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가 세계 최소 수준인 1와트(W) 내외의 저전력으로 자율주행차가 요구하는 영상인식 및 제어 기능을 통합 실행하는 프로세서 칩을 개발했다. 지난해 개발한 자율주행차용 고성능 프로세서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로써 자율주행차의 모든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프로세서는 지난해 ‘알데바란’으로 명명됐다. 알데바린은 1등성 별 명칭 중 하나다. 자율주행차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프로세서는 그동안 해외기술에 의존해왔는데, 이제는 국산화할 수 있다는 희망를 갖게 돼 앞으로 해외에 의존할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TRI 프로세서는 1GHz 동작이 가능하다. 1GHz는 초당 10억회 고속연산처리가 가능한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 회로 지연을 줄이기 위한 기술로 13개의 파이프라인 단계(Pipeline Stage)를 가졌으며, Branch Target Buffer를 이용한 Branch Prediction을 수행하게 해 Deep pipeling stage로 인한 Stall 성능 손실을 최소화했고 동시에 2개의 명렁어를 처리할 수 있다.
단일 프로세서 코어는 0.048W에서 0.20W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이를 전력 효율로 따지면 0.16mW/MHz~ 0.36W/MHz를 가지게 되는 저전력 프로세서인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해에 이어 프로세서 코어를 4개에서 올해 9개로 늘렸다. 프로세서가 9개라는 것은 초당 90억회의 고속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두뇌가 늘어난만큼 처리속도가 빨라져 더 깨끗하고 큰 영상구현이 가능하다.
인식기능도 크게 좋아졌다. 현재 실시간 초고화질(UHD) 영상 처리와 함께 보행자, 차량, 차선, 움직임 인식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레이더 및 GPS 신호저리 인식 실험도 성공했다. 향후 라이다, 초음파에도 응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칩에는 차량 보안 및 사고 증거확보를 위해 주행 영상을 저장 및 플레이할 수 있는 블랙박스 기능도 추가했다.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표준을 준수하는 UHD급 해상도가 지원 가능하다.
아울러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능 안전 국재표준(ISO 26262)도 만족하는 프로세서 코어도 지난해 2개에서 올해 4개로 늘렸다. 서로 다른 기능 안전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기가 더욱 쉬워진 것이다. 충돌 인식 등과 같은 위험 인식 기능이 보다 향상됐다.
ETRI의 발표에 따르면, 프로세서가 내장된 칩은 국제표준 기준인 오류방지 기준을 99% 이상 만족시킨다. 이는 알데바란 프로세서가 차량 급발진의 경우처럼 전자장치 고장시 99% 확인하고 해결한다는 뜻이다. ETRI의 알데바란 프로세서는 차량 고장여부를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혁신적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이다.
ETRI의 이번 발표 중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프로레서 칩을 하나로, ‘원칩(One-chip)’화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카메라 영상처리 기능을 넣고 운전자지원시스템을 보강해 모션 인식까지 가능하도록 칩을 만들었다.
프로세서의 원칩화는 영상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칩의 단가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연구진이 만든 칩의 크기는 7.8x6.7mm로 손톱보다 작다. 이렇게 만들어진 칩은 전자제어유닛(ECU) 보드(10cmx10cm)에 심어져 하우징을 거친 후 자동차 콘솔부위에 내장된다.
▲ AB5 프로세서 칩을 장착한 ECU 시스템
아울러 연구진은 기존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의 전처리를 위해 각각 별도의 코어가 있었지만 원칩화함에 따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TRI는 지난해 개발 후 이 프로세서를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넥스트칩’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번에 개발한 칩도 올해 하반기 중 관련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이를 통해 칩 대량생산을 이뤄내어 내년에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이 기술은 영상처리를 많이 이용하는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나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Level 3)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고가의 차량이 원하는 서비스에 꼭 필요한 반도체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알데바란 칩의 성능이 세계적 수준이며 글로벌 경쟁 업체가 내놓은 불리형 칩이 내장된 모듈 가격이 수 십만 원 대인데, 이를 수 만 원 대로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 ETRI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향후 신경망(Neural network) 기술을 활용해 영상인식 엔진에 초고성능의 인공지능 기술을 넣어 칩화 할 계획을 갖고 있다.
▲ AB5 프로레서 레이아웃
ETRI는 이 프로세서가 인공지능 시대의 정보기기에 응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개발하기 위해 현재 영상인식 지능을 실시간, 저전력으로 실현하는 설계를 완료했다. 내년까지 현재보다 영상인식 엔진 성능이 100배 이상 향상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제작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프로세서 개발 연구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임태범 크리에이티브 플래너(CP)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운데, 국내 지능형반도체 산업계가 정체 상태에 있는 시점에서 미래 시장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TRI 권영수 프로세서연구그룹장도 “향후 사람처럼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정확이 인식하는 것이 목표다. 기계와 사람간의 대화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한 칩 개발이 진행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