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회 국제 운송·공급망관리 산업전(Supply Chain Management Fair 2025, SCM FAIR 2025)’이 지난 9월 10일부터 경기 고양 소재 전시장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사흘간 열렸다. ‘공급망을 재설계하다(Rebuild the Supply Chain)’를 슬로건으로 열린 올해 박람회는 공급망관리(SCM)를 축으로, 제조·운송·유통·물류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한데 묶은 콘셉트로 기획됐다.
올해는 총 400여 개 부스가 마련됐고, 동시 개최 행사까지 합쳐 약 3만 명의 참관객이 현장을 찾았다. 이 가운데 ‘제1회 대한민국 산업단지 수출박람회(KICEF 2025)’, ‘제2회 특화망 기술 산업전(PNT FAIR 2025)’, ‘제4회 이차전지 소재·부품 및 장비전(K-Battery Show 2025)와 함께 진행됐다. 이는 ‘연결된 공급망’의 의제를 입체적으로 다룬다는 기획으로 설계됐다.
올해 SCM FAIR 전시장에는 국제 운송 및 디지털 포워딩, 창고관리시스템(WMS)·운송관리시스템(TMS) 등 SCM IT 기술부터 물류·협동 로봇, 창고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 모빌리티, 친환경 포장 솔루션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아우르는 솔루션이 집결했다.
부대 프로그램도 실전형으로 배치됐다. 물류 디지털 전환(DX), 글로벌 포워딩, 디지털 리테일 솔루션에 대해 다룬 전문가 포럼 ‘SCM SUMMIT’은 산·학 리더가 참여해 SCM 기술 및 전략 변화의 최신 흐름을 공유했다.
‘공급망 대전환 시대의 SCM 인사이트’ 특강은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 공급망 재편 및 마케팅 전략 등을 핵심 화두로 논의했다. SCM의 이론 및 실제 적용 간 간극을 메우는 실용형 발표로 구성돼 주목받았다. 이 밖에 현장 라이브 ‘두비즈 온(duBiz ON)’, 미국 주정부와 함께하는 ‘투자·시장 설명회’ 등도 동시 운영돼 실무 담론과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이번 [봇규가 간다] 특집에서는 국내외 약 200개사로 구성된 SCM FAIR 참가 업체 가운데, 로봇·자동화, 패키징, 플랫폼·모빌리티 등 분야에서 공급망 혁신에 기여하는 업체를 집중 조명한다.
< 테솔로 > 픽앤플레이스(Pick&Place) 공정 선보인 세 손가락 로봇 핸드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자동차 도어핸들이 로봇 팔(Robot Arm)에 매달리자, 3개의 손가락이 부품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로봇 그리퍼 기술 업체 테솔로가 3지 그리퍼 ‘델토 그리퍼-3F(Delto Gripper-3F-M, DG-3F-M)’을 통한 픽앤플레이스(Pick&Place) 자동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DG-3F-M은 자사 기존 3지 모델 ‘델토 그리퍼-3F-B(Delto Gripper-3F-B, DG-3F-B)’를 개선한 최신 그리퍼다. 관계자에 따르면, DG-3F-B 대비 정밀도, 토크, 모듈화 유지보수성에서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제품이다.
기존 모델이 범용 파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신모델은 BLDC 모터 기반의 제어 정밀도 향상, 토크 증대, 센서 연동을 통한 파지 인식(Post-grip Recognition) 기능 등이 추가됐다. 특히 미세 곡면 부품이나 라벨 부착 면처럼 파손 우려가 있는 대상도 안정적으로 집어 올릴 수 있다.
이처럼 DG-3F-M은 3개의 손가락에 총 12개 관절을 가진 12자유도(12DoF) 구조로, 다양한 형상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파지한다. 현장에서는 협동 로봇(코봇)과 접목된 형태의 데모가 출격했다. 해당 데모는 대상물을 인식·분석하는 데 비전(Vision) 기술과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 도어 핸들을 집어 옮기는 빈피킹(Bin-picking) 시나리오가 시연됐다.
이번 DG-3F-M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듈형(Modular) 설계다. 각 손가락 모듈을 현장 공정에 맞게 맞춤화(Customized)하거나, 손상된 부품을 개별 교체할 수 있어 유지보수성이 강화됐다. 관계자는 “DG-3F-M은 빈피킹·팔레타이징(Palletizing) 등 표준 공정을 수행하면서도, 각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형상 물체를 다루는 맞춤형 파지 시나리오에도 폭넓게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 신키 > 컨베이어 일체형 소터...“박스에서 박스로 즉시 분류해”

소터 제조 업체 신키는 메인 컨베이어 라인에 원형 휠소터(Wheel Sorter) 모듈을 삽입한 기술을 공개했다. 흘러오는 소형 박스를 좌·우 측면 박스로 곧장 분기하는 데모다.
