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배우는 공장(Learning Factory) : 순환구조로 이끌어내는 인간과 AI의 최적화된 협업

2025.12.23 19:34:55

방성덕 아이브(AiV) AI 리서치 그룹장

개요

 

AI 모델은 아무리 정교해도 환경이 변하면 성능이 반드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최초 완벽에 가까운 정확도를 갖추고 있었다 하더라도 조명 각도부터 소재 반사율, 금형의 마모, 계절별 온습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하는 실제 공정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조 AI의 진정한 가치는 ‘배우는 공장(Learning Factory)’에 있다. 아무리 잘 보는 AI라고 하더라도 변화에 적응하려면 한 번의 학습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배우고 보정하는 구조(Continuous Learning Loop)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의 핵심이 바로 데이터 루프(Data Loop)다.

 

 

그러나 딥러닝의 성능은 단순히 데이터의 ‘양’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무의미하거나 부정확한 데이터는 학습 효율이 떨어지고 모델이 불안정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제조 AI의 본질은 ‘양’이 아니라 ‘정확도’와 ‘전달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가 어떤 피드백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가가 핵심이다.

 

제조 AI 학습의 3단계 순환 구조

 

제조 AI의 정확도를 위해 학습 과정은 아래와 같은 순환형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초기 학습을 통해 생성된 모델이 현장에 배포되어 실시간 판단을 수행하는 인퍼런스 단계

 

둘째, 그 결과를 사람이 검증하고 교정하는 데이터 피드백 단계

 

셋째, 교정된 데이터를 반영해 모델을 다시 학습·배포하는 자동 재학습 단계
이 세 단계가 하나의 순환 구조를 형성할 때, 공장은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고,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다.

 

 

 

인퍼런스 단계: 현장에서 판단하는 AI 인퍼런스

 

AI가 현장에서 불량을 감지하면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때 AI는 각 불량을 개소 단위(blob-level)로 구분해 위치, 크기, 형태, 명칭 등의 세부 정보를 함께 기록한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단순한 판정 로그가 아니라, 이후 학습을 위한 원시 데이터의 출발점이 된다. AI 인퍼런스의 목표는 단순히 불량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모델을 위한 학습 재료를 만드는 데 있다. 실제로 모델이 현장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본’ 결과를 남기느냐가 이후 데이터 품질과 학습 효율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퍼런스는 학습의 종착점이 아니라, 다음 학습을 위한 출발점이다. 즉, AI가 “본다”는 것은 단순히 불량을 분류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능을 진화시킬 단서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데이터 피드백 단계: 인간의 피드백으로 완성되는 데이터

 

이렇게 수집된 결과는 현장 작업자에게 전달되어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을 흔히 컨펌(confirm) 이라 부른다. 컨펌은 현장 전문가가 AI의 판단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과정으로, 공정에 대한 지식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전문가가 직접 AI의 결과를 교정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을 극대화한다.

 

제조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계성 불량’은 AI는 물론 숙련된 작업자 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품 표면의 미세 균열이나 반사에 따른 얼룩 등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컨펌은 단순히 정답을 입력하는 행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해석하고 기준을 통일하는 과정이다. AI는 이런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사람의 판단 기준’을 데이터로 체득하게 된다.

 

컨펌 과정에서 작업자는 미검(Miss), 과검(Overkill), 실불량(True Defect)을 구분해 입력한다. 미검은 AI가 불량을 놓친 경우로, 작업자가 직접 불량 위치와 종류를 표시한다. 과검은 양품을 불량으로 인식한 경우로, 해당 영역을 정상으로 교정한다. 실불량은 AI가 정확히 검출한 사례로, 기존 라벨을 그대로 유지해 학습에 반영한다.

 

아이브(AiV)의 피드백 시스템은 이러한 과정을 웹 기반 협업 환경으로 구현했다. 여러 작업자가 동시에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해 이미지 검토 및 컨펌을 수행할 수 있으며, 각자의 판단 결과가 서버에 자동 저장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통합되고, 관리자는 불량 유형별 피드백 현황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과거처럼 USB로 이미지를 옮기는 등의 작업이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수정된 데이터는 단순한 라벨링 정보가 아니라, 현장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이 반영된 고품질 정답 데이터로 재구성된다. 제조 현장의 특성상 불량의 정의와 기준은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인간 피드백은 AI가 실제 공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자동 재학습 단계: 루프를 완성하는 핵심 축

 

컨펌이 완료된 데이터는 자동으로 학습 서버로 전송되며, 이때 모든 데이터는 인퍼런스가 수행된 모델에 대한 코드와 함께 기록된다. 이는 “어떤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보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가”를 추적하기 위함이다. 이 구조 덕분에 서로 다른 공정, 카메라, 조명 조건에서도 데이터가 뒤섞이지 않고, 정확히 해당 모델의 약점에 대응하는 재학습이 가능하다.

 

모델은 불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제외하고, 미검과 과검 중심으로 다시 학습한다. 이 방식은 데이터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모델이 스스로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지속적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학습이 완료되면 모델은 즉시 인퍼런스 시스템으로 다시 배포된다. 그리고 이 배포가 완료되는 순간, 하나의 루프가 완성된다.

 

즉, 인퍼런스 SW → 데이터 피드백 SW → 학습 SW → 인퍼런스 SW로 이어지는 완전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AI는 더 이상 고정된 시스템이 아니라, 공정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생명체처럼 작동한다. 현장에서 관찰한 데이터를 스스로 정리하고, 사람의 피드백으로 교정하며, 학습된 결과를 다시 현장에 반영하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가 아닌, 최적화된 협업

 

일반적으로 자동화라 하면 인간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수행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 데이터 루프의 목적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제조는 여전히 물리적 환경과 복잡한 판단이 얽힌 영역이기 때문에 인간의 역할을 온전히 AI가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을 확장하고 정밀하게 보완하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가 아닌 최적화된 협업이 핵심이다.

 

현장 전문가의 경험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AI는 그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해 지식으로 축적하는 도구다. AI와 인간이 같은 목표 아래 협업할 때, 공장은 더 신속하게 적응하고, 더 높은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 팩토리의 본질은 기계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지식이 AI로 전환되어 순환하고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 루프는 이 순환의 구체적 메커니즘이며, 그 속에서 인간의 경험과 기계의 학습이 하나의 지능으로 통합된다. 이 루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공장은 더 많이 배우고, 더 빠르게 진화하며,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AI데이터를 통해 배우는 구조를 완성한 이후는 그 학습 결과를 물리적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마지막 편에서는 피지컬 AI(Physical AI) — 비전, 로보틱스, 제어가 통합된 자율형 제조 지능의 완성 단계를 다룬다.)

 

방성덕 아이브(AiV) AI 리서치 그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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