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과 배터리, 반도체와 모빌리티 시장이 커질수록 제조 경쟁의 기준도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부품 하나의 외관 품질, 도막 두께의 균일성, 검사 속도, 이송 안정성, 작업장 안전 대응까지 모두 생산성의 척도로 들어왔다.
미국품질협회(ASQ)는 불량 비용을 내부 실패 비용과 외부 실패 비용으로 구분하여, 출하 전후의 모든 결함이 기업의 누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지난 25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소재 전시장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6 고기능소재장비위크’는 이 같은 현실을 시각화한 전시회다. 올해 전시회는 머티리얼코리아(Material Korea), 코팅코리아(Coating Korea), 썰텍코리아(Surtech Korea), 테스팅코리아(Testing Korea) 등 4개 전시를 통합했다. 첨단소재, 코팅·접착, 표면처리, 테스트 장비를 한자리에 모아 제조 기술의 현주소를 제시했다.
자동화의 지향점은 로봇 단품의 성능이 아닌 ‘공정 전체의 시스템화’에 있었다. 다양한 콘셉트의 공정이 하나의 유기적 작업 단위(Cell)로 융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 인지센서모빌리티 특별관 > 눈 달린 공정의 재탄생, 센서가 뚫는 '제조 혈맥'


▲ 도장 작업을 마친 각종 자동차 부품.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특별관 중심에는 일본 소재 전자 부품 및 차량용 장비 제조 업체 ‘알프스알파인(ALPS ALPINE)’의 한국 지사를 주관사로 한 ‘전장 부품 도장 공정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율 제조 시스템 기술 개발 과제’가 대표된다. 해당 과제는 한국자동차연구원·전남대학교·유진로봇이 참여기관으로 협력하며, 3년 4개월 동안 총 사업비는 57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기술의 세부 내용은 네 가지 핵심 항목으로 체계화됐다. 먼저 데이터 수집·분석은 센서 기반의 도로·환경 데이터 수집 시스템과 데이터 상관성 분석·클러스터링 기술을 포함한다. 도장 공정 최적화 항목에는 가상 학습 공간 기반의 도장 공정 시뮬레이션과 최적 공정 조건을 도출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 가상 환경에서 코봇을 활용한 도장 공정을 검증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비전 기반 품질검사는 비지도(Unsupervised) 학습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한 불량 검출 및 과검출·미검출 최적화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다. 이어 공정 연계형 자율 운송은 도장 공정 중간 이송 및 물류 대응 기술과 ACS(AMR Control System) 기반 자율주행로봇(AMR) 작업의 데이터베이스(DB)화로 구성됐다.
해당 특별관은 인지 센서가 모빌리티용 핵심 부품이라는 정의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조 공정 안에서 품질·이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기술임을 시사한다.
특히 센서의 정확도·내구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 기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열 절연 코팅, 나노 코팅, 초박막 필름, 전자파 차폐 소재를 한데 소개해, 소재·장비의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 두림야스카와 > 70m 공정을 4m로...도장 로봇의 '공간 마법'
일본 소재 산업용 로봇 제조사 야스카와전기(Yaskawa Electric Corporation)의 합작 법인 ‘두림야스카와’는 자동차 공장 도장 자동화에 특화된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인 차세대 통합 공정 동기화 도장 시스템 ‘CYNC Painting System’은 공정 길이, 공간 활용, 이송·검사 방식까지 통합한 단일 시스템 솔루션으로 제시됐다.


▲ 야스카와전기 산업용 로봇이 유연한 움직임으로 도장 공정을 수행하는 중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김경태 두림야스카와 도장사업부 책임은 “일반적인 자동차 도장 공정은 부스 길이가 길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이 많고, 대규모 유틸리티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규 공법은 부스 크기를 최대 4m 수준의 협소한 공간까지 축소 설계하는 방향을 채택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를 통해 건축 비용, 전기, 가스 등 기초 인프라 운영 비용을 낮추고 컨베이어 운영 부담을 완화한다. 공정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통상 70m 이상 소요되던 구성을 대폭 단축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협조 도장’ 시스템이다. 이는 도장 산업용 로봇 단독 구동 방식이 아니라, 하단에서 피도물을 파지하는 모토피더(Motofeeder) 로봇이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통해 도료 도달이 어려운 은폐 부위를 최소화하고, 낮은 구동 속도에서도 더 높은 도장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모토피더 상단에 산업용 로봇이 탑재된 협조 도장 형태의 솔루션이 시연됐다. 김 책임에 따르면, 도장 로봇 두 대와 모토피더 한 대를 결합한 총 3대 규모의 협조 도장까지 구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벽면 장착(Wall Mounting) 구조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공정은 바탕층(Primer)·색상층(Basecoat)·마감층(Clearcoat)의 쓰리코트(3-Coat) 방식을 채택했다. 세 공정을 좁은 공간에 집약하면서 도료 비산 방향을 한쪽으로 제어해 오염 방지 및 청소 비용 절감까지 고려한 설계다.
