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 2026 프리뷰-주목 솔루션⑪] 제조 AI 성공은 ‘기술’이 아닌 ‘현장 적응력’…다시 쓴 제조 AI 공식

2026.01.31 10:22:53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제조 현장에 AI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운영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수많은 제조 AI 프로젝트가 PoC 단계에서 멈추거나 양산 라인에 안착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 문제를 기술 한계로만 설명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그러나 라온피플 윤기욱 CTO는 제조 AI의 실패 원인을 전혀 다른 지점에서 짚는다. “제조 AI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운영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GPU 인프라와 AI 전문 인력을 전제로 설계된 기존 접근 방식은 오래된 생산 라인과 복잡한 공정 환경을 가진 제조 현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데이터 관리, 모델 유지, 성능 저하 대응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더해지며 제조 AI는 ‘도입은 했지만 쓰이지 않는 기술’로 남았다.

라온피플은 제조 AI 플랫폼 ‘NAVI AI PRO’, 통합 MLOps 플랫폼 ‘EZ PLANET’, 생성형 AI 기반 지능형 관제 ‘Odin AI’, AI 에이전트 ‘HI FENN’을 통해 이 구조적 한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여기서는 제조 AI와 생성형 AI가 어떻게 ‘현장에서 살아남는 기술’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짚는다.

 

 

제조 AI는 왜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나

 

 

제조 AI는 오랫동안 ‘도입 대비 효과가 불분명한 기술’로 인식돼 왔다. 수많은 공장에서 AI 기반 품질 검사를 시도했지만, 상당수 프로젝트는 PoC 단계에서 멈췄고 실제 양산 라인에 안착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기술 성숙도가 아니라, 제조 현장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 방식에 있었다. 생산 라인은 이미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가동돼 왔고 하드웨어 교체나 GPU 증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AI 프로젝트는 최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전제로 설계됐다.

 

또 하나의 벽은 데이터였다. 제조 AI에서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알고리즘보다 데이터 품질이지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구축과 유지 관리가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불량 정의는 공정마다 다르고, 레이블 기준은 작업자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며 공정 조건이 바뀌면 기존 모델은 빠르게 성능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AI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지만, 이를 감당할 운영 체계는 부족했다.

 

이 지점에서 제조 AI의 실패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운영 문제’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AI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라온피플이 강조하는 지점 역시 여기에 있다. 제조 AI를 ‘도입하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재정의하지 않으면, 어떤 고도화된 모델도 현장에서는 무력해진다는 문제의식이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현장에서 제조 AI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데이터다. 많은 기업들이 “AI 모델은 있는데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 원인을 들여다보면 데이터 품질과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데이터가 학습에 도움이 되고, 어떤 데이터가 오히려 성능을 떨어뜨리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만 장 이상의 이미지 데이터가 쌓이는 제조 환경에서는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라온피플의 NAVI AI PRO가 데이터 분석 기능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학습 버튼을 누르는 AI가 아니라, 데이터 분포와 클래스 간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레이블 정확도를 시각화해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AI 전문가가 아닌 현장 엔지니어에게 특히 중요한 지점이다. 어떤 데이터가 학습을 방해하는지, 어떤 샘플이 이상치(outlier)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만 데이터 정비가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접근은 인프라 조건이다. 많은 공장이 GPU 기반 AI를 전제로 한 솔루션을 부담스러워한다. 라온피플이 CPU 기반 환경에서도 이미지 1장당 1ms 수준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제조 AI가 새로운 장비를 요구하는 순간 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설비 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AI만이 현장에 남는다. 제조 AI의 성공 조건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현장 적응력’이라는 사실을 이 대목에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 번 만든 AI는 반드시 망가진다

 

제조 AI의 또 다른 착각은 “한 번 잘 만들면 오래 쓸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공정 조건이 바뀌고, 불량 유형이 추가되며, 생산 물량이 변하면 AI 모델은 빠르게 성능을 잃는다. 문제는 이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무작정 추가해 학습하면 기존 패턴에 과적합되거나, 오히려 성능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NAVI AI PRO의 컨티뉴얼 러닝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기존 모델과 데이터셋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 추가된 데이터만을 선별적으로 반영해 학습을 진행하는 구조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자동화돼 있고, AI 전문 지식이 없어도 운영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누가 이 모델을 관리하느냐’가 늘 문제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불량 유출은 극단적으로 줄이되, 가성불량은 일부 허용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파라미터 최적화, 가중치 조절이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0.05% 수준의 미검률을 단기간에 달성했다. 이 사례는 제조 AI의 경쟁력이 모델 자체가 아니라, 빠른 피드백과 운영 구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AI가 많아질수록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

 

AI가 한 개일 때는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조 현장은 다르다. 여러 라인, 여러 공정, 여러 비전 시스템이 동시에 운영된다. 이때 AI는 개별 솔루션이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많은 기업들이 이 지점에서 또 한 번 한계를 경험했다. 모델은 늘어나는데, 이를 통합 관리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EZ PLANET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플랫폼이다. 단순한 MLOps 도구가 아니라, 제조 현장의 실제 운영 시나리오를 전제로 설계됐다. 실시간 검사, 2차 품질 검증, 오프라인 분석 등 다양한 ADC 흐름을 하나의 표준화된 구조로 묶는다. 고객은 생산 현장 인터페이스만 정의하면 되고, 나머지 데이터 수집·학습·배포·운영은 플랫폼이 담당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지속 운영’이다. 여러 라인의 비전 시스템을 하나의 MLOps로 통합 관리하면서도, 작업자와 운영자는 복잡한 설정 없이 정해진 가이드에 따라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 제조 AI가 확산될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모델이 아니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운영 체계라는 사실을 EZ PLANET은 분명히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산업 현장에서 무엇을 바꾸는가

 

생성형 AI의 등장은 산업 AI의 역할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 기존 딥러닝 기반 관제 시스템이 ‘정해진 조건을 찾는 기술’이었다면, 생성형 AI는 ‘상황을 이해하는 기술’에 가깝다. Odin AI가 기존 지능형 CCTV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바로 이 맥락 이해 능력이다.

 

작업자가 쓰러진 것인지, 잠시 쉬는 것인지, 위험 환경에 노출된 것인지 구분하는 일은 단순한 객체 인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변 환경, 동작 맥락, 시간 흐름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이 복합적인 조건을 자연어 기반으로 설정하고,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이벤트까지 탐지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오탐지로 인한 알람 피로도를 줄이고, 실제 위험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여기에 더해 HI FENN은 산업 현장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개념을 현실로 끌어온다. 문서, DB, 이메일, 사내 지식이 흩어진 환경에서 정보를 찾아 가공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HI FENN은 이 과정을 하나의 에이전트로 연결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현업이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 조직의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도구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 AI의 다음 조건은 ‘자율적 운영’

 

제조 AI, MLOps, 생성형 AI, AI 에이전트로 이어지는 라온피플의 흐름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스스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배포, 관제, 업무 자동화까지 이어지는 연결 구조 속에서 사람은 판단과 전략에 집중하고, 반복과 운영은 시스템이 담당한다.

 

산업 현장은 앞으로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생산 조건은 빠르게 바뀌고, 안전 요구는 강화되며, 인력 구조는 점점 얇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그 AI가 실제로 작동하느냐다. 라온피플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이 AI는 내일도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AI만이 산업 현장에 남게 될 것이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