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 2026 프리뷰-주목 솔루션③] 진짜 현장에서 작동하는 AI…'EHM 플랫폼'이 바꾼 반도체 생산 공식

2026.01.03 13:37:19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반도체 제조 현장은 복잡한 공정 구조와 부족한 불량 데이터, 폐쇄적 운영 환경 등으로 인해 AI 적용 속도가 더딘 분야다. RTM이 공개한 Meta-aware MLOps 기반 EHM(Equipment Health Manager) 플랫폼은 이러한 장벽을 정면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공정·설비별 메타 정보를 활용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 모델 생성·배포 구조, 헬스 스코어 기반 이상 탐지, 가스 누출·플라즈마 아킹·웨이퍼 센터링 이상까지 감지하는 맞춤형 모델 등을 결합해 AI를 양산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한다. 제조사가 직면한 “AI를 쓰고 싶지만 적용이 어렵다”는 딜레마를 풀어내는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에 AI 적용이 어려웠던 이유와 산업적 배경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생산 구조를 갖고 있다. 수백 단계 공정, 장비·레시피마다 다른 프로세스 조건, 설비 편차, 웨이퍼별 데이터 변동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정제된 데이터와 공정적 이해가 필요하지만, 반도체 제조는 근본적으로 불량률이 낮아 ‘불량 데이터가 희소한 산업’이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AI 학습에 필요한 부정 데이터가 종류도 적고 수량도 부족해 모델의 일반화가 어렵고, 공정 간 편차가 큰 설비 특성 때문에 한 모델을 여러 라인에 공통 적용하기도 어렵다.

 

 

현장의 인력 구조도 AI 확산을 가로막는 요소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AI 전문 엔지니어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며, 공정·설비 엔지니어들이 기존 MLOps 플랫폼을 직접 활용하기에는 기술적 요구 수준이 높다. 실제로 MLOps는 코드 기반·설정 기반 환경이 많아, 공정 엔지니어가 독자적으로 모델을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여기에 보안 장벽도 크다. 반도체 제조사는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AI 모델은 폐쇄망·사내 인프라에서 돌아가야 한다. 이런 환경은 범용 AI 플랫폼의 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결국 반도체 제조업은 ‘데이터 부족’, ‘MLOps 전문성 부족’, ‘보안 제약’, ‘문제 유형의 다양성’이라는 4대 난제를 안고 있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공정별·설비별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거나 자동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RTM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 “제조 엔지니어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은 반도체 AI가 단발성 PoC를 넘어서 양산 환경에서 실제로 활용되기 위한 기준을 재정의하고 있다.

 

Meta-aware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바뀐 AI 운영의 관점

 

RTM이 설계한 EHM 플랫폼의 출발점은 “반도체 AI에서 진짜 중요한 건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라는 문제의식이다. 공정 데이터는 단순 시계열 값의 집합이 아니라, 특정 설비에서 특정 레시피로 특정 공정 단계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락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 MLOps는 하나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여러 모델을 붙이는 구조에 머물렀지만, 반도체처럼 공정과 설비, 레시피가 끊임없이 조합을 바꾸는 환경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RTM은 데이터 파이프라인부터 다시 짜기 시작한다. 센서에서 나오는 로우 데이터는 단순히 수집·저장되는 게 아니라, “이 값은 어떤 공정 단계에서, 어떤 레시피로, 어떤 챔버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 측정된 것인지”를 설명하는 메타 정보와 함께 태깅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챔버에서 나오는 압력 데이터라도, 레시피 A에서 생성된 패턴과 레시피 B에서 생성된 패턴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RTM은 이 차이를 시스템이 스스로 인식하도록 메타 구조를 설계했고, 이 메타 정보가 이후 모델 생성과 배포의 기준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 구조가 갖는 의미는 크다. 사람이 레시피별, 챔버별 모델을 일일이 설계하고 학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레시피 단위로 모델을 나누어야 한다”, “챔버별로 개별 모델을 유지해야 한다”는 룰만 정의하면 된다. 이후에는 Meta-aware 서빙 시스템이 메타 정보를 읽고 어떤 경우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언제 재학습을 수행하며, 어떤 조건에서 재배포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새로운 레시피가 생산에 투입되면 해당 레시피에 맞는 학습 데이터가 자동으로 모이고, 기준 조건이 충족되면 신규 모델이 생성돼 챔버별로 배포되는 식이다.