이 같은 도장 이후 공정도 이 자리에서 시각화됐다. 이송 로봇의 작업물 핸들링을 시작으로, 카메라, 조명, AI 소프트웨어 등이 결합한 머신비전(Machine-vision) 시스템을 활용한 결함 검사가 이어진다. 이 비전 검사는 빛 반사를 활용해 먼지, 홀, 표면 결함 등의 불량을 검출하며, 사용자가 직접 최적화된 불량 기준 파라미터를 설정해 생산성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 조명을 비추며 품질검사를 구현하는 시스템과 도막 두께의 질을 검사하는 시스템이 한데 융합된 모습.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후 테라헤르츠(THz) 주파수를 이용해 물체의 내부나 도막의 두께를 측정하는 비접촉식 시스템이 공정을 잇는다. 김경태 책임은 “자사 도막 측정 솔루션은 기존 초음파 방식의 고질적 문제인 수분 오염 우려를 차단하고 측정 과정에서의 추가 불량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내세웠다.
< 에이이티피 > "딱 붙게 해드립니다" 도막 품질의 수문장 '플라즈마'
국내 플라즈마(Plasma) 기술 업체 ‘에이이티피’는 도막·접착 품질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대기압 플라즈마(Atmospheric Pressure Plasma) 전처리 장비를 중심으로 공정 앞단의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사측은 플라즈마 본체, 서플라이, 노즐, 헤드 등 구성 요소를 자체 제작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은 국내 협력사를 통해 구현하며 야스카와, 카와사키 등 다양한 산업용 로봇 및 직교 로봇과의 결합이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시편 표면에 스티커를 부착하기 전, 로봇 기반 플라즈마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접착 유지력을 극대화하고 표면 유기물 및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해당 기술은 코팅·도장·접착 등의 전처리 단계에 동일하게 적용돼 최종 품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 회전형(좌)과 고정형(우) 플라즈마 장비.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특히 플라즈마 로봇 엔드이펙터(End-effector)는 회전형·고정형으로 역할이 세분화됐다. 회전형은 화장품 용기, 리드프레임 등 대면적 표면 처리에 적합하며, 로봇 이동 중 토출구가 회전하며 약 100mm 범위를 처리한다. 고정형은 자동차 헤드램프 사출 부위의 거스러미(Burr) 제거 및 국부 세정이 필요한 구간에 맞춤화된 성능을 발휘한다.
< 명신로보틱스 > 허리 굽히는 작업은 옛말, '물류 해방' 新 로드맵
명신로보틱스도 물류·포장 자동화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출하 직전의 포장·물류 말단 공정 자동화에 집중했다. 이동형 래핑 로봇은 팔레트(Pallet) 적재물을 따라 스스로 이동하며 화물 포장용 랩인 스트레치 필름(Stretch Film)을 권취하는 구조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정형 설비 대비 공간 배치 유연성이 현장 대응력이 높다.


▲ (왼쪽) 래핑 로봇은 사람이 다가가면 안전 확보를 위해 곧장 멈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와 함께 전시된 협동 로봇(코봇) 기반 박스 핸들링 및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 공정도 주목받았다. 코봇 끝단에 진공 그리퍼(Vacuum Gripper)를 장착해 제품 이송 및 컨베이어 연동 적재 작업을 수행한다.
특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제어 화면을 통해 좌우 팔레트 비율, 적재 수, 기적재 수, 팔레트 높이 등 상세 작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팔레트 단위의 작업 상태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자동화를 시스템적으로 완성한 사례다.