신키의 휠소터는 한 라인 안에서 다방향 전환 모듈(Diverter Module)을 적용한 벨트 컨베이어 기반 시스템이다. 방향 전환 모듈 내 롤러들은 각각 별도로 구동된다. 이는 고장이나 유지보수가 필요한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추지 않고 부분 교체·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구조 덕분에 설비 가동 중단 리스크가 낮고 운영 비용이 절감된다.
해당 휠소터는 조립식 구조의 활용이 특징 중 하나다. 소터 본체, 방향 전환 유닛, 드라이브 유닛 등을 조립식으로 설계해 쉬운 설치를 구현하고, 분기(Divert) 수, 분기 각도 등을 필요에 따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소 규모 물류센터, 택배 허브 등 공간 제약이 있는 곳에서도 라인 설계 유연성이 확보된다.
현장 데모는 투입된 대상물이 방향 전환 모듈을 통해 좌·우 분기 및 수집함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구현했다. 이 가운데 속도 변화나 진입 타이밍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다양한 택배·소포 규격에도 대응 가능한 설계가 강점으로 언급됐다.
신키 관계자는 “휠소터의 방향 전환 모듈이 개별 롤러로 작동하므로, 설비 일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전체 라인 정지를 막을 수 있다”며 “또한 조립식 설계를 채택해 설치 부담도 낮다”고 내세웠다.
< 케이엔로보틱스 > 보관 박스에서 꺼내 AGV로...‘핸드오버’ 프로세스 대공습
▲ 무인운반차(AGV)와 3차원(3D) 소터가 융합된 원스톱 솔루션이 케이엔로보틱스 부스에서 참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무인운반차(AGV)가 스테이션 앞에 멈춘다. 이 사이에 각 랙(Rack)의 가로·세로·상하로 오가는 소형 벨트형 핸드오버(Hand-over) 모듈이 보관 박스에서 물품을 꺼낸다. 이 과정에서 모듈 끝단의 미니 컨베이어가 바스켓 가장자리를 물고 내부 물품을 받아 AGV 상부 벨트로 곧장 넘긴다.
케이엔로보틱스는 랙 보관 박스 및 빈, 바스켓 픽, AGV 도킹 및 수취, 다음 스테이션 이송 등 핸드오버 공정을 시각화했다. 여기서 핸드오버는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대상물을 옮기는 과정을 뜻한다.
케이엔로보틱스는 이 구성을 ‘AGV 기반 3차원(3D) 소터’ 콘셉트로 설명했다. 핵심은 AGV가 스테이션에 자동 도킹하면, 가로·세로·높이의 3축 포지셔닝이 가능한 소터 유닛이 랙의 다수 바스켓을 순차로 접근해 픽앤핸드오버(Pick&Hand-over)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해당 솔루션은 주문(Order)별로 분류 슬롯을 확장·축소할 수 있어, 피킹과 분류를 한 자리에서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때 3D 소터는 AGV 상부 플랫폼과 결합해 주문 단위 자동 분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장 레이아웃에 따라 슬롯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식의 가변 설계가 가능하고, 기존 컨베이어 대형 소터 대비 설치·확장 부담을 낮춘 모듈형 운영을 지향한다.
이번 데모에서 눈에 띄는 포인트는 사람 손 역할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랙 앞에서 사람이 보관 박스를 꺼내 각 카트에 실었다. 이 융합 기술은 3축 소터 유닛과 AGV 플랫폼이 하나로 융합된 형태로 이를 자동화했다.
결과적으로 피킹 동선 단축, 핸드오버 표준화, 협소 구간 대응이 동시에 구현된다. 케이엔로보틱스는 같은 맥락에서 고상 적치·피킹 설비와의 조합, 다양한 AGV·자율주행로봇(AMR) 라인업을 통해 보관·피킹·분류·이송의 연쇄 패키지를 제안한다.
< 와따에이아이 > “재고 실사, 한 번에 훑는다” AMR 연동 AI 비전 타워 나왔다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AI 기반 물류 관리 솔루션 업체 와따에이아이가 자체 AI 비전 모듈 및 센서 패키지와 재고실사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피력했다. 전시 현장에서는 이 통합 기술과 AMR이 연동된 실시간 재고 지도(Map) 및 오차 감지 시스템이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해당 시스템은 AMR 비전 타워가 층별 라벨과 박스를 연속으로 스캔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는 선반별 색상 블록이 실시간으로 바뀌며 재고 맵이 그려진다. 이번 데모는 AMR 상부에 다중 카메라와 조명 모듈이 설치된 형태로, 랙 전면을 한 번에 훑어 재고 실사(Stocktaking)를 자동화하는 콘셉트다.
