이제 고객이 정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모델은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관련된 기업들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또 하나 데이터적인 면에서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존 사업이 산업 융합화를 통해서 미래 가치를 찾아가는 라인이 있고 새로 생기는 직업과 산업이 가치를 쫓아가서 생기는 비즈니스가 있다는 거예요. 이것을 다 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 추진단이 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보면 하나의 모델로 몰고 간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어요.
최동학 :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은 큰 그림에서 스마트공장은 스마트제조라는 것입니다. 그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하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한 곳에서 스마트한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서비타이제이션이 되어야 합니다. 서비타이제이션의 핵심 원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일원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비즈니스와 비즈니스의 융합, 비즈니스와 ICT의 융합, 비즈니스와 또 다른 비즈니스 융합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 서비타이제이션,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의 3S가 한 박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에 3S 적용이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죠. 그런 것이 스마트공장이라는 콘셉트로 나오게 되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우리에겐 한국에 맞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이 한국을 볼 때 공통적으로 부여한 바가 있는데, 바로 엄청난 빠른 속도의 통신 인프라입니다. 한국은 이런 통신 인프라에서 돌아가는 모든 시스템이 경쟁력을 갖고 있죠.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을 하기 위해서 가정 먼저 해야 할 8대 과제 중 하나가 강력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였어요. 자율자동차가 나온다는데 자율자동차의 핵심 원리가 뭐겠어요. 바로 5G입니다. 5G가 안 되면 자율자동차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들이 생각하는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모빌리티 이런 것들이 다 통신 인프라가 안 되면 불가능하다 보니 한국을 주시하고 있죠. 독일이 생각만 하던 것들을 우리는 벌써 실행에 옮기고 있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형 시스템은 단점도 있지만 굉장한 강점도 있어요. 추진단이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하면서 내세운 첫 번째 전재는 공장 내 프로세서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공장 운영 관련된 IT 솔루션만 공급한다였어요. 나머지를 건드리면 복잡하니까요. 지금까지 시범적으로 2,500개를 했는데, 90%가 모두 기초, 중1단계입니다. 그리고 올해 목표가 5,000개인데, 그중 60%가 기초, 30%가 중1 단계이죠. 특히 올해는 일반 보급 사업에서 30개를 모델로 세우겠다는 별도의 전략도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발표하길 한국은 IoT 능력 세계 5위이고 합니다. 이처럼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에 기반한 스마트공장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서 1만개 정도 레퍼런스를 가진다면 적어도 10년 뒤엔 제조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동학 코디네이터는 “스마트제조의 중요한 3가지 특징인 스마트, 서비타이제이션,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
가 플랫폼에 적용되어 스마트공장이라는 콘셉트로 나오게 되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시장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역량 키워야
차남주 : 한국형 스마트공장을 위한 지속가능한 전략을 국가주도적으로 해야 된다고 봐요.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잘 활용해서 그것 역시 극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민간기업들이 대기업 주도의 산업구조를 계속 가져갈 거냐에는 의문이 듭니다. 분명한 것은 중소·중견기업들과 일반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입 격차를 줄여야 하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시장보다 큰 사이즈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고객층을 글로벌 시장으로 묶을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 군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이 수직계열화된 구조 외의 다른 모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거죠.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계급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정치적인 문제까지 나오는데 그걸 줄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중견·중소기업이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민간기업 전략은 어떤 게 필요한지요? 또 하나는 스마트공장을 하면서 우리가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권봉현 : 첫 번째 질문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단계별로 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은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이 되어서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일부분으로써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의 2차 벤더인 나사를 만드는 업체가 데이터를 통해 품질이 좋아지고 원가가 낮아진다면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거죠.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그 다음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책을 세우거나 모델을 만들어서 끌고 가기보다는 중소기업 스스로 눈을 뜨고 시장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거죠. 그걸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권봉현 전무는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은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이 되어서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된다”며, “중소기업 스스로 눈을 뜨고 시장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학 :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는 길은 대기업과 더욱 긴말한 협조를 해야 합니다. B2B 업종별 산업별로 특징에 맞는 스마트공장이 나와 줘야 하는데, 대기업이 주요 B2B 거래처라고 하면 대기업의 요구사항이나 대기업의 전략 정책에 100% 따라가야겠죠. 그러면 중소기업은 본인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수준이 되면 해외로 나가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품이든 사람이든 시스템이든 간에 다 국제표준을 따라야겠죠. 또 하나는 스마트한 마케팅입니다. 맨 앞 단계의 제품개발 기술과 마지막 단계인 마케팅에 집중해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지 중간의 원가만 따져서는 경쟁력을 갖기란 어렵죠. 마지막으로 마케팅 B2C입니다. 중소기업 스스로 시장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송형권 : 정책적인 면에서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분야에서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게 하려면 네거티브 규제는 이제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잘하는 IT 기술을 운영기술에 접목하여 플랫폼화해서 우리의 플랫폼으로 전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우리가 데모 스마트공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LS산전과 같은 국내 대기업이 그 분야에서 닮고 싶은 공장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정말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과 같은 우리나라 스마트공장도 하나쯤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김태환 : 제가 시스템을 여러 개 구축해보고 했지만,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매출이 올라가고 수익이 높아진 경험이 별로 없어요. 특히 제조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목적인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IT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약간 다른 게 뭐냐 하면, 제품에 서비스를 얹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 서비스는 데이터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품 경쟁력은 한 차원 높아지게 됩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을 맞아서 다들 추구하는 바가 그런 거겠죠. 중소기업이 그 부분까지 도달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보면, 우리가 기존에 했던 것의 반복이에요.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 IT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건데, 예전에 했던 겁니다. 하지만, 과거에 성공을 못 했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이어져야 되는 거고 이것을 딛고 일어서야 데이터가 보이게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팔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면 정말 창의적인 데이터가 플러스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또는 스마트공장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쓰나미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축척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5년, 10년에 걸쳐서 계속 축척의 시간을 쌓아가야 해요. 그리고 실패도 빨리 해봐야 합니다.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업그레이드된 모델도 나올 수 있겠죠. 저는 이 방법이 한국형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차남주 : 4차 산업혁명 시대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습니다.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스마트공장이 초대형 국가사업인 만큼 지속가능한 모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임근난 기자 (fa@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