< 그린키 > 열 체크부터 초동 진압까지...산업 현장의 24시간 보안관
국내 로봇 SI 업체 그린키는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해 재해를 예방하는 관제 로봇을 전시장에서 활동하도록 했다.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회로나 설비의 온도 변화를 읽고, 이상 과열 시 경고를 발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 터치 방식으로 사용자 화면(UI)을 조작하면(좌), 로봇이 목적지로 이동한다(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특히 본체 내부에 금속 전용 소화기를 탑재해 리튬(Lithium) 화재 대응 역량을 갖췄다. 현재는 로봇이 소화기를 운반해 현장 작업자의 초동 조치를 돕는 방식이며, 향후 고객 요구에 따라 자동 분사 기능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아울러 전병문 그린키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실제 데이터센터 투입 모델은 상부가 더 높은 형태로 맞춤 제작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로봇 내부에 금속 소화기가 탑재된 모습(좌)과 자율주행을 최적화하기 위한 센서 모듈(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그린키는 과거 가전·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데이터센터·골프장 관제 로봇 실적을 확보했고, 정부기관 딥테크 프로그램 선정 등을 통해 안전과 관제를 통합한 차세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마젠타로보틱스 > 숙련공의 손길을 훔친 로봇 훈련법
마젠타로보틱스는 모션 캡처 기반 자동 훈련 시스템 'FAST(Factory Automation with Smart Teaching)'을 내세워 도장 자동화 세팅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시했다. 기존에 주로 활용된 코드 기반 티칭 펜던트(Teaching Pendant) 대신, 티칭 전용 건(Gun)과 트래커(Tracker)를 활용하는 노코드(No-code) 스마트 티칭 방식을 내세운다. 작업자가 가상 환경에서 생성한 로봇 동작을 즉각 시뮬레이션하고 실제로 구현한다.
적용 방식은 소형 제품의 수동 모션 저장과 대형 제품의 자동 모션 생성으로 이원화됐다. 대형 제품의 경우 카메라·라이다(LiDAR)로 표면을 스캔해 법선 데이터를 추출하고, 자동 모션을 생성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가구 등 비정형 제품군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 디지털 트윈 기반 로봇 동작 학습은 원격에서도 가능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사측은 도장 자동화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로봇 본체는 산업용 로봇이나 코봇을 주로 활용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기종과 유연하게 매칭 가능하다. 조국현 마젠타로보틱스 이사에 따르면, 향후 AMR 상단에 코봇을 탑재한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기반 시스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재는 코봇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자체 통합 관제 솔루션 '마비즈(MAVIZ)'는 도료 분사 각도·거리·간격·속도 등 상세 레시피를 관리하며 소재별 최적화된 모션 값을 지원한다. 김현수 마젠타로보틱스 연구원은 “숙련공의 작업 궤적을 정밀하게 재현해 도료 소모를 줄이고, 컨베이어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연속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며 “이러한 접근법은 도장 자동화의 세팅 시간을 단축하고 운영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이라고 역설했다.
< 알파텍 > “한 방울의 도료의 층 분리도 허용 안 한다”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연장 한편, 알파텍은 도료 혼합에 화력을 집중했다. 자동화 공정의 최종 품질은 결국 분사 직전, 재료가 얼마나 균일하게 섞였느냐에서 갈린다는 본질을 정조준한 것이다.
현장에는 ‘자이로 믹서(Gyro Mixer)’와 ‘터뷸라 믹서(Turbula Mixer)’가 전면 배치됐다. 이 중 자이로 믹서는 대용량 용기를 고정한 채 강력한 3차원(3D) 입체 회전으로 내용물을 균일하게 섞는 장비다. 현장 대응력을 높인 설계가 특징이다. 자동 고정(Clamping)과 3단 속도 선택 기능을 갖췄고, 슬라이딩 선반과 전자식 믹싱 타이머를 탑재해 정밀도를 높였다. 여기에 내장형(On-board) 진단 기능과 온라인 모니터링 옵션을 더해, 혼합 이력까지 데이터로 관리하는 스마트 공정 규격도 탑재했다. 적재 하중은 일반형 최대 40kg, 연구소용인 랩(Lab) 버전은 30kg까지 지원한다.


▲ 자이로 믹서(좌)와 터뷸라 믹서(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함께 전시된 터뷸라 믹서는 전면 패널에 속도 조절기와 타이머를 별도로 배치해 조작 직관성을 극대화했다. 도장, 코팅, 소재 배합 공정에서 원료 입자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균일도를 뽑아내는 것이 이 장비의 핵심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