구성은 단순하다. AMR이 구역에 도착하면, 비전 타워가 층·행 단위로 라벨·박스 전면을 캡처한다. 이를 AI 기반 인식 모듈이 존재 유무, 위치 불일치, 라벨 판독 결과 등을 즉시 판정해 대시보드로 띄운다. 현장 시연 화면에는 선반 칸마다, 정상·부족·미확인 등을 알리는 색상 코드가 표시되고, 문제 구간은 확대 영상과 함께 재확인 항목으로 묶인다.
이 솔루션의 핵심 메시지는 ‘와따AI 통합 솔루션은 눈과 두뇌, AMR은 발’이라는 역할 분리다. 와따AI AI 비전 모듈, 센서 패키지, 재고 실사 소프트웨어는 모든 상황을 파악·분석해, AMR이 행동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이 조합으로 ▲야간·무인 실사 루틴 자동화 ▲작업자 투입 최소화 ▲실사 결과의 창고관리시스템(WMS) 연계 업데이트 등 이점 실현이 가능하다. 운영 관점에서는 API 기반 연동으로 기존 재고 조사 및 피킹 시스템과의 간섭을 줄이고, 실시간 재고 맵을 통해 오피킹·오적치 같은 현장 오류를 빠르게 교정하는 효과를 노린다.
이번 시연의 추가적인 포인트는 다층 동시 스캔이다. 비전 타워에 배치된 복수의 카메라, 조명 모듈이 선반 높이에 맞춰 배열돼, AMR 정지 한 번으로 여러 칸을 동시에 판독한다. 이 방식을 통해 랙을 층마다 반복 왕복하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 체류 시간을 짧게 가져가도록 설계했다. 또한 인식 실패 구간은 캡처 재시도와 현장 알림으로 분리해 사후 검수 동선을 최소화한다.
사측 관계자는 “기존 대형 설비를 바꾸지 않고도 상부 비전 타워만 올려 붙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어, 필요에 따른 단계적 확장이 가능하다”며 “작업자가 일일이 돌며 확인하던 재고 점검을 이 솔루션 하나로 한 번에 기록·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오토스토어 > 로봇·그리드·소프트웨어...보관·피킹 턴키 ‘삼박자’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끊김 없는 피킹 흐름을 구현하는 것이 이번 전시장에 나온 오토스토어의 핵심 전달사항이다. 컨테이너(Bin)를 위·아래·옆으로 적층한 보관 격자 위를 전용 로봇이 달리며 필요한 빈을 꺼내온다. 꺼낸 빈은 워크스테이션으로 이송돼 작업자에게 순번대로 도출된다. 이때 빈 토출구 및 인터페이스 장치 역할을 하는 ‘CarouselPort 4.0’은 이를 끊김 없이 순번대로 대기시켜 짧은 피킹 사이클을 구현한다.
그리드 안에서 빈을 꺼내오는 주역은 특화 로봇 ‘R5 Pro’다. 이 로봇은 리튬티타늄산화물(LTO) 배터리를 채용해, 충전 속도와 가용률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충전 스테이션 면적을 최대 83% 절감하고, 10분 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동시에 복수 로봇이 그리드 위에서 동시 주행할 때, 경로 최적화를 통해 충돌 없이 빈을 인양·수송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어 CarouselPort 4.0은 피킹 작업자가 맞닥뜨리는 실제 인터페이스다. 안전 커버가 빈을 차례대로 열어주며, 피킹·리턴 사이클이 끊기지 않도록 순번 처리 기능을 수행한다. 4.0 버전은 슬라이딩식 안전 커버와 이중 비상정지(ES) 박스가 장착됐다. 이는 안전성·직관성을 강화한 설계점으로, 작업자는 별도의 추가 조작 없이도 연속 피킹을 수행할 수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단위 시간당 처리량을 끌어올린다고 강조한다.
▲ 그리드에서 빈을 집은 로봇이 CarouselPort 4.0에 대상물을 내린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여기에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오토스토어 소프트웨어 수트(AutoStore Software Suite)’다. 이 기술은 로봇·그리드·포트 등 오토스토어 하드웨어 제품을 제어·분석·최적화하기 위한 운영 소프트웨어 패키지다.
컨트롤러(Controller)·라우터(Router)·유니파이 애널리틱스(Unify Analytics)로 세분화된 이 패키지는 센터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한데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컨트롤러는 전체 로봇과 포트를 지휘하는 것이 목적이다. 각 주문에 맞춰 로봇 경로를 배분한다. 라우터는 주문 변경, 긴급 요청 등 요구사항이 생겼을 때 경로를 실시간 재계산한다. 유니파이 애널리틱스는 운영 현황과 병목 지점을 대시보드로 시각화해 제공한다.
이 모든 기능은 에센셜스 소프트웨어 패키지(Essentials Software Package)로 묶여 제공된다. 신규 고객도 손쉽게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토스토어 관계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드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물류센터가 더 짧은 피킹 사이클과 높은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 물류 자동화에서 고도화된, 센터 전체가 하나의 로봇화된 엔진처럼 움직이는 미래형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