 

데이터의 형태도 시계열로 한정되지 않는다. 외관 검사 장비가 생성하는 이미지, X-ray 검사 결과, 측정 장비의 숫자 데이터까지 모두 하나의 파이프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확장해 놓았다. 이미지와 센서, 측정 데이터를 아우르는 이 통합 구조는 향후 멀티모달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공정–설비–검사–측정이 따로 놀던 기존 환경을 하나의 AI 운영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결국 Meta-aware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모델 중심”에서 “데이터·메타 정보 중심”으로 반도체 AI의 관점을 전환시키는 장치다.

 

 

헬스 스코어가 그리는 공정의 ‘건강 그래프’

 

RTM이 내세우는 헬스 스코어(Health Score)는 반도체 공정의 상태를 하나의 점수로 표현하는 개념이다. 이 점수는 단순한 정상·비정상 경계선이 아니라, 공정이 지금 얼마나 건강한지,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시간축 위에서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FDC와 SPC는 이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지 못했다. FDC는 특정 파라미터가 스펙을 벗어날 때만 알람을 주고, SPC는 개별 센서의 통계값만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파라미터가 수백, 수천 개에 이르는 반도체 공정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많아서 다 볼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

 

헬스 스코어는 공정을 하나의 연속된 런으로 바라본다. 예를 들어 60초 동안 진행되는 공정이 있다고 하면, 그 시간 동안 쌓이는 모든 센서 데이터가 분석의 대상이 된다. RTM은 먼저 정상으로 간주되는 다수의 런을 모아 자동으로 골든 프로파일을 만든다. 골든 프로파일은 해당 공정이 문제없이 흘러갈 때 나타나는 이상적인 패턴이다. 이후 실제로 들어오는 신호는 이 골든 프로파일 및 그 주변 범위(골든 레인지)와 비교되며, 각 타임 스텝이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통계적으로 계산한다.

 

이 계산 과정이 단순 절대값 비교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정도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두 패턴이라도, 데이터 분포와 공정 특성, 정상 구간의 변동성을 함께 고려해 점수화를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런은 95점, 다른 런은 28점이라는 전혀 다른 스코어를 받게 되고, 엔지니어는 단순 그래프 눈대중이 아니라 정량적인 기준으로 공정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스코어는 센서 단위에서 계산된 뒤, 스텝 단위, 공정 전체 단위로 점차 통합된다. 덕분에 특정 센서에서 감지된 이상이 전체 공정 점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수 하락을 주도한 센서가 누구인지 추적해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RTM이 수년간 축적한 전처리 기술이 더해진다. 센서별 기록 타이밍 차이를 보정해 신호를 정렬하고, 미세한 시간 지연과 드리프트를 보정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런 정교한 전처리가 있어야 골든 프로파일이 제대로 학습되고, 그 위에서 헬스 스코어가 의미 있는 수치를 제공한다. 결국 헬스 스코어는 기존 FDC·SPC가 단편적으로 나누어 담당하던 설비 제어와 트렌드 관리 기능을 하나의 “건강 그래프”로 통합해 보여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가스 누출부터 웨이퍼 센터링까지, 현장에서 증명된 AI 활용의 폭

 

EHM 플랫폼이 가진 진짜 힘은 실제 양산 라인에서 드러난다. RTM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정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제를 AI로 풀어낸 사례를 쌓아왔다. 공통점은 “이론 중심 모델링이 아니라 현장의 구체적인 불편과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AI”라는 점이다.

 

가스 누출 탐지 사례는 그 중에서도 상징적이다. 플라즈마 챔버는 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가스 누출 여부는 공정 품질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 방식은 하루에 한 번 설비를 멈춰 30분 동안 누출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테스트 시점 기준으로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24시간 동안 언제 누출이 시작됐는지 알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공백을 낳는다. RTM은 EHM 기반 누출 탐지 모델을 추가로 얹어, 런이 진행될 때마다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누출 가능성을 판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설비를 멈추지 않고도 매 런마다 체킹이 가능해졌고, 가스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찾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웨이퍼 센터링 관련 사례도 눈에 띈다. 웨이퍼 이송 로봇 AWC는 웨이퍼를 챔버 중앙에 정확히 위치시키기 위해 보정값을 사용한다. 보정값이 너무 많이 틀어지면 웨이퍼가 깨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보정값이 스펙을 벗어났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RTM은 이 데이터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하고, 각 경로·각 자세에서의 패턴 변화를 함께 분석하는 이상 탐지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정값이 비록 스펙 안에 있어도 “이 흐름이면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미리 줄 수 있게 되었다.

