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배너

[AW 2026 리뷰] 8만 명이 목격한 ‘제조 AX’의 다음 챕터...“설비 개선 아닌 '운영 혁신'으로”

URL복사

국내 제조업은 지금 자동화(Automation) 설비를 더 많이 들여놓는 단계보다, 이미 도입된 장비와 데이터를 어떻게 실제 운영 체계로 통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해당 양상에서 인공지능(AI)이 그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확산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이 추정치 기준 6.4%에서 30.3%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고용 비중이 80%를 넘는 구조인데, OECD 조사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AI 활용 비율은 31%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 51%, 아일랜드 45%, 오스트리아 42%보다 낮았은 수치다. 차세대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를 현장 운영까지 녹이는 속도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뜻이다.

 

이 격차는 기술을 적게 도했했다는 의미로만 보기 어렵다. 제조 현장은 설비 교체 주기가 길고 생산 차질 비용이 크다. 그리고 기존 장비와 새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구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AI를 도입하더라도 품질 관리, 설비 예지보전, 안전, 공정 제어, 물류 흐름 등을 실제 운영단과 잇지 않으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OECD의 분석 결과도 이러한 배경과 괘를 함께한다.

 

정부 정책 방향도 이미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요 업무계획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제조 로봇 도입, 제조 데이터 기반 스마트 공장,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적용 자율형 공장 등을 포함해 1700여 개 제조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2026년도 지능형 제조 혁신 지원사업은 자율형 공장 30개, 제조 AI 특화 스마트 공장 400개, 대·중소 상생형 AI 트랙 20개 등 450개 내외 과제를 지원하겠다고 공표했다. 기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보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조 인공지능 전환(AX)과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로 정책 방향이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전시장 코엑스 전관에서 열린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utomation World 2026 이하 AW 2026)이 산업·공장 자동화(FA) 산업의 미래를 조망했다.

 

 

한국산업지능화협회(KOIIA)·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KOSMO)·한국머신비전산업협회(KMVIA)·한국무역협회(KITA)·(주)첨단·코엑스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에는 24개국 500개 업체가 2300개 부스를 마련했다. 이를 관전하기 위해 약 8만 명의 참관객이 현장을 찾았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규모로, 주최 측은 역대 최대 기록이라고 밝혔다.

 

외형만 커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 전시는 개별 장비를 병렬로 나열하기보다, 자율제조가 공정 안에서 어떤 순환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힘을 실었다. 이때 ‘자율성, 지속가능성의 동력(Autonomy, The driver of sustainability)’을 주요 메시지로 배치해 ▲센서 ▲구동 제어(Motion Control) ▲비전(Vision) ▲소프트웨어 ▲물류를 하나의 운영 흐름으로 연계한 전시 구성이 강조됐다.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자율 공장 모델로 설계한 이 콘셉트는 제조업의 경쟁 포인트가 더 이상 장비·솔루션·시스템 등의 단품 성능에 머물지 않는다는 메시지였다. 데이터 입력, 의사결정, 실행, 복구 등으로 이어지는 전체 순환 체계로 트렌드가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구성은 네 개 테마관에서 한데 선보였다. 그동안 AW의 대표 전시관으로 활약한 ‘공장자동화산업전(aimex)’은 센서·드라이브 등 현장의 기초 자동화 요소를 통해 공장의 ‘신경계’를 시각화했다. 여기에 ‘스마트공장엑스포(Smart Factory Expo)’는 제조 소프트웨어, 산업용 네트워크,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 등을 앞세워 공정 운영의 ‘두뇌’ 역할을 구현했다.

 

 

아울러 ‘한국머신비전산업전(Korea Vision Show)’은 비전 센서, 카메라, 품질 검사 기술을 통해 제조 현장의 ‘눈’을, ‘스마트물류특별관(Smart Logistics Zone)’은 이송과 창고 자동화를 중심으로 제조의 ‘동맥’에 해당하는 흐름을 맡았다.

