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DX] 가상과 현실, 경계를 넘다...다쏘시스템이 꺼내든 '버추얼 트윈' 대중화 승부수

2025.11.15 17:01:46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공산품부터 자동차·비행기, 지나치는 도시 풍경, 병원·공장 설비 등에는 익숙한 브랜드 로고가 부착돼 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부품, 장비, 산업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 수많은 기업 간 거래(B2B) 생태계가 기업의 설계·조달·생산·운영을 조용히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다양한 공급망 속 한 조각으로 언급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소비자·시민 등 일반의 기억에 이름을 남길 접점을 찾기 힘들다. 기업들은 이러한 백엔드(Backend) 생태계 없이는 제품·솔루션·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 대중은 ‘누가 이런 장면을 가능하게 만들었는지’까지는 잘 묻지 않는다.

 

이 배경에서 프랑스 소재 시뮬레이션 및 3차원(3D) 설계 솔루션 업체 다쏘시스템이 숨은 가치 창출자로서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케이팝(K-POP)광장에서 자사의 철학, 기술 방법론 및 비전 등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사를 추진했다. 이는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매뉴팩처링 캠페인(Manufacturing Campaign)’이다.

 

 

이 자리에서는 회사의 3D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과 이를 기반으로 한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 플랫폼이 다뤄졌다. 광장에 컨테이너 부스를 설치하고, 대형 옥외 LED 디지털 전광판(Signage)에는 자동차 생산 라인과 버추얼 트윈 영상이 재생됐다.

 

▲ 캠페인 현장에는 대형 전광판에서 재생되는 영상 콘텐츠 외에도 참관객을 위한 다양한 참여 이벤트가 함께 진행됐다. 자동차 제조부터 인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법론이 여러 화면을 통해 영상으로 송출됐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러한 활동은 앞서 유럽 각지 교통 허브에서 전개된 버추얼 트윈 글로벌 미디어 캠페인의 일환이다. 특히 다쏘시스템은 지난 4월 영국 런던 소재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서 건강·도시·제조업을 아우르는 기술 비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바 있다.

 

이처럼 다쏘시스템은 B2B 영역에 머물던 버추얼 트윈 기술의 가치를 최종 사용자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백엔드 기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브랜드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장 관계자는 “완성차·항공·조선 등 고객사들은 우리가 어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쓰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 뒤에 어떤 기술이 활약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며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우리 버추얼 트윈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보여주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자리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다쏘시스템은 기술·비전 공개를 넘어선 공간 전략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가 진행된 인근에 있는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3DEXPERIENCE Executive Center 이하 3DEC)’를 국내 미디어에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시설은 버추얼 트윈과 3D익스피리언스를 실제 산업 시나리오 위에 펼쳐 보이는 일종의 체험형 쇼룸이다. 사측에 따르면, 그동안 주로 기업 고객과 글로벌 파트너를 대상으로 활용한 공간을 이날 미디어에 개방했다.

 

▲ 다쏘시스템 3DEC 내부.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3DEC에는 12개 산업 분야를 다루는 버추얼 트윈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체험형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조 생애 주기 6단계를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잇는 존 ▲도시와 인체까지 스케일을 넓힌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존 ▲AI와 생활 산업을 연결하는 설계 존 등 다양한 구역이 방문객에게 소개된다.

 

실제로 다쏘시스템은 카티아(CATIA)·솔리드웍스(SOLIDWORKS)·에노비아(ENOVIA)·델미아(DELMIA)·시뮬리아(SIMULIA)·3D비아(3DVIA)·바이오비아(BIOVIA)·지오비아(GEOVIA)·넷바이브스(NETVIBES)·엑살리드(EXALEAD)·메디데이터(MEDIDATA)·아웃스케일(OUTSCALE)·3D엑사이트(3DEXCITE) 등 3D 설계·시뮬레이션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이들 제품은 3D익스피리언스 안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현진 다쏘시스템코리아 3DEC 센터장은 “3DEC는 우리가 지원하는 12개 산업을 하나의 버추얼 트윈 공간에 구현해 엔드투엔드(End-to-end)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문서나 슬라이드로 설명하는 대신 고객·파트너가 실제 시나리오를 따라 이동하면서 설계·생산·운영 데이터를 동시에 체감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각자의 현장에 버추얼 트윈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이 센터의 중추적 역할이며, 버추얼 트윈과 AI를 결합해 제조 혁신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구성”이라고 덧붙였다.

 

생산·운영 전체 가치사슬을 버추얼 트윈으로...‘가상 설계’ 다쏘시스템 제조 실험실

 

제조 생애 주기 존은 자동차 한 대가 디자인에서 출발해 상세 설계, 로직 설계, 해석, 생산,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여섯 단계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구성이다. 각 단계에서 나오는 ▲3D 모델 ▲부품 정보 ▲해석 결과 ▲공정 조건 ▲마케팅 자산을 하나의 3D익스피리언스에 적용한 지점을 보여준다. 또한 설계 변경이 생산 시뮬레이션과 고객 경험 화면까지 동시에 반영되는 흐름도 구현된다.

