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와 무기체계는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관련 프로젝트에 할당된 일정·예산은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다. 설계가 완성되면 검증으로 확인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검증이 곧 설계의 일부가 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센서·레이더·통신·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요소 기술이 융합된 항공우주·방산(Aerospace&Defense 이하 A&D) 시스템은 이러한 흐름이 적용되는 대표 분야다. 부품 하나를 바꾸는 순간 다른 하위 체계의 요구조건이 연쇄로 흔들린다는 점에서다.
또 그 흔들림이 설계 문서, 시험 자료, 협력사 관계 파일 등에 확장되면, 문제가 커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설계가 한 번만 크게 변경돼도 시험 일정이 밀리고, 인증과 형상 관리가 뒤따라 늦어진다. 여기에 공급망까지 흔들리면 납기·비용 체계 또한 연쇄로 무너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발이 여러 조직의 공동 작업이 될수록, 변경점 하나가 던지는 문제의 범위는 더 커진다. 최근 공동개발 사례가 늘수록 ‘무엇을 만들었나’보다 ‘왜 이것이 맞는지’를 설명하는 근거가 더 중요한 관점이 된 이유다.
이처럼 설계·시험·인증 자료가 여러 조직을 거치며 오간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바꿨는지, 그 변경점이 어떤 요구사항·시험 항목까지 확장되는지 바로 확인되지 않으면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때 프로젝트를 멈추게 하는 것은 기술 난이도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서와 데이터가 어긋나면서 생기는 기준 불일치다. 같은 회의에 들어가도 팀마다 다른 비전을 들고 있고, 변경의 영향 범위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이는 뒤늦게 시험과 인증 계획을 다시 짜는 상황을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이 찾는 해법은 더 빨리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실제 시제품이 늦게 도출될수록 다양한 리스크가 점점 축적된다. 이것이 확대되면 결국 부수적인 비용 발생으로 연결된다. 결국 관건은 ‘언제’ 문제와 변경점을 확인하느냐다.
이 때문에 업계는 실물을 만들기 전에 가상에서 먼저 시험·검증하는 방식으로 방법론을 변경하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조립·간섭, 성능·내구, 운용 시나리오 등을 먼저 확인해 문제를 초기에 검출하는 접근이다. 이후 실제로 시험하는 과정은 최종 확인으로 남기는 식이다. 검증을 앞단으로 당기면 설계는 더 빨라지는 동시에, 불필요한 재설계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전환이 가능한 조직은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변경점이 발생해도 전체 생애주기(Life Cycle)에 영향이 없도록 자체 조정한다. 여기에 그 과정에서의 근거를 도출하는 ‘증명 체계’까지 갖추게 된다.
그 결과 최근 A&D 분야의 디지털 전환(DX)은 3차원(3D) 설계 고도화에 끝나지 않는다. 각종 요구조건부터 검증·생산·운용까지 이어지는 주기를 한데 연결하고, 변경이 생겼을 때 영향 범위를 빠르게 좁히는 능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개발 기간을 줄이는 ‘버추얼 트윈’의 실무는 디지털 목업에서 시작된다
최형완 다쏘시스템코리아 A&D기술총괄 시니어(Technical Executive Senior) 파트너는 A&D 산업의 앞선 흐름과 자사 기술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연결했다. 그는 “자사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을 통해 개발 과정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줄이고, 전체 개발 기간을 단축·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우주 분야 주요 요구사항인 ▲개발 주기 단축 ▲안전·신뢰성 제고, 방위 영역의 ▲보안 ▲장기 프로젝트 관리 등 서로 다른 과제를 버추얼 트윈으로 정의했다. 가상·현실의 상관관계를 지속 확인하고, 신뢰성·내구성·가용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끌어올리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최형완 파트너가 말한 버추얼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가상 환경에 구현해 가상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예측’이 아니라 ‘검증 타이밍’이다.
그는 국산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에 참여한 사례를 언급했다. 다쏘시스템은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버추얼 트윈에서 3D로 설계부터 조립까지 선행하는 ‘디지털 목업(DMU)’을 구축해 효율적 가상 환경 방법론을 현실화했다.