 

플라즈마 아킹 탐지나 Etch Amount 예측, 균일도와 헬스 스코어의 상관성 분석 사례도 같은 맥락에 있다. 플라즈마 공정의 미세한 아킹 패턴, 식각량 변화, RF 파라미터가 결과 균일도에 미치는 영향 등은 기존의 단일 파라미터 모니터링 체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RTM은 Meta-aware 데이터 구조 위에 맞춤형 모델을 올려, 공정 품질·설비 상태·결과 특성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요약하자면, EHM 플랫폼은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지금까지 감으로 판단하던 것들”을 데이터와 모델에 기반한 정량적 판단으로 치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FDC·SPC가 지나친 이상을 먼저 본 AI, 그리고 그 이후

 

RTM이 소개한 적용 사례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은 기존 FDC·SPC 체계가 “문제없다”고 넘긴 현상을 EHM이 먼저 위험 신호로 포착한 사례다. 어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특정 파라미터 두 개에 대해 간헐적인 FDC 알람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알람이 매번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스펙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 공정은 그대로 계속 흘러갔다.

 

하지만 같은 시점, EHM 헬스 스코어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점수는 일정 구간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고, 문제가 된 두 파라미터 이외의 지점에서도 이상 값이 관찰됐다. RTM은 이 변화를 근거로 “설비 상태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고, 만약 이 신호를 기준으로 점검을 진행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약 일주일 뒤, 해당 설비는 가스 유량 문제로 다운됐고, 원인 분석 과정에서 EHM이 포착했던 패턴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플라즈마 Etch 공정에서의 균일도 사례도 의미가 깊다. 고객사는 균일도 저하가 어느 조건에서 심해지는지를 알고 싶어 했고, RTM은 헬스 스코어와 균일도 수치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헬스 스코어가 높을수록 균일도 편차가 작고, 점수가 낮아질수록 편차가 커지는 분명한 상관성이 드러났다. 추가 분석을 통해 RF 관련 파라미터 일부가 이 변동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도출되었다. 이 상관관계는 단순 데이터 채널 모니터링으로는 얻기 힘든 통찰이다.

 

이 두 사례는 EHM 플랫폼이 단지 “알람을 더 잘 울리는 도구”가 아니라, 공정 품질과 설비 상태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분석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시스템이 정상으로 간주하던 상태에서도, 헬스 스코어는 “이 공정은 점점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숫자로 들려준다. 제조사가 AI에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런 역할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하면, EHM이 현장에서 빠르게 관심을 얻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양산을 멈추지 않는 AI,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기준

 

결국 RTM이 내놓은 Meta-aware MLOps와 EHM 플랫폼은 “반도체 양산을 멈추지 않고도 AI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설비를 세워야만 점검이 가능하고,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려면 긴 검증 기간이 필요했던 과거 방식과는 다른 길이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단계부터 메타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델이 자동 생성·자동 배포·자동 재학습을 수행하는 구조는 AI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인력·시간·비용의 장벽을 눈에 띄게 낮춘다.

 

이 접근 방식은 반도체 제조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요구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공정을 멈추는 순간 생산성은 떨어지고,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재가동 리스크는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양산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많은 상태 정보를 읽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품질과 설비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게 해 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헬스 스코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EHM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제조 AI는 개별 공정의 이상을 찾는 수준을 넘어, 설비 전체의 건강 흐름을 읽고, 제품 특성·결과 특성과 연계된 장기 패턴까지 분석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이미지와 센서, 측정 데이터가 결합되고, 멀티모달 분석이 일반화되면, 공정 이전과 이후의 모든 단계가 데이터로 연결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RTM의 Meta-aware MLOps는 이 긴 여정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양산을 멈추지 않는 AI, 공정의 미래를 미리 읽어주는 AI, 엔지니어가 코드 없이 다룰 수 있는 AI. 반도체 제조 현장이 꿈꾸던 이런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EHM 플랫폼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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