 

김현진 센터장은 이 과정에서 설계·해석·생산기술·마케팅 담당자가 모두 같은 가상 차종을 보면서 역할별 화면만 달리 띄우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먼저 디자인 작업은 설계와 해석 모듈이 블록 다이어그램 형태로 배치된 모습으로 시각화된다. 이는 요구사항과 규격, 안전 조건 정의를 기반으로 모델 기반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 구조를 기구 설계, 구조·충돌·열 해석, 배터리 성능 평가 등의 시뮬레이션 흐름에 그대로 넘겨 작업이 진행된다. 사용자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각 단계에서 어떤 물리량을 계산하고, 어떤 조건이 다음 단계 설계 제약으로 넘어가는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를 활용한 시스템 아키텍처 구축 과정.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생산 공정을 위한 통합 시뮬레이션이 이어졌다. 3D로 구현된 자동차 조립 라인 위에 로봇, 설비, 작업자가 배치된다. 이후 각 프로젝트 일정을 표시하는 간트 차트(Gantt Chart) 기반 스케줄링과 연계해 로봇 동작과 공정 흐름이 동시에 재생된다. 설비 간 간섭 여부, 작업자 동선, 안전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는 과정까지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 다쏘시스템 솔루션을 통해 복잡한 공정도 시각화할 수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김 센터장은 “생산 공정을 3D로 통합 시뮬레이션해 설비 간섭과 작업 공간 위험을 미리 검증하고, 인체공학 분석으로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 흐름 전반에는 AI 기술이 녹아 있다. AI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수백 가지 형상과 재료 조합을 동시에 탐색하는 설계 공간 탐색을 지원한다. 또한 공정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변경하며 주기 단축과 설비 가동률 향상을 동시에 노리는 공정 최적화도 진행한다.

 

사용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초기 설계에서 더 많은 대안을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는 핵심 이점을 실제 모델과 시뮬레이션 연결 화면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자동차 안전 검증과 마케팅까지도 지원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입자에서 도시·인체까지,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으로 보는 현상

 

이어 시뮬레이션의 규모를 확장한 공간이다.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곳인데,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가상 환경에 가깝게 구현하는 구간이다. 김현진 센터장에 따르면,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재료·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 수준부터, 병실이나 실내 공간에서 감염자의 기침과 호흡으로 발생한 비말과 에어로졸이 어떻게 퍼지는지를 시각화한다. 공조 시스템과 창문 위치, 사람의 위치에 따라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전산유체역학(CFD) 기반 모델로 보여준다.

 

▲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도시 규모의 검증부터 건물 내 시뮬레이션까지 단일로 구현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는 단일 건물을 넘어 도시 단위로 확대된다. 도심 빌딩 숲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도로·공원·하천 주변의 공기 흐름이 지도 형태로 나타난다. 바람 방향과 건물 배치에 따라 특정 구역에 공기가 정체되거나 오염 물질이 모이는 지점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내외 공기 질과 환기에 대한 정보를 시각화함으로써 이해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인체 내부에 대한 버추얼 트윈 기술도 강조된다. 심장과 혈관을 3D로 구현한 모델에서 혈류가 흐르는 모습,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움직임, 압력 분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가 시뮬레이션으로 재생됐다. 감염이나 질병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다.

 

 

AI와 센스 컴퓨팅이 만난 생활 속 버추얼 트윈

 

AI 기반 버추얼 트윈 방법론은 생활 산업까지 겨냥하며 그 영역을 넓혔다. 이 섹션에서는 리빙·가구·인테리어 등에서 사용자 요구와 트렌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제품은 물론 공간까지 설계하는 과정에 버추얼 트윈과 AI를 결합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화면에는 거실·주방·침실이 3D 모델로 구현되고, 소파·테이블·수납장 같은 가구가 배치된 화면이 나타났다. 사용자는 재질·색상·조명·배치 등 요소에 대한 조합을 바꿔보며 실시간으로 분위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 다쏘시스템은 자사의 새로운 AI 비전 '3D유니버스(3D UNIV+RSES)'를 통해 차세대 혁신을 노리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채택한 대화형 방법론으로 설계 최적화 과정을 지원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때 AI는 과거 판매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를 학습한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내놓는다. ‘이런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이런 조합이 잘 맞는다와 같은 후보안을 추천해 준다. 가구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 매장 쇼룸 구성, 온라인 맞춤화(Customized) 서비스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설계 도구가 되는 셈이다.

 

센터장은 “AI를 활용해 더 많은 설계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 공간에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쏘시스템과 애플이 협업한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 기반 ‘센스 컴퓨팅(Sense Computing)’ 시연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점이다.

 

센스 컴퓨팅은 버추얼 트윈에 애플 비전 프로를 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 공간 위에 3D 정보를 구현하고 사용자의 시선, 손 동작을 인식하는 스페이셜 컴퓨팅(Spatial Computing) 기술을 활용해 시각화 및 조작 방식을 혁신하려는 시도다. 이를 생활 산업에 적용하면, 3D익스피리언스 안에서 만들어진 거실·매장·쇼룸 모델을 비전 프로로 불러와 1인칭 시점에서 걸어 다니며 체험하게 된다.

 

이날 3DEC에 방문한 미디어 관계자는 “3D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같은 B2B 기술이 어떻게 제품과 연결되는지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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