최 파트너는 “조립이 계획대로 되는지, 움직이는 부분이 설계상으로 간섭 없이 작동하는지, 동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위험 상황을 설계 단계에서 미리 확인해 시제품을 반복 제작하는 공수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중요한 디테일로 ‘검증의 종류’를 꼽았다. 단순히 화면상 조립이 맞는지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운용 조건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 시나리오를 끌어오는 것이 포인트다. 파트너는 그 예로 조류 충돌처럼 새가 날아와 부딪히는 상황에서 조종석(Cockpit)이 견디는지를 가상에서 시뮬레이션해보는 방식도 언급했다.
이 같은 가상 환경 기반 테스트는 설계 과정을 간소화한다. 아울러 현실에서 비용·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이후 현실에서의 시험을 최종 검증 과정으로 두는 데 가교 역할을 한다.
Q. ‘검증 타이밍이 핵심’이라고 했는데, 현장에선 그 타이밍을 어떻게 잡나?
A.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전부 시뮬레이션하려고 하면 실패율이 높아진다. 디지털 목업을 통해 1차적으로 조립성, 간섭, 작업 순서 등 ‘구조적 오류’를 최소화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동역학(Dynamics) 오류, 충돌 등 리스크 시나리오를 가동해 기준을 충족하는 설계안만 추린다. 예를 들어 구조 보강 방식, 브래킷 위치, 두께·재질 조합처럼 비교할 기준점을 먼저 잡는다. 그 다음 강도·진동·피로·충돌 등 조건을 통과하는 조합만 남긴다. 여기서 추린 기준에서 치수를 미세 조정해 설계를 정리하고, 물리 시험은 최종 확인 단계로 가져간다. 이렇게 앞단에서 확률 높은 문제를 먼저 제거해두면, 일정이 흔들릴 만한 큰 변수를 초기에 줄이고, 개발 기간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A&D의 新 콘셉트 시대, MBSE는 ‘설계 도구’가 아니라 ‘변경점 추적 방식’
최근 항공우주 분야는 도심항공교통(UAM), 초음속 여객기 등으로 기술 콘셉트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뮬레이션의 요구사항이 더욱 세밀해지는 모양새다. ▲도심에서 기체에 영향을 주는 불규칙 유동을 안정적으로 통과하고 소음을 줄여야 하는 UAM ▲고속 비행 조건에서 구조·유체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초음속 여객기 등은 아직 정형화된 설계 방향성이 부족하다.
국방 분야에서도 자율 전투체계, 사이버전투, 우주 방위 등 비교적 최근 등장한 새로운 콘셉트에 최적화된 설계 엔지니어링 메커니즘이 고정되지 않았다.
최형완 파트너는 이 같은 영역에서 시뮬레이션 관점의 설계 아키텍처를 강조했다. 항공기·UAM·우주 등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솔루션과 시뮬레이션 도구가 널리 쓰인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래서 그는 각 분야 신규 기술 콘셉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출발점으로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접근법을 내세웠다. 이는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시뮬레이션, 검증 등 여러 주기를 단일 흐름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MBSE는 각종 문서로 설계점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 대신, 디지털 모델을 기준으로 삼아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요구사항, 설계 변경, 시험·검증 결과를 해당 모델에 연결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이후 변경이 생기면 어디까지 영향을 주는지 바로 추적 가능하도록 만든다. 즉 MBSE는 전주기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유지해 각종 변경의 파급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이다.
또한 최형완 파트너는 “기술 요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신뢰성은 최상단의 고려 조건이 된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앞서 거론된 국산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AESA)’는 최 파트너의 논리를 단적으로 구현했다.
AESA는 수많은 송수신 모듈이 동시에 움직이며 전파를 쏘고 받는 구조다. 이 가운데 단순히 성능 수치를 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수천 개 모듈이 동시에 동작하는 조건에서 성능이 지속 재현된다는 근거까지 요구된다. 모듈 간 편차가 빔 형상과 추적 성능에 미치는 영향, 열·전력 소모 누적과 성능의 상관관계, 진동·충격·온도 등 운용 조건에서의 안정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AESA는 성능을 끌어올리는 일과 그 성능이 실제 조건에서 유지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시험만으로 모든 조합과 운용 시나리오를 다 확인하려고 하면 일정과 비용이 상당 부분 수반돼야 한다.
이때 생애주기를 통합해 변경의 영향을 바로 추적하고, 가상 환경에서 위험 구간을 걸러내는 MBSE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결국 최 파트너가 강조한 요구 수준과 신뢰성의 동시성은 ‘증명하는 체계’가 핵심이라는 뜻으로 이어진다.