 

이 네 가지 핵심 기술 토대가 한 공간 안에서 연이어 펼쳐짐으로써 올해 AW의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됐다. 센서와 제어가 데이터를 만들고,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가 이를 전달·판단하며, 머신비전이 이상 징후를 읽고, 물류 시스템이 다시 그 결과를 공정 흐름에 반영하는 구조가 전시장 전체의 서사로 작동했다.

 

결국 이번 전시는 특정 기술 하나의 고도화보다 시스템 전체의 최적화를 앞세웠고, 장비 단품이 아니라 통합 운영 시스템 관점에서 자율제조를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화 전시와 결을 달리했다.

 

관찰자에서 수행자로...현장 메커니즘 혁신하는 차세대 기술 방법론 제시하다

 

AW 2026 현장에서 특히 참관객의 관심을 이끈 요소는 AI의 위치 변화였다. 한동안 산업 현장에서 AI는 화면 위 분석 기능이나 모니터링 고도화의 언어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AW 2026 현장에서는 한 걸음 나아간 AI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더 플라츠(The Plaze)에 마련된 ‘AI 팩토리 특별관’은 피지컬 AI(Physical AI), 로보틱스, AI 인프라 등을 현장 배치 가능한 방식으로 참관객을 설득했다. AI를 예지보전, 품질 관리, 안전, 보안과 같은 실무 과제를 해결하는 운영기술(OT)로 풀어냈다.

 

전시장에서는 AI 도입 여부보다 업데이트, 검증, 보안, 품질 관리까지 포함한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는 AI가 이제 보여주기용 기능을 넘어 제조 운영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로보틱스 역시 그동안 선보인 단순한 시연을 넘어서는 실제 적용 방법론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의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와 사측 로보틱스 부문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아틀라스(Atlas)’ 데모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이 밖에 다양한 국내 업체가 휴머노이드,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등 차세대 로봇 폼팩터를 들고 나와 관심받았다.

 

이렇게 차세대 로봇 기술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그것이 어떤 운영 시나리오와 산업 적용 방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방향성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공정 규칙, 안전 조건, 협업 시나리오, 상용화 로드맵 등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제시됐다.

 

그 상징적인 무대가 국내 최초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컨퍼런스(China Humanoid Robot Conference)’였다. 해당 행사에는 애지봇(Agibot)·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푸리에인텔리전스(Fourier Intelligence)·레주로보틱스(Leju Robotics)·화웨이(Huawei)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는 중국 휴머노이드 기술 소개와 더불어, 기술 동향, 상용화 전략, 산업 현장 내 전제 조건 등을 함께 공유하는 장으로 꾸려졌다. 이는 AW가 제조 AX의 다음 후보 기술 가운데 휴머노이드를 주요 기술 방법론으로 채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AW 2026는 이 같은 전시 행사뿐만 아니라, 제조·물류 산업 내 실질적 교류의 장으로도 기능했다. 전시 기간 동안 열린 ‘산업지능화 컨퍼런스’, ‘AI 자율제조 혁신 컨퍼런스’, ‘AI 머신비전 기술 세미나’ 등 약 200개 세션은 제조·물류 영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연결하는 역할로 주목받았다.

 

 

특히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는 8개국 23개 글로벌 바이어가 참여했다. 이를 통해 AW 참가 업체 165개사와 총 343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주최 측은 상담 규모 약 9700만 달러(약 1430억 원), 계약 추진액 약 2600만 달러(약 383억 원)의 성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올해 AW 2026의 3일을 돌이켜보면, 그동안 전개된 FA 산업 트렌드와 결이 바뀌고 있다는 포인트가 주목할 점이다. 제조·물류 현장에 센서·설비가 많이 도입됐고, 그만큼 데이터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축적됐다. 하지만 현시점 산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데이터가 의사결정으로 변환되는 속도, 그 결정이 실제 작업 변경과 자재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로, 예외 상황에서 공장·물류센터가 얼마나 빠르게 복구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 이제 경쟁은 이 순환 구조를 얼마나 잘 연결하고,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배너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