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도입이 확산됐지만, 국내 제조 현장에서는 여전히 납기 지연과 계획 변경이 반복된다. ERP와 MES가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일정은 엑셀과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KSTEC 이윤주 기술이사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데이터는 충분하지만,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체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설비 자동화와 실적 관리 단계에 머물러 있고, 수요 변동·설비 장애·긴급 주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생산계획 체계는 부재한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메우는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다. KSTEC이 공개한 SyncPlan APS는 ERP와 MES 사이에서 수요 계획, 생산 계획, 공정 스케줄링을 연결하며, 다단계 계획과 목표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납기, 재고, 설비 가동률을 동시에 고려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데이터를 쌓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의 벽, ‘계획’이라는 블라인드 스폿
국내 제조업은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 설비 자동화, MES 도입, ERP 고도화까지 겉으로 보면 공장은 충분히 ‘스마트’해 보인다. 그러나 현장 깊숙이 들어가 보면 여전히 반복되는 질문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이 주문을 언제까지 맞출 수 있는가.” “설비 하나가 멈추면 전체 일정은 어떻게 바뀌는가.” “긴급 주문이 들어왔을 때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문제는 데이터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는 넘칠 정도로 쌓여 있다. ERP에는 주문과 원가 정보가 있고, MES에는 실적과 재공, 설비 상태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한다. 계획이라는 영역이 구조적으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제조기업에서 생산계획은 여전히 엑셀이나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다. 부서별로 각자 다른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고, 변경사항은 전화나 메신저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왜곡되고, 판단은 늦어지며, 책임 소재는 흐려진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의 진짜 난관은 설비가 아니라 ‘의사결정 체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는 단순한 솔루션이 아니라, 제조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도구로 등장한다. KSTEC의 SyncPlan APS가 주목받는 이유 역시 기능의 화려함이 아니라, 계획이라는 블라인드 스폿을 정면으로 겨냥한다는 데 있다.
ERP와 MES 사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영역
제조 IT 구조를 들여다보면 ERP와 MES는 비교적 명확한 역할을 가진다. ERP는 기준 정보와 주문, 원가를 관리하고, MES는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기록한다. 문제는 그 사이에 존재한다. “그래서 내일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책임지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이 공백은 사람의 판단으로 메워져 왔다. 생산관리자는 엑셀을 열어 주문을 정렬하고, 설비 담당자는 경험적으로 병목을 예측하며, 구매 부서는 ‘혹시 모르니’ 자재를 더 확보한다. 각자의 판단은 합리적일 수 있지만, 전체를 동시에 고려하지는 못한다. 그 결과 납기 지연, 재고 증가, 설비 비효율이 반복된다.
SyncPlan APS는 이 구조적 공백을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이다. ERP와 MES의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하되, 그 위에서 수요 계획, 공급 계획, 생산 계획, 작업 순서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월·주·일 단위 계획을 넘어, 시간·시프트 단위까지 내려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계획 단계에서 KPI를 ‘예측’한다는 점이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을 경우 설비 가동률은 얼마인지, 재고는 얼마나 쌓이는지, 납기는 얼마나 지켜지는지를 미리 계산한다. 계획이 곧 시뮬레이션이 되는 구조다. 이는 생산관리의 역할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의사결정으로 이동시키는 핵심 장치다.
다단계 계획과 변동성 관리, 현실을 반영한 설계
현실의 제조 현장은 늘 변한다. 긴급 주문이 들어오고, 설비가 멈추며, 인력이 빠진다. 그럼에도 계획이 의미를 가지려면 ‘현실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SyncPlan APS가 다단계 계획 구조를 채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위 단계에서는 월·분기 단위의 마스터 프로덕션 플랜이 수립된다. 이 단계에서는 판매 계획과 연동해 큰 흐름을 잡는다. 이후 주간 계획, 일별 계획, 최종 작업 순서로 점차 세분화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분해가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특히 ‘변동성 관리’ 개념은 현장 친화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가까운 미래의 계획은 최대한 고정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중장기 구간은 유연성을 허용한다. 예를 들어 향후 3~4일 구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하지 않고, 그 이후 구간에서 우선순위와 자원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계획 변경이 곧 혼란으로 이어지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계획은 살아 움직이되, 아무 때나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계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환점이다.
목표 기반 알고리즘, 사람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다
기존 스케줄링의 한계는 단순하다. 규칙은 많지만, 전체를 동시에 고려하지 못한다. “이 작업 다음에는 이 작업”이라는 로컬 규칙은 존재하지만, 그 결과가 전체 납기와 재고, 설비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기 어렵다.
SyncPlan APS는 이 지점을 목표 기반 알고리즘으로 접근한다. 전체 주문, 설비, 인력, 자재를 한 번에 놓고,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에 맞춰 계획을 생성한다. 납기 지연 최소화, 설비 우선순위 준수, 재고 감소 등 목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스템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조합을 계산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방대한 제약 조건 모델이다. 공정별 소요 시간, Lot Size, 최소 작업 단위, 우선순위, 재공 제한, 자재 On/Off 조건, 허용 지연 일수까지 실제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조건들이 반영된다. 이는 20년 이상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없었다면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중요한 점은 이 시스템이 사람의 판단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판단의 범위를 확장한다. 사람은 목표를 설정하고, 시스템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판단과 계산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진다.
현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도구, Smart Gantt Chart의 의미
아무리 정교한 계획이라도 현장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많은 APS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yncPlan APS가 Smart Gantt Chart를 별도의 설치형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장과 계획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이 도구는 단순한 시각화가 아니다. 드래그 앤 드롭, 복사·붙여넣기, 작업 병합과 분할, 부분 물량 이동 등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편집 기능을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재고, 설비, 인력 상태를 보조 차트로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변경의 영향이 즉시 드러난다.
특히 사용자가 직접 수정한 작업을 보호하는 기능은 상징적이다. 자동화된 재계획 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사람의 의도가 개입된 영역’임을 시스템이 인식한다. 이는 자동화와 현장 경험을 대립시키지 않는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결국 계획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알고리즘보다 현장 수용성에 달려 있다. Smart Gantt Chart는 그 접점을 현실적으로 설계한 결과물이다.
제조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APS의 미래
SyncPlan APS는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장기 수요 예측과 설비 투자 시나리오를 검증하는 캐파 시뮬레이션으로 활용됐고, 의류 산업에서는 다품종·계절성 품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인력 부하 밸런싱을 통해 작업 편중 문제를 완화했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수리 최적화, 머신러닝, 딥러닝을 거쳐 트랜스포머 모델까지 도입되며, 계획 결과를 자연어로 설명하고 대시보드로 시각화하는 방향으로 확장 중이다. 이는 계획을 ‘전문가만 이해하는 영역’에서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언어’로 바꾸는 시도다.
스마트공장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데이터를 쌓는 것이 아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SyncPlan APS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계획하고 있는가.”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