“버추얼 트윈의 다음 단계는 AI 경험”
다쏘시스템은 MBSE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각종 최신 기술을 내재화하는 로드맵도 구축했다. 이러한 차세대 비전이 바로 ‘3D유니버스(3D UNIV+RSES)’다. 다쏘시스템 버추얼 트윈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는 이 기반 안에서 가동한다.
이는 ▲현실 데이터와 가상 모델을 동기화해 가상의 신뢰도를 극대화하는 ‘가상·실제 연동(Synchronization of Virtual & Real)’ ▲각종 프로젝트 경험을 통합해 신규 프로젝트에서도 활용하도록 하는 ‘경험 기반 노하우(Experience Drives Know-how)’ ▲검증된 지식·규칙을 조직에 자산화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순환 체계를 만드는 ‘지식 자산화(Intelligence Capitalization)’ 등 사측의 기존 방향성과 일치하는 방법론을 채택한다.
여기에 ▲조건을 만족하는 설계안을 만들어 비교·선별하도록 하는 ‘생성형 엔지니어링(Generative Engineering)’ ▲설계·시뮬레이션·검증 과정에서 필요한 근거를 찾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 어시스턴트(AI Assistant)’ ▲산업 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요구를 엔지니어링 흐름에 도입하는 ‘기업 지속가능성(Enterprise Sustainability)’ ▲확장현실(XR) 등 몰입형 환경에서 3D 데이터를 구현해 직관적 검토·협업·훈련을 지원하는 ‘몰입형 업무 환경(Immersive Working Environments)’ 등 고도화된 기술 관점을 이식한 지향점 또한 배치했다.
사측은 이러한 7가지의 차세대 축을 통해 A&D 분야 혁신을 정조준한다. 최형완 파트너는 이 중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연결된 관점에 주목했다. 그는 연료 효율, 항로 최적화, 구조 해석, 가상 전투훈련, 자율 무기체계 개발 등 다양한 과제에 생성형 AI가 활용되는 흐름을 짚었다. 이는 각 기술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AI를 활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는 버추얼 트윈 기반 설계·생산·운영 단계에서 생성형 경험(Generative Experience), AI 어시스턴트 등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혁신을 지원한다는 자사의 강조점을 지목했다.
여기서 생성형 경험은 AI가 설계를 알아서 완성한다는 뜻이 아니다. 설계자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필요한 비교·검증을 직관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근거를 더욱 빨리 모아주는 방식이다. 변수가 많은 과제일수록 해답을 자동으로 도출하기보다, 위험한 안을 걸러내고 유망한 안을 좁혀가는 검증 리듬이 핵심이다.
AI 어시스턴트는 이 리듬을 실무에 반영한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조건을 통과해야 하는지, 변경이 생기면 영향이 어디까지 번지는지 등 다양한 변수를 신속하게 분석해 근거의 정리와 추적을 돕는다.
Q. 생성형 AI를 A&D에 적용한다는 것이 자칫 ‘AI 기반 설계 자동화’로 오해할 수 있겠다. 현장에서의 포인트는 뭔가?
A.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현시점 A&D 분야는 검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뢰성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 이로써 생성형 AI는 설계를 ‘대체’하는 기능이라기보다, 설계·시뮬레이션·검증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게 하는 보조 기능으로 활약한다.
‘통제된 연결’이 만드는 차세대 A&D 협업 환경
A&D 분야에서 국제적인 협업 생태계가 늘어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로 간 ‘연결’만 강조하면 한계를 도출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쏘시스템은 A&D 협업의 실체로 ‘통제된 연결’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해 ▲단일 조직 전용 공간 ‘데디케이티드(Dedicated)’ ▲허가된 사용자만 입장 가능한 ‘프라이빗(Private)’ ▲상용 공용 환경 ‘퍼블릭(Public)’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분화해 운영한다. 사용자가 인프라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도 같은 방식으로 구성했다.
다쏘시스템은 이를 토대로 3D익스피리언스 신규 버전 출시 전 취약점 확인과 모의 침입 테스트를 거친다. 국제 소프트웨어 보안 비영리 단체 ‘OWASP(Open Worldwide Application Security Project)’의 기준을 참고해 이 같은 보안 시험 절차를 진행한다.
최형완 파트너는 “해마다 출시되는 3D익스피리언스의 보안성을 확인해 사용자 자산 보호에 중점을 둔다”며 “버전이 바뀌면 해당 버전에 대한 보안 인증을 다시 수행해 플랫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와 클라우드가 전 세계 산업 안에서 주요 인프라로 확장됨에 따라,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또한 사측이 집중하는 전제 조건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다쏘시스템 클라우드 브랜드 ‘아웃스케일(OUTSCALE)’은 프랑스 사이버 보안국 ANSSI가 부여하는 클라우드 보안 자격 ‘SecNumCloud’에서 3.2 기준 보안 인증 및 자격(Qualification)를 확보했다.
이러한 통제된 연결의 기반은 데이터 주권이다. 국가 자산인 A&D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다쏘시스템은 데이터 관할권을 사용자 소속 국가가 갖는 ‘소버린 클라우드(Sovereign Cloud)’와 기술 노하우가 내부에서만 순환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환경을 제공한다. 기술적 연결성은 확보하되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귀속시켜 보안과 협업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국가 간 규제와 사이버 위협에 대해 최형완 파트너는 “공유와 차단이 공존하는 A&D 특성에 맞춰 다단계 보안(Multi Level Security)으로 접근 권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클라우드 형태를 세분화하고 출시 전 모의 침투 테스트를 거치는 등 제품 자체의 보안 신뢰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Q. A&D 기업은 국가 간 데이터 규제와 보안 표준 차이를, 국방은 사이버전 위협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관점을 플랫폼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반영하는지.
A. A&D는 공유해야 개발이 되는 정보와 절대 공유하면 안 되는 정보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보안 레벨을 세세하게 나누고, 권한과 거버넌스(Governance) 기반 정책으로 누가 무엇을 볼지 통제한 상태에서 협업을 성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를 사용자 운영 형태에 맞춰 나눠 요구 수준에 맞추고, 3D익스피리언스 출시 전 보안성을 강화하는 절차를 통해 제품 자체의 보안 신뢰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개하는 중이다.
리스크는 줄이고 속도는 높이고...A&D 파트너십의 열쇠는 지속 가능한 워크플로
최형완 파트너의 메시지에서 관통하는 핵심은 ‘단일 데이터(Single Source of Truth)’와 ‘디지털 연속성(Digital Continuity)’이다. 국제 A&D 공동 프로젝트의 본질은 단일 플랫폼 안에서 ‘모든 주체가 같은 데이터를 같은 기준으로 보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파편화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동·공유되는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동개발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서 정리와 같은 불필요한 작업에 매몰돼 본연의 목적이 붕괴된다는 뜻이다.
최 파트너에 따르면, 데이터 연속성이 보장되면 엔지니어링 실무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설계 변경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 된 요구사항을 즉각 식별할 수 있고, 검증과 제작 단계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이는 가상과 현실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일치시켜 제품의 신뢰성·내구성·가용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A&D 산업에서의 플랫폼 논쟁은 연속성을 얼마나 강하게 묶어 협업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다쏘시스템은 이러한 기술적 프레임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교육’과 ‘생태계’를 꼽는다. ‘에듀 세일즈(Edu Sales)’ 팀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쓰고, ‘3D익스피리언스 랩(3DEXPERIENCE Lab)’으로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기술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가운데 3D익스피리언스 랩은 산업 전체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 전략적 요충지로 배치됐다. 이러한 다쏘시스템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단순한 환경 담론이 아니라, 향후 A&D 프로젝트가 직면할 고난도 요구사항 리스트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전환의 성과는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다쏘시스템 플랫폼 도입 사례들로 증명된다. 주요 국가의 육군 현대화 전략에 투입된 3D익스피리언스는 개발, 납품, 유지보수 등 각 생애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 완수하도록 돕는 비즈니스 최적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결국 최 파트너가 앞서 언급한 버추얼 트윈, 3D유니버스, MBSE, 보안, 주권 등 키워드는 모두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검증을 앞당겨 리스크를 초기에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이처럼 다쏘시스템이 지향하는 A&D DX는 변경의 파급을 완벽히 통제하고, 협업의 조건을 정교하게 설계해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해내는 ‘엔지